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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업은 농촌을 살리는 대안경제의 거점이자 마을공동체 재생의 새로운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 마을기업 희망공동체 마을기업은 농촌을 살리는 대안경제의 거점이자 마을공동체 재생의 새로운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 이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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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5년 차, 시골에 살면서 지역 발전을 위한답시고 외부 기업 유치에만 열을 올리는 지자체를 보면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각종 혜택을 주고 외부 기업을 유치한들 이미 고령화 되어버린 농촌 마을에서 눈에 띄게 일자리가 늘어 날리 만무하고 그나마도 창출된 부가가치는 다시 도시로 빠져나간다.

개발을 이유로 마을을 헤집어 놓으니 자연 경관이 망가지고 환경 오염의 덤터기까지 끌어안아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되기 일쑤다.

주민들의 삶의 질과 무관하고 마을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담을 쌓은 보여주기식 행정의 폐해는 오히려 마을의 자원을 유실시키는 독으로 작용한다.

JTV 전주방송 정윤성 기자가 쓴 <마을기업 희망공동체>는 주목할만한 농촌지역 마을기업들의 사례를 취재한 현장 보고서다.

책은 마을기업들의 희노애락 뿐만 아니라 마을과 기업이 만났을 때 막혔던 지역순환경제가 돌기 시작하고 퇴보하던 '마을공동체'가 살아나는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인구유출과 고령화의 이중고에 부딪쳐 재생의 활로가 막혀버린 농촌마을이 지역 주민들이 중심에 선 마을기업을 통해 어떻게 부활하는지 탐색하는데 집중한다. 이를 통해 '마을 경제'와 '마을 자치'를 아우르는 '마을 공동체' 재생의 새로운 모델로써 마을기업의 가능성을 설파한다. 

마을기업은 '우리 마을의 기업'

저자는 마을기업을 '지역자원형', '틈새시장형', '도농교류형', '농촌공동체형'으로 분류해 소개한다. 각각의 유형에 속하는 마을기업들의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마을기업을 구상하고 있거나 시작단계에 있는 이들에게 체계적인 도움을 주고자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전남 영광의 여민동락공동체는 '농촌공동체'형으로 소개되었다. 더불어 한국보다는 긴 마을기업 역사를 갖고 있는 일본의 선진 사례들을 소개해 오늘날 한국의 마을기업 활성화를 위해 풀어가야 할 과제들도 제시하고 있다.

자본주의 환경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냉혹한 시장의 법칙을 제 아무리 마을기업이라고 해도 비켜 갈 수는 없다. 고난과 방황, 좌절이 있을 수 밖에. 그럼에도 마을기업이 여타의 자본주의 일반 기업과 다른 강점은 역시 '마을'에 있다. 마을기업이 마을에 얼마나 뿌리박느냐에 따라 무한경쟁을 헤쳐나갈 원동력을 얻느냐 얻지 못하느냐가 좌우된다. 이것이 마을기업 지속가능성의 비밀이다.

물론 말이 쉽지 현실은 절대 녹록치 않다. 그렇기에 필요한 것은 '마을주의자'들의 강한 뚝심이다. 대충 서류 꾸며서 정부 지원만 덜컥 받아놓고 개점 휴업해버리는 마을기업이 허다하고, 마을 구성원들의 참여와 구체적인 준비없이 일을 벌였다가 마을에 갈등만 불러일으키는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마을기업들의 공통점은 어려움 속에서도 '기업과 마을은 공동운명체'라는 믿음을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을기업은 수익을 마을공동체를 위해 내고, 마을공동체는 마을기업의 든든한 울타리이자 후원자가 되는 상호작용이 활발하다. 마을기업은 곧 '우리 마을의 기업'이라는 공동체 의식, 이 관점을 놓치는 순간 마을 기업은 궤도를 잃고 선로를 이탈해 결국 좌초되어버리는 열차와 같은 운명이 된다.

