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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경기도 안산 세월호참사정부합동 분향소 앞에서 유가족, 시민, 국회의원 등이 참석해 세월호참사 2주기 기억식이 열렸다. 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이희훈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 세월호참사정부합동 분향소 앞에서 유가족, 시민, 국회의원 등이 참석해 세월호참사 2주기 기억식이 열리고 있다. ⓒ 이희훈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 세월호참사정부합동 분향소 앞에서 유가족, 시민, 국회의원 등이 참석해 세월호참사 2주기 기억식이 열리고 있다. ⓒ 이희훈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 세월호참사정부합동 분향소 앞에서 유가족, 시민, 국회의원 등이 참석해 세월호참사 2주기 기억식이 열리고 있다. ⓒ 이희훈
세월호 참사 732일째, 두 해째 맞은 4월 16일. 온 국민의 트라우마로 남은 세월호 참사 발생일, 그러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는 한 4월 16일은 계속된다는 게 유가족들의 생각이다. 그만큼 4·16을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시민들의 다짐과 진실을 밝히기 위한 행동도 계속되고 있다.

16일 오전 10시,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유가족 모임인 4·16가족협의회가 주최한 '안산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식'이 경기 안산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 광장에서 열렸다. 전국에서 모인 시민 5000여 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2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기억식이 진행됐다.

행사 전 합동분향소 입구에서는 2주기를 맞아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에게 노란색 세월호 손수건을 나눠주고, 이날 오후에 진행될 '416 걷기- 진실을 향한 걸음' 행사 접수를 받았다. 추모를 위해 온 이들은 방명록마다 추모 글을 남겼다. 다음은 시민 신요섭씨가 남긴 글이다.

'304명 희생자 중 아직도 9명의 미수습자가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이날 안산 합동분향소 안 곳곳에 퍼져있었다. 희생자 형제가족 등 일부 가족은 추모를 뜻하는 검은 옷을 입고 있었지만, 유가족 부모들은 추모객 중 눈에 쉽게 띄었다. 노란 옷을 입고, 희생 학생의 얼굴 사진과 이름이 새겨진 명찰을 목에 걸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가 쉬는 휴일임에도 단원고 교복을 입고 온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 세월호참사정부합동 분향소 앞에서 유가족, 시민, 국회의원 등이 참석해 세월호참사 2주기 기억식이 열리고 있다. ⓒ 이희훈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 세월호참사정부합동 분향소 앞에서 유가족, 시민, 국회의원 등이 참석해 세월호참사 2주기 기억식이 열리고 있다. ⓒ 이희훈
원유철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합동분향소에 헌화한 뒤 나오고 있다. ⓒ 이희훈
안산에 울려퍼진 추모 사이렌... "총선 결과는 사필귀정"

추모식이 시작하는 오전 10시 정각. 추모 사이렌이 안산 전역에 울려 퍼지면서 기억식의 막이 올랐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의 발언을 시작으로 '416 기억 발언'이 이어졌다.

"진상조사는 번번이 방해에 직면했고, 지금도 조기 중단될 상황이다. 특검 역시 무산될 위기다. 오늘 많은 정치인이 왔다. 가족 역시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 20대 총선에 투표했고 결과를 봤다. 사필귀정이라는 말과 함께, 국민의 위대한 힘을 알 수 있었다. 진실을 외면하고 독선과 독단으로 국민을 무시하면 어떠한 결과를 맞게 되는지를 알게 됐다. 우리는 커다란 위안을 얻었다.

정치인들에게 바란다. 진상조사가 조기에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 진상규명 특별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약속해 달라. 이미 4·16가족협의회는 많은 후보자와 당선자들로부터 세월호 4대 정책과 관련해 약속을 받았다. 그 약속을 반드시 지켜 달라."

이어 무대에 오른 제종길 안산시장은 이날 "2년 전 4월 16일 오늘처럼 아름다웠던 봄날의 그날, 우리는 모두 함께 세월호의 침몰을 지켜봤다"며 "국민은 잊지 않겠노라고 한마음으로 다짐했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의 정신은 희석되었고, 정부의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 시장의 발언을 듣는 희생 학생 부모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단원고 2학년 5반 김민성군, 김군의 아버지 김홍렬(50)씨는 기억식 내내 광장 뒤편에 서서 행사를 지켜봤다.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김씨는 씁쓸하게 웃으며 "세월호 참사와 인양에 관한 얘기가 사람들에게는 사회적 이슈거나 술자리 안줏거리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에겐 절실하게 닥친 삶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견디기가 힘들어 안산을 떠나 이사 간 가족도 있다, 아예 이민을 떠난 부모도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 당시 희생된 피해자 중 250명은 경기 안산 단원고에 다니는 고등학생들이었다. 심리적 압박을 견디다 못한 일부 가족들이 생활 터전을 아예 옮겼다는 설명이었다.

