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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조명으로 경관을 연출한 '한국판 산타마을' 나주 이슬촌. 지난해 크리스마스 축제 때 모습이다.
 야간 조명으로 경관을 연출한 '한국판 산타마을' 나주 이슬촌. 지난해 크리스마스 축제 때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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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성탄이 다가왔다. 사랑과 소망, 평화와 기쁨의 메시지를 전하는 기쁜 날이다. 하지만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국정 농단 탓이다. 촛불에 의한 대통령 탄핵과 하야 촉구로 분주한 나날이다.

그래도 성탄은 성탄이다. 소박하게 크리스마스 축제가 준비되고 있는 이슬촌을 찾아갔다. 지난 12월 18일이었다. 이슬촌은 전라남도 나주시 노안면에 자리하고 있다. 이른바 한국판 산타마을로 불린다.

'이슬촌'으로 불리는 나주시 노안면 계량마을은 병풍산(200m)이 감싸고 있다. 계수나무가 많은 마을에 어진 사람들이 모여 산다고, 계수나무 계(桂), 어질 량(良)을 쓴다. 노령산맥의 끝자락에 들어앉아 있다.

광주-무안공항 간 고속국도 나주 나들목에서 가깝다. 100여 년 전에 마을의 대동계를 조직해 서로 돕고 살았다는 마을이다. 60여 가구 80여 명이 살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살고 싶고 가고 싶은 농촌마을', 한국농촌공사의 '녹색농촌 체험마을'로 지정돼 있다.

이슬촌 크리스마스 빛축제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노안성당 전경. 100년 넘은 역사를 간직한, 나주지역의 첫 천주교회다.
 이슬촌 크리스마스 빛축제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노안성당 전경. 100년 넘은 역사를 간직한, 나주지역의 첫 천주교회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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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노안성당에 트리가 설치되고 있다. 지난 12월 18일 오후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노안성당에 트리가 설치되고 있다. 지난 12월 18일 오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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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촌의 크리스마스 축제는 마을의 '터줏대감' 격인 성당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붉은 벽돌집의 노안성당이다. 성당의 역사가 100년을 훌쩍 넘는다. 나주지역의 첫 천주교회다. 지금의 건물도 1927년에 지어졌다.

한국전쟁 때도 화마를 피했다. 건물 곳곳에 다양한 아치를 조화롭게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근대문화유산이면서 등록문화재(제44호)로 지정돼 있다. 옛 성당의 고풍스러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마을주민 대부분이 이 성당에 다니고 있다. 오래 전부터 크리스마스가 되면 성당에 모여 찬송을 하고, 선물도 나눴다. 이 전통이 마을축제로 발전했다. 성당 안의 행사가 밖으로 나와 축제가 된 셈이다. 마을을 알리는 데 한몫 톡톡히 하고 있다.

마을주민들이 크리스마스 빛축제의 주무대를 새단장하고 있다. 지난 12월 18일 오후다.
 마을주민들이 크리스마스 빛축제의 주무대를 새단장하고 있다. 지난 12월 18일 오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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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장정들이 모여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고 있다. 지난 12월 18일 오후다.
 마을의 장정들이 모여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고 있다. 지난 12월 18일 오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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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촌의 크리스마스축제는 2007년 시작됐다. 올해 9회째를 맞았다. 2010년 한 차례, 구제역 광풍으로 축제를 취소했을 뿐이다. 해마다 수천 명에서 수만 명까지 찾았다. 올 축제는 12월 21일부터 25일까지 닷새 동안 펼쳐진다. 이 기간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밤에만 열린다.

축제도 주민들이 정성껏, 직접 준비한다. 결코 이벤트사에 맡기지 않는다. 마을을 휘황찬란하게 꾸미는 조명 시설도 주민들이 한다. 성당을 중심으로 장미정원, 빛의정원 등 다양한 테마로 경관을 꾸몄다. 마을 안의 작은 동산도, 정원도 모두 빛으로 장식됐다.