마을기업과 마을공동체 발전의 시너지 효과

농촌마을의 공동체성을 재생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노동-경제-환경-교육'이 맞물려 돌아가는 시스템을 세워야 한다. 지역의 노동력을 활용해 지역 내에서 선순환하는 경제활동을 활성화 해야 한다. 더불어 친환경 농업을 보존하고 육성하며 마을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을 위한 교육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이를 통해 인구와 부의 유출을 막고 젊은 층의 귀농귀촌을 유도해 '돌아오는 농촌'으로 새롭게 변모해야 한다.

비지니스의 활동 결과로 마을 주민들에게 일자리가 생기고 소득이 발생한다. 때문에 마을기업이 만들어낸 부가가치는 지역 내에서 순환하며 재투자되어 일반 기업보다 더 큰 지역 경제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로써 마을 구성원들이 갖고 있던 자생력이 되살아나고 마을의 풍습과 전통, 문화행사가 복원된다.

주민들의 자치활동으로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게 되므로 쇠락해있던 지역 공동체가 활성화된다. 이러한 모든 과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마을기업이다. 마을기업은 지역주민들이 중심이 되지만 자치단체, 시민단체, 기업, 농협 등이 거버넌스를 형성해 지역특성과 역량에 맞는 사업과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35쪽)

마을 스와라지(자치)는 자발적 협력의 기초위에서 모든 시민에게 완전고용을 제공하고 의식주 등 생활의 기본적인 욕구에서 자급자족을 이루기 위해 일하는 인간 중심의 착취없는 탈중심화 된 단순 소박한 마을경제이다. (간디,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중에서)

책에 소개된 여러 마을기업들 중에 강원도 인제군 북면의 '용대향토기업'은 마을기업과 주민자치가 결합된 이상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용대향토기업은 설악산 자락에서 백담사를 오가는 버스를 운영하는 마을기업인데 버스기사를 포함해 마을주민 18명이 일하고 있다.

연매출 16억 원의 용대향토기업의 특징은 이 마을의 전체 197가구 세대주 전원이 조합원이 가입되어 있다는 점이다. 자연스럽게 용대향토기업의 최고의결기구는 '마을총회'이며, 대표이사도 마을총회에서 선출한다. 마을기업의 수익으로 마을발전기금을 조성하고 마을인재육성을 위한 장학사업과 주민 배당까지 실시하는 용대향토기업의 경영 비결은 마을 경제활동을 주민자치로까지 승화시켜 마을공동체에 튼튼히 뿌리박은데 있다.

<오래된 미래>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최근작 <행복의 경제학>에서 소규모로 지역화 된 경제활동은 파괴된 사회적 관계를 복원하고 정치를 지역적 수준으로 끌어내려 주민들의 참여민주주의를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간디가 마을 자치는 곧 완전고용과 자급자족이 가능한 마을경제라고 했듯이, 저자는 마을기업이 농촌 대안경제의 거점 역할 뿐만 아니라 주민자치까지 포괄하는 마을공동체 재생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마을기업은 외부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철저히 마을의 자급력에 기초한 '내재적 발전 전략' 모델이다. 마을기업의 일차적인 목표는 주민들의 자립이 되어야 한다. 전북 완주군의 '두레농장'은 마을주민들이 평생을 해왔던 농작업을 바탕으로 농촌에서 자체 생산한 부가가치를 농촌마을로 다시 돌아오게 하는 지역 순환경제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을의 노인들이 직접 노동을 해서 수익을 내는 구조인 '두레농장'은 노인 일자리 창출로 생산적 복지를 실현하면서 마을의 자립적 구조를 만들어 나간다. 점차 고령화되고 과소화 되는 농촌의 현실에서 땅을 버리고 농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농업의 포기는 곧 농촌 마을의 붕괴로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소농의 자립을 돕는 마을기업은 농촌의 붕괴를 막고 공동체를 재생하는 유력한 방식이 된다.

