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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하면서 지난 1월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정윤회) 동향'(이하 '정윤회 감찰보고서')이라는 내부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박아무개 경정이 이미 지난 3월에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정윤회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언론에 증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주간지 <시사저널>(12월 1일 발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박 경정은 "내가 민정(수석실)에 있으면서 정윤회 얘기는 심심찮게 들었다"라며 "첫 번째로 정윤회가 이재만과 안봉근을 통해 그림자 권력 행세를 한다고 들었다, 정호성은 컨트롤이 잘 안 된다고 들었다"라고 증언했다.

"청와대가 문고리들에게 놀아나고 있다"

정윤회씨가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알려진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을 통해 국정에 개입한다는 얘기다. 이는 지난 1월 6일 작성된 정윤회 감찰보고서와 거의 같다. 정윤회 감찰보고서에 따르면, 강원도 홍천에 은거하는 정씨는 서울 강남 등에서 문고리 권력 3인방을 정기적으로 만나 "VIP의 국정운영, BH 내부 상황" 등을 체크하고 자기 의견을 제시했다.

박 경정도 "정윤회가 강남의 J가든에 자주 든다고 들었다"라며 "정윤회의 집이 J가든 뒤쪽에 있는 유명한 한방병원 골목 오른쪽 단독 빌라라는 얘기도 들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정씨의 집이) 박근혜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과 차로 10분 거리 정도밖에 안 되는 지근거리에 있다"라며 "강원도 홍천에 별장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3년 7월 19일 서울 근교 한 공원에서 <한겨레>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된 정윤회씨의 모습.
 지난 2013년 7월 19일 서울 근교 한 공원에서 <한겨레>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된 정윤회씨의 모습.
ⓒ 사진제공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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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박 경정은 "권력은 양쪽에 추가 연결된 막대와 같아서 한쪽으로 기울어져서는 안 된다"라며 "그런데 문고리 권력 3인방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없다"라고 토로했다.

박 경정은 "문고리들을 견제하는 것은 대통령 친인척들이 해왔다"라며 "예를 들어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육영수 여사가 비서진들을 한 번씩 불러서 '대통령을 똑바로 보좌하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는데, 현 대통령은 영부인이 해야 할 일을 할 사람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박 경정은 문고리 권력을 통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박 대통령의 남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의 역할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박지만 회장은 영부인과 맞먹는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라며 "박지만 회장이 전면에 나서서 문고리 권력들을 견제해야만 한다"라고 주장했다.

박 경정은 "그런데 문고리들이 박지만 회장을 무척 경계하고 있다"라며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이다, (이것은) 굉장히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 경정은 "민정(수석실) 내부에서도 문고리를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은 조응천 민정수석비서관실 공직기강비서관(현재는 변호사)과 나밖에 없다"라며 "민정(수석실)은 옛날로 치면 사헌부와 같은데 문고리들이 사헌부까지 장악하려 들면서 청와대가 문고리에 놀아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정윤회 감찰보고서와 박 경정의 증언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내부의 권력 사유화 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문고리 권력 3인방을 통해 국정에 개입해온 '정윤회파'와 김기춘 비서실장 등과 가까운 '박지만파'가 권력 암투를 벌여왔다는 세간의 소문이 사실일 가능성도 높다.

"문고리들 때문에 인사상 불이익 받았다"

박 경정은 박지만 회장의 미행사건을 내사하다가 올 초 일선경찰서로 좌천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만 회장 미행사건'이란 지난해 정윤회씨 쪽에서 박 회장을 미행하다가 들킨 사건을 가리킨다. 그는 참여정부에서도 국무총리실 암행감찰반에서 근무하는 등 정권의 성향과 관계없이 주로 사정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왔다고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박 경정은 "정씨의 박지만 회장 미행사건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지만 좌천은 맞다"라며 "나는 주로 기획수사나 (민정수석실에서) 사정 일을 해왔는데 여기(일선 경찰서)에 발령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박 경정은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인사에 설령 불만이 있더라도 그것을 언론사에 시시콜콜 털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면서도 "그러나 문고리 권력 3인방 때문에 인사상 불이익을 겪은 것은 맞다"라고 말했다.


태그:#정윤회, #문고리 권력 3인방, #박지만, #박 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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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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