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교도소내 창문에 내의나 수건을 이용해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당시 법무부 장관의 특별지시로 전국의 50여 개 교도소와 구치소 창문과 시찰구에 쇠창살 안쪽으로 철망이 설치됐다. 철망은 두께 0.6㎜짜리 고강도 스테인리스 철사를 가로세로 2.54㎝ 안에 16가닥씩 격자 모양으로 붙인 뒤 그 위에 법랑을 특수코팅한 형태다. ("철망, 햇살과 바람까지 튕겨내는 절망(한겨레, 2012. 10. 17.자 기사)". 안전 철망은 내의와 수건의 통과만 가로막은 게 아니었다. 교도소내 방의 안팎을 넘나드는 햇볕과 바람에도 장애물로 작용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6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교도소 수용자들의 자살을 방지하기 위하여 독거실 내 화장실 창문에 안전철망을 설치한 행위가 수형자인 청구인의 환경권,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결정(2011헌마150)을 선고하였다.

사례를 보면, 청구인은 1999. 10. 1. 대전고등법원에서 살인죄로 징역 20년의 형을 선고받고 그 무렵 위 형이 확정된 사람이다. 그는 2011. 3. 2.부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청구일까지 전주교도소 내 독거실에 수용 중이었던 사람이다. 전주교도소장은 법무부의 지시에 따라 2010. 5. 28. 독거실 내 화장실 창문과 철격자 사이에 안전철망을 설치하였다. 청구인은 2011. 3. 23. 피청구인의 위와 같은 안전철망 설치행위가 청구인의 환경권,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헌법재판소가 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교도소 독거실 내 화장실 창문에 설치된 철격자를 이용한 자살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창문과 철격자 사이에 경질의 망을 사용한 안전철망을 고정시킨 이 사건 설치행위는 수용자의 자살을 방지하여 생명권을 보호하고 교정시설 내의 안전과 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② 안전철망의 구멍의 크기는 일반 방충망의 구멍의 크기보다 크고, 안전철망의 구멍을 이보다 더 크게 제작할 경우에는 구멍을 통해 끈 등을 통과시켜 자살을 시도하는 등 사고발생의 우려가 있다. 수용자들은 매일 30분 내지 1시간에 이르는 실외운동시간에 햇빛을 볼 수 있다.

③ 교정시설 내 자살사고는 교정시설이나 교정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방지할 필요성이 매우 크고, 그에 비해 청구인에게 가해지는 불이익은 채광·통풍이 다소 제한되는 정도에 불과하다.

이번 결정은 교도소 내 시설과 관련한 수용자의 환경권에 대한 첫 결정이었다. 우리나라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에서는 "(교정시설의) 거실은 수용자가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적정한 수준의 공간과 채광·통풍·난방을 위한 시설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철망이 채광·통풍을 방해하고 있음이 명백하기 때문에 안전철망을 설치한 교도소의 공권력 행위는 위법한 행위이다. 이번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교정시설 내의 안전과 질서"만을 지나치게 강조해서 수형자가 누려야할 햋빛을 쬘 권리, 바람을 숼 권리를 외면한 결정이다.


태그:#헌법재판소, #수형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내게 힘이 되는 생활 헌법(좋은땅 출판사) 저자, 헌법 연구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