마을은 청년이 필요하다

마을기업의 강점과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체험마을, 생태마을과 같은 식으로 정부가 추진한 인공마을사업이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린 경우도 많다. 정부는 지원금만 달랑 내놓고 손을 놔버리고 주민들은 뭔가 될까 싶어 몰려들었다가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하면 나 몰라라 한다. 애초에 마을의 자립자급력에 기초하지 않았으니 주민들의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지역 주민들을 중심에 두지 않은 막가파식 행정의 과잉공급이 빚어낸 총체적 부실이야 말로 오늘날 마을기업의 어두운 그림자다.

결국은 사람이 문제다. 지금 농촌에는 반짝 유행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마을에 튼튼히 두발을 딛고 서서 진취적으로 사업을 기획하고 끈기있게 밀고 나갈 사람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일본의 농림수산성은 농촌활성화 인재육성파견지원 모델 사업인 '전원에서 일하는 부대'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NPO, 공익법인, 사단법인 등 중간조직들이 사업주체가 되어 도시민들에게 농업 연수를 제공하고 농촌마을로 귀농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경력을 갖춘 이들의 귀농귀촌은 농촌지역 활성화의 인력풀이자 농촌공동체를 이끌어 가는 자원이 된다. 일본의 사례처럼 우리도 도농 인력교류를 활성화하는 기획이 필요하다. 

특히 갈수록 고령화되는 농촌마을에서 청년 품귀 현상은 마을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농촌마을은 일할 수 있는 청년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마을기업은 열정을 투자하고 창조력을 어떻게 발휘하느냐 따라 무궁무진한 가능을 갖고 있다. 감히 말하건대 청년실업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과감히 눈을 돌려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경제위기와 생태위기가 중첩된 자본주의의 위기 앞에 농촌, 농업이 '블루오션'이라면, 농촌마을 재생의 신형 엔진이 될 마을기업은 청년 일자리의 '블루오션'이라 할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공동체가 사는 길은 의외로, 단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성공하는 마을기업을 위한 6가지 전략 (정윤성, '마을기업 희망공동체' 저자)
1. 서플라이 체인 : 외부 의존도를 낮춰라
  - 원재료 확보, 가공, 생산이 마을 내부에서 이루어져야 부가가치가 유출되지 않고 고스란히 마을에 떨어질 수 있다. 외부의존도가 높을수록 기업 운영의 안정성은 낮아진다.

2. 서플라이 체인 : 핵심기술 없이 마을기업은 없다
  - 변화무쌍한 경영환경에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려면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마을기업이라고 해서 결코 예외가 아니다.

3. 서플라이 체인 : 팔 수 있을 만큼 만들어라
  - 극단적으로 말해서 유통이 해결되지 않으면 생산해서는 안된다. 마을기업의 시작은 단순한 생산이 아니라 판매처를 확보한 생산이다.

4. 목마른 주민이 마을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 마을기업을 인위적으로 만들기는 어렵다. 정부가 지원해도 한계가 있다. 목마른 주민들이 샘을 파는 것이 마을기업 설립의 최적의 조건이다.

5. 탄탄한 공동체성을 확보하라
  - 오랜시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성장해 온 경영체가 마을기업으로 발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공동체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6. '사람'을 찾으면 '기업'이 보인다
  - 훌륭한 마을기업가는 마을기업의 처음이자 끝이다. 마을기업에 대한 지원은 마을기업가를 발굴, 교육, 양성하는 것이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마을기업 희망 공동체 - 농촌을 살리는 대안 경제, 현장에 바탕을 둔 마을기업 이야기 | 정윤성 (지은이) | 씽크스마트 | 이 글은 제 블로그 http://blog.yes24.com/xfile340 에도 게재했습니다.



마을기업 희망 공동체 - 농촌을 살리는 대안 경제, 현장에 바탕을 둔 마을기업 이야기

정윤성 지음, 씽크스마트(2013)


태그:#마을기업, #마을공동체, #농촌, #대안경제, #지속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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