"눈을 가린 정부에게... 희생자들에게 더는 미안하지 않게 해주세요"

눈물 훔치는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 세월호참사정부합동 분향소 앞에서 유가족, 시민, 국회의원 등이 참석해 열린 세월호참사 2주기 기억식에서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발언을 마치고 내려 오며 눈물을 닦고 있다. ⓒ 이희훈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 세월호참사정부합동 분향소 앞에서 유가족, 시민, 국회의원 등이 참석해 세월호참사 2주기 기억식이 열리고 있다. ⓒ 이희훈
이어 무대에 오른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울먹이며 발언을 이어갔다. 이 교육감은 "교육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성찰을 하더라도 아픔과 죄책감을 씻을 수 없다"며 "오늘 우리는 아픔을 넘어 반드시 변화를 만들 것이라고 다짐한다, 진실을 기억하며 가슴 깊은 곳에서 당신들을 느낄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교육부장관(사회부총리)도 이날 기억식에 참석했다. 그는 "자식을 가슴에 묻고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젖어 계신 유가족분들에게 고개 숙여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귀한 생명을 잃으신 분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특히 교육에서는 다시는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가슴이 먹먹하다, 경기도와 교육청, 의회가 협력해서 위원장님이 말씀한 요구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며 진상조사를 약속했고, 이석태 세월호 특조위 위원장도 "내년 이맘때는 유가족과 국민이 원하는 참사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추모객들 마음을 크게 울린 것은 희생학생인 박예슬(단원고 2학년 3반)양의 친동생 박예진양의 편지글 낭독이었다.  박양은 "(참사 발생 후) 박근혜 대통령님이 진도체육관에 방문했을 때, 손을 잡고 마주쳤던 그 두 눈을 기억한다"며 "어쩌다 정부가 우리와 등 돌리게 됐는지 모르겠다, 더는 희생자 언니 오빠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마지막으로 눈을 가린 정부에게 말을 전합니다. 박근혜 대통령님. 우리 언니, 오빠들이 고통에 허우적대고 있을 때, 진도체육관을 방문하셨지요. 꼭 살리겠다며 부모님들의 손을 잡으셨을 때, 마주친 두 눈을 기억합니다. 가장 믿었고, 우리에게 '힘내'라고 말할 줄 알았던 정부가 어쩌다 우리에게 등 돌린 적이 됐을까요?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들었을 뿐인데, 가족의 곁을 떠나게 된 언니, 오빠, 가족들을 다시 만나는 날. 추억을 저버려서 미안하다고, 진실을 알게 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그 죄스러운 말을 건네지 않게 해주세요. 교실존치, 진상규명 모두 의미있는 싸움이 될 수 있게 해주세요. 역사를 보면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나이 드신 분들이 아니고 열정을 가진 젊은 분들이라고 합니다. 부디 멋진 나라의 본보기가 되어 주세요."

시민들은 이에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 이어 희생자 부모들이 모여 만든 416가족 합창단은 무대에 올라 세월호 추모곡 '어느 별이 되었을까', '잊지 않을게'를 합창했다.

시민 공동 선언 "박 대통령은 국민과 약속했던 진상규명 지켜라"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세월호참사정부합동 분향소 앞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2주기 기억식이 끝나고 '416걷기' 희생자 추모행진이 진행되고 있다. ⓒ 이희훈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세월호참사정부합동 분향소 앞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2주기 기억식이 끝나고 '416걷기' 희생자 추모행진이 진행되고 있다. ⓒ 이희훈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세월호참사정부합동 분향소 앞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2주기 기억식이 끝나고 '416걷기' 희생자 추모행진이 진행되고 있다. ⓒ 이희훈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세월호참사정부합동 분향소 앞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2주기 기억식이 끝나고 '416걷기' 희생자 추모행진이 진행되고 있다. ⓒ 이희훈
행사 말미에는 안산시민 공동선언도 진행됐다. '두 번째 4·16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안산시민 일동' 명의의 선언문에서 무대에 오른 안산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2년 동안 진실은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며 "2주기를 맞아 우리는 진상규명과 안전한 사회를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우리는 살릴 수 있었던 304명의 국민을 구하지 않았던 정부를 기억한다"며 "세월호 선체의 온전한 인양을 통해 마지막 한 명의 미수습자까지 구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들에게 모멸감 섞인 언행으로 상처를 주었던 정치인들을 기억한다, 정치인들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위해 특별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시민들은 이어 "우리는 '그동안 쌓여온 모든 적폐를 도려내고 반드시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희생자의 죽음이 절대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던 박근혜 정부의 약속을 기억한다"며 "박 대통령은 임기 내에 국민과 했던 약속을 지켜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한 나라의 기틀을 다질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한 시민들은 "우리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규명 및 안전사회 대책마련'에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라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약속을 기억한다"며 "특조위는 참사 피해자들의 아픔과 절규를 기억하고, 성역 없는 조사를 참사의 진실을 밝혀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전원구조라는 오보를 시작으로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보도행태로 일관해왔던 언론을 기억한다"며 "세월호 참사 피해와 참사 진상규명에 대한 모든 진실을 사실에 근거하여 보도할 것을 언론에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전교조 교사들, 이준식 부총리에게 "4.16 수업 막지 말라"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 세월호참사정부합동 분향소 열린 세월호참사 2주기 기억식에서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416교과서 계기 수업을 막지 말라고 이준식 교육부장관에게 요구했다. ⓒ 이희훈
이날 추모 기억식 행사는 유가족들을 시작으로, 추모객들이 이어 희생자들에게 합동 분향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추모객 중에는 갓난아이를 둘러업고 온 30대 추정 젊은 부모도 있었고, 유치원에서 함께 온 듯 노란 리본 목걸이를 목에 걸고 리본 머리핀을 한 5~6세 꼬마추모객 10여 명도 있었다.

