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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5일 SBS TV동물농장이 '강아지공장'이라는 주제로 애견번식장 실태를 고발한 뒤 반려동물 복지에 대해 국민들 관심이 쏠렸다.

사실 우리나라의 동물보호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기 때문에 이러한 방송이 동물복지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주는 유익한 방송임에는 분명하다. 방송 이후 전국에서 반려동물의 복지에 대한 공론이 일었고 여러 국회의원과 농림부 등에서도 관심을 갖고 정책을 마련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농림부가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수의간호사제도도입'을 내걸었고 지속해서 수의사회와 협의를 해왔으며 동물보호자들의 자가치료를 규제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리고 신속하게 농림부는 "무자격자의 외과수술을 제한하겠다"고 보도했고 많은 동물보호단체들과 보호자들이 공감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개, 고양이에 대해서는 아예 모든 보호자들의 자가진료를 규제하도록 슬쩍 시행령을 변경했다. 대한약사회조차 여러 번 연락 끝에 농림부를 방문하고서야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사실은 동물약국에서 약을 판매하는 걸 제한하는 게 아니라 1000만 동물보호자들이 약을 투약하는 행위에 규제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농림부에 반대 민원, 돌아오는 답변은 '동물보호'

대한약사회와 동물약국협회는 농림부를 몇 차례 항의방문했다. 전국의 약국에서도 동물보호자들에게 엉뚱한 규제를 가하는 농림부에 대해 반대 민원 800여건을 보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동물보호를 위한다는 명목이었다.

그런데 동물보호자가 자신의 동물을 치료하는 행위는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통상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이는 동물의료에 있어서 중요한 비용문제와 치료의 신속성, 집단 폐사에 따른 전염병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마약유통으로 인해 주사기판매조차 금지하는 몇 주를 제외하고는 43개주 대부분이 개, 고양이 백신을 별다른 처방전 없이 약사의 복약지도하에 판매, 투약이 가능하다. 동물약국을 운영하면서 비용문제로 백신, 심장사상충 등의 기본 예방시기를 놓쳐 결국 폐사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안타까운 일이다.

3일만에 1만 명을 넘어섰다.
▲ <국민의 성금으로 진행된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 반대서명> 3일만에 1만 명을 넘어섰다.
ⓒ 임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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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국민들도 공감해 다음아고라에 3000명, 동물약국협회에 1000명, 팜엑스포에 시민 대상으로 직접 받은 3000여 명의 서명, 그리고 여러 동물보호단체들의 항의성명, 도합 7000여 국민들이 이에 반대한다는 의견에 동의를 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또다시 동물보호를 위해 보호자들의 자가진료를 제한해야 한다는 말 뿐이었다.

게다가 농림부가 추진하는 수의간호사제도가 '동물병원의 영업 손실'에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 없는 이유를 대며 자가치료 규제를 추진한다는 서면도 보내왔다.

이권다툼이라는 일부 의견도 있지만 사실상 농림부가 추진하는 동물보호자의 치료행위 규제건은 동물약국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약국에서 동물약을 파는 걸 제한하는 게 아니라 동물보호자들을 직접 규제하고, 불법진료로 신고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무서운 법령인 것이다.

지나가다 길냥이에게 약을 먹이는 행위조차 누군가 신고할 경우 이제 사법기관이 불법진료로 엮어서 벌금 1000만원을 구형하게 만드는 제도이다.

외국에서는 이러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당연히 보호자들이 안심하고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동물용의약품(OTC)제도를 병행하고 있지만 지금의 농림부는 아예 그 부분은 자신들 소관이 아니라고 말할 뿐이다.

그러던 중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국민들이, 동물보호자들이 십시일반 후원을 하겠다며 연락이 왔다. 그렇게 하나 둘 후원금이 들어왔고 우리는 그 내역을 국민들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그렇게 6000만원이 모였다.

정말로 수백 명이 후원을 해주셨고, 기운 내라는 문자도 쏟아져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일어나기로 했다. 동물약국협회, 대한약사회 동물약품위원회 이사님들을 붙들고 다시 해보자고 했고 함께 도와주기로 기획한 것이 대국민 네이버서명운동이다.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지만 많은 분들의 후원으로 충분히 해낼 수 있었고 3일 만에 '동물보호자의 자가치료 규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1만 명을 넘어섰다.

서명을 많이 한다고 농림부가 마음을 바꿀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국민들에게, 1000만 동물보호자들에게 이러한 부당한 규제가 진행되고 있다는 걸 알리는 데에는 성공한 듯하다.

상태가 좋지 않다고 눈곱이 조금 낀다고 변이 묽다고 그때마다 비싼 비용을 치르고 병원에 가라고 한다면 결국 이는 거대한 의료장벽이 되어 보호자들이 치료를 포기하게 만든다.

주위에도 이미 수백만 원이 드는 심장사상충 치료비용으로 아예 치료를 포기한 사람들이 수십 명이나 있다. 동물복지를 위한 의료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고 그러한 제도가 안착되면 누가 자가치료를 하겠는가?

그런데 아무런 대책도 없이 갑자기 동물보호라는 명목으로 1000만 보호자들에게 규제의 올가미를 씌우려 하는 건 동물학대 뿐만 아니라 동물보호자에게 이중 부담을 안기는 행정일 뿐이다.

덧붙이는 글 | * 임진형 기자는 대한동물약국협회 회장입니다.



태그:#농림부, #자가치료규제, #1만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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