논밭을 누비던 트랙터가 '썰매'로 변신하고 있다. 마을주민이 트랙터에 조명을 설치하고 어린이 손님들을 태울 좌석을 만들고 있다.
 논밭을 누비던 트랙터가 '썰매'로 변신하고 있다. 마을주민이 트랙터에 조명을 설치하고 어린이 손님들을 태울 좌석을 만들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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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가 이끄는 마차. 축제 기간에 조명을 밝혀 환상적인 마차로 변신하게 된다.
 루돌프가 이끄는 마차. 축제 기간에 조명을 밝혀 환상적인 마차로 변신하게 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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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산타 할아버지와 눈사람, 사슴, 하트 등 여러 가지 조형물도 불빛으로 연출했다. 도로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입구도 오색 불빛 반짝이는 전구로 터널을 만들어 동화 속 마을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폐교 터에 무대를 설치하고, 페인트로 단장을 한 것도 주민들이다. 주무대에 들어서는 크리스마스 트리도 주민들이 힘을 모아 세웠다. 어린이 손님들을 위한 트랙터 썰매도 주민들의 손으로 꾸몄다. 어린이들이 신나게 뛰어 놀 볏짚 미끄럼틀도 만들었다. 마을의 아낙네들은 손님들을 위한 먹을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올 축제는 '나주 이슬촌마을 크리스마스 빛축제'로 이름 붙였다. 주민들의 뜻이 한데 모인 이름이다. 축제 프로그램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트랙터 썰매다. 마을주민들이 산타 옷차림을 하고 트랙터 썰매를 운전한다. 어린이들에게 학용품 선물도 나눠준다.

이슬촌 크리스마스 빛축제 주무대 한쪽에 설치된 볏짚 미끄럼틀.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 할 놀이기구다.
 이슬촌 크리스마스 빛축제 주무대 한쪽에 설치된 볏짚 미끄럼틀.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 할 놀이기구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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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촌 산타 우체국을 찾은 여행객이 소망엽서를 쓰고 있다. 지난해 이슬촌 크리스마스 축제 때다.
 이슬촌 산타 우체국을 찾은 여행객이 소망엽서를 쓰고 있다. 지난해 이슬촌 크리스마스 축제 때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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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즐길거리도 소소하게 준비된다. 공연 출연자도 마을이나 지역 주민들이 주축을 이룬다. 마을에 사는 한지연 명창이 '우리가락 한마당'을 이끈다. 난타와 통기타, 마술, 우쿨렐레, 설장구 등 크고 작은 공연도 매한가지다. 마을의 학생들이 다니는 노안초등학교 학생들의 풍물놀이와 재롱잔치도 예정돼 있다. 풍등 날리기, 캠프파이어도 볼 만하다.

크리스마스 카페도 문을 연다. 축제 기간에만 여는 카페다. 크리스마스 우체국에선 소망엽서를 쓰고, 기념품도 살 수 있다.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준비한 먹을거리도 푸짐하다. 고사리, 토란대, 콩, 수수, 잡곡, 배즙 등 농특산물도 판다.

이슬촌 크리스마스 축제를 찾은 관광객과 주민이 공연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단촐하지만 소소한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축제판이다.
 이슬촌 크리스마스 축제를 찾은 관광객과 주민이 공연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단촐하지만 소소한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축제판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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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촌 크리스마스 축제를 빛내 줄 산타 할아버지들. 재작년 축제 때 모습이다.
 이슬촌 크리스마스 축제를 빛내 줄 산타 할아버지들. 재작년 축제 때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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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관 추진위원장은 "작은 농촌마을에서 크리스마스 축제를 연 곳은 우리 이슬촌이 처음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마을주민들이 갖고 산다"면서 "올 축제도 보름 전부터 마을주민들이 힘을 모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이슬촌 크리스마스 축제가 농한기 마을주민들의 공동체 회복에 도움이 되고 우리 농업과 농촌에도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도시와 농촌이 함께 사는 상생축제로 자리잡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작은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공룡을 타고 다니는 산타 할아버지. 이슬촌 마을의 건물 벽에 그려진 그림이다.
 공룡을 타고 다니는 산타 할아버지. 이슬촌 마을의 건물 벽에 그려진 그림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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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슬촌마을 사무국 ☎061-335-0123



태그:#이슬촌, #크리스마스빛축제, #노안성당, #노안천주교회, #산타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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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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