이날 기억식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 50여 명도 전국에서 함께 참가했다. 이들은 추모 분향을 끝내고 나오는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기다리며 "세월호 계기 수업은 정당하다, 416 교과서 수업을 막지 말라"며 함께 외쳤다. 그러나 이 장관이 미리 준비된 차를 타고 떠나는 탓에 직접 마주치지는 못했다.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세월호참사정부합동 분향소 옆 공원에서 세월호참사 2주기 추모공연이 열리고 있다. ⓒ 이희훈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세월호참사정부합동 분향소 옆 공원에서 세월호참사 2주기 추모공연이 열리고 있다. ⓒ 이희훈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세월호참사정부합동 분향소 옆 공원에서 세월호참사 2주기 추모공연이 열리고 있다. ⓒ 이희훈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세월호참사정부합동 분향소 옆 공원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2주기 추모공연에 세월호희생자 유가족들이 비를 맞으며 참석하고 있다. ⓒ 이희훈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세월호참사정부합동 분향소 옆 공원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2주기 추모공연에 세월호희생자 유가족들이 비를 맞으며 참석하고 있다. ⓒ 이희훈
한편 세월호 참사 2주기인 이날 16일에는 경기 안산과 전국 곳곳에서 추모행사가 준비돼있다. 이날 오후 2시께부터 경기 안산에서는 추모객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안산 단원고를 거쳐 걷는 '진실을 향한 걸음' 행사가 열리며, 오후 4시에는 화랑유원지에서 추모 문화제가 열린다.

같은 날 서울에서는 오후 3시 강남역 '세월호 추모 거리 행진'과 같은 시간 혜화 마로니에공원에서 '세월호 2주기 전국 대학생대회'와 함께, 오후 7시 광화문광장에서는 4.16연대 주최로 '세월호 2주기 기억·약속·행동 문화제'가 열리게 된다. 여기에는 희생자 유가족들도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다신 채울 수 없는 출석부 단원고 희생 교사 추모 교무실에 있는 한 출석부에 2년 전 4월 15일 마지막으로 수업 표시 되가 되어 있다. 당시 2학년 7반의 출석부. ⓒ 이희훈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세월호참사정부합동 분향소에서 출발해 단원고를 거쳐가는 세월호참사 2주기 추모행진 참석자들이 단원고 기억교실을 방문해 희생된 학생들의 자리를 살펴보고 있다. ⓒ 이희훈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세월호참사 2주기를 맞은 단원고 기억교실의 희생 학생 책상 위에 추모 물품들이 놓여 있다. ⓒ 이희훈
다시 찾아와도 또 흐르는 눈물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 세월호참사정부합동 분향소에서 출발해 단원고를 거쳐가는 세월호참사 2주기 추모행진에 참석한 유가족이 단원고 기억교실을 방문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이희훈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세월호참사정부합동 분향소에서 출발해 단원고를 거쳐가는 세월호참사 2주기 추모행진 참석자들이 단원고 기억교실을 방문해 희생된 학생들의 자리를 살펴보고 있다. ⓒ 이희훈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세월호참사정부합동 분향소에서 출발해 단원고를 거쳐가는 세월호참사 2주기 추모행진 참석자들이 단원고 기억교실을 방문해 희생된 학생들의 자리를 살펴보고 있다. ⓒ 이희훈
태그:#416 기억식, #세월호 참사 2주년 기억식, #416교과서, #추모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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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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