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슬촌'으로 통하는 나주 계량마을 주민들이 산타할아버지로 변신하고 축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이슬촌 크리스마스축제 때 모습이다.
 '이슬촌'으로 통하는 나주 계량마을 주민들이 산타할아버지로 변신하고 축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이슬촌 크리스마스축제 때 모습이다.
ⓒ 이슬촌

관련사진보기


사랑과 소망, 평화와 기쁨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성탄이 다가왔다.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지만, 그래도 성탄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은 요즘이다. 크리스마스 축제가 준비되고 있는 이슬촌에 먼저 가봤다. 지난 12월 18일이었다. 이슬촌은 한국판 산타빌리지, 산타마을로 불리고 있다. 전라남도 나주시 노안면 양천리 계량마을이다.

이슬촌의 크리스마스축제는 지난 2007년 시작됐다. 2010년 구제역 광풍이 몰아치면서 모든 축제가 취소됐던 해를 빼고는 해마다 크리스마스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 8회째를 맞았다. 올해 축제는 23일부터 27일까지 계속된다. 밤에만 열리는 야간축제다.

크리스마스축제가 입소문을 타면서 축제기간 외지인들의 발길도 이어진다. 해마다 수천 명씩 찾는다. 2009년엔 2만 명 넘게 찾기도 했다. 축제를 진행한 주민들이 몸져눕는 일까지 생겼다. 그때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일궈냈다는 찬사를 받으면서, 이슬촌이 산타마을로 자리 잡았다.

벽화가 그려진 '이슬촌' 나주 계량마을 풍경. 지난 12월 18일 풍경이다.
 벽화가 그려진 '이슬촌' 나주 계량마을 풍경. 지난 12월 18일 풍경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계량 대동계 기념비. '이슬촌'으로 통하는 나주시 노안면 계량마을 입구에 세워져 있다.
 계량 대동계 기념비. '이슬촌'으로 통하는 나주시 노안면 계량마을 입구에 세워져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이슬촌'으로 불리는 계량마을은 노령산맥의 끝자락인 병풍산(200m)이 감싸고 있는 마을이다. 계수나무가 많은 마을에 어진 사람들이 모여 산다고, 계수나무 계(桂)자에 어질 량(良)자를 쓴다. 행정 지명보다는 '이슬촌'으로 더 알려져 있다.

광주-무안공항 간 고속국도 나주 나들목에서 아주 가깝다. 100여 년 전에 마을의 대동계를 조직해서 서로 돕고 살았다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60여 가구 80여 명이 살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살고 싶고 가보고 싶은 농촌마을', 한국농촌공사의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돼 있다.

지은 지 오래 된 노안성당. 이슬촌 크리스마스축제의 중심이 되는 공간이다.
 지은 지 오래 된 노안성당. 이슬촌 크리스마스축제의 중심이 되는 공간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계량마을의 소공원 풍경. 눈이 쌓여있는 지난 12월 18일 모습이다.
 계량마을의 소공원 풍경. 눈이 쌓여있는 지난 12월 18일 모습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마을에 오래 된 성당도 있다. 1927년에 지어진, 붉은 벽돌집의 노안성당이다. 나주지역의 첫 천주교회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옛 성당의 고풍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다.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이면서,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성당과 관련된 일화도 전해진다. 한국전쟁 중에 북한군이 성당에 불을 지르려 했으나, 언덕 위로 보이는 성당이 붉게 타올라 그냥 돌아갔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건 환상이었고, 덕분에 성당이 멀쩡했다는 것이다. 이 일은 외국 선교사에 의해 당시 타임지에도 보도됐다고 알려져 있다.

오래 된 성당이 자리한 마을답게, 주민의 90%가 천주교 신자로 살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주민들이 성당에 모여서 성가를 부르고, 오래 전부터 선물도 나눴다. 이런 전통을 마을축제로 발전시킨 것이 지금의 크리스마스축제다.

성당 안에서 신자들끼리 하던 작은 축제가 성당 밖으로 나와서 마을주민과 외지인이 한데 어우러지는 축제로 발전했다. 마을을 알리고, 주민 소득을 높이는 기회도 됐다.

이슬촌으로 가는 길. 도로 양 쪽으로 벚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이슬촌으로 가는 길. 도로 양 쪽으로 벚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이슬촌의 크리스마스축제 준비. 지난 12월 18일 마을의 청년회원들이 은하수터널에 오색 꼬마전구를 매달고 있다.
 이슬촌의 크리스마스축제 준비. 지난 12월 18일 마을의 청년회원들이 은하수터널에 오색 꼬마전구를 매달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이슬촌으로 가는 길은 벚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그 길을 따라서 마을로 들어가면 나무도, 건물도 온통 오색불 반짝이는 트리터널을 이룬다. 성당과 성당 주변도 온통 반짝반짝 조명들이 불을 밝힌다. 동화 속 마을 같은 분위기를 선사할 조명들이다.

축제도 이벤트사에 맡겨서 하지 않는다. 조명 시설을 마을 주민들이 직접 했다. 귀농한 젊은 사람들이 중심이 됐다. 폐교 자리에 무대도 설치했다. 축제 준비도 마을 주민들이 함께 힘을 합쳐 했다. 장년층은 볏짚을 이용해 미끄럼틀을 만들었다. 부녀회는 먹을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이슬촌 크리스마스 축제의 중심이 되는 노안성당의 트리. 2013년 축제 때 모습이다.
 이슬촌 크리스마스 축제의 중심이 되는 노안성당의 트리. 2013년 축제 때 모습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이슬촌 산타우체국 풍경. 축제 참가자들이 소원편지를 쓰고 있다. 2012년 축제 때 모습이다.
 이슬촌 산타우체국 풍경. 축제 참가자들이 소원편지를 쓰고 있다. 2012년 축제 때 모습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올 축제는 '행복드림 이슬촌 크리스마스축제'라는 이름을 붙였다.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아무래도 산타할아버지가 모는 트랙터다. 김종관(53) 이장 등 마을주민들이 산타 복장을 하고, 루돌프가 끄는 썰매 대신 트랙터를 몬다. 어린이들에게 인기 최고다. 농산물이나 학용품 선물도 나눠준다. 볏짚을 이용해서 만들어 놓은 미끄럼틀도 아이들이 좋아할 놀이기구다.

소소한 공연도 준비된다. 난타 공연, 색소폰 연주, DJ와 함께 하는 애창곡 감상, 성탄 애니메이션 영화 상영, 레크리에이션 등이 있다. 축제 첫 날인 23일 저녁에는 난타 공연과 색소폰 연주, 풍등 날리기가 준비된다. 성탄 전야에는 성탄 애니메이션 영화 상영, 색소폰 연주, 축하 공연, 그리고 달밤에 오자미 터트리기가 마련된다.

이슬촌 크리스마스축제에 참가한 주민들이 공연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지난 2011년 축제 때 모습이다.
 이슬촌 크리스마스축제에 참가한 주민들이 공연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지난 2011년 축제 때 모습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성탄일 오후 7시부터선 노안초등학교 학생들의 재능 기부로 풍물놀이와 재롱잔치가 열린다. 광주 무등산 증심사에서 매달 열리는 풍경소리 공연도 산타마을을 찾아온다. 축제 마지막 날인 27일 밤에는 대형 캠프파이어도 준비된다.

마을에 크리스마스 카페도 문을 연다. 축제기간에만 열리는 카페다. 그 옆에 크리스마스 우체국도 있다. 소망엽서를 쓰고, 기념품을 살 수 있는 공간이다. 한쪽에선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준비한 먹을거리를 맛볼 수 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생산한 고사리, 토란대, 콩, 수수, 잡곡, 배즙 등 농산물과 특산물을 파는 장터도 들어선다.

김종관 이장은 "다른 지역의 축제와 달리 화려하지는 않지만, 마을주민들이 정성껏 준비했다"면서 "옛 정취와 인정이 살아있는 이슬촌에서 즐겁고 오래 기억에 남을 성탄의 추억을 만들기 바란다"고 말했다. 축제 기간에 맞춰 불을 밝히는 마을의 트리는 오는 31일까지 계속 불을 밝힐 예정이다.

이슬촌의 짚풀 미끄럼틀. 마을의 장년층이 직접 참여해 만들었다. 축제에 참가할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기구다.
 이슬촌의 짚풀 미끄럼틀. 마을의 장년층이 직접 참여해 만들었다. 축제에 참가할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기구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김종관 계량마을 이장. 이슬촌 크리스마스축제를 앞장서 준비하고 있다.
 김종관 계량마을 이장. 이슬촌 크리스마스축제를 앞장서 준비하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태그:#이슬촌, #계량마을, #크리스마스축제, #노안성당, #이슬촌크리스마스축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