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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화당의 바쁜 일상생활

올해 2017년은 검화당 터를 잡은 지는 12년째이고, 2008년부터 주말농장을하다가 2012년에 은퇴하고 귀촌했으니 올해로 귀촌 7년째이다. 검화당은 500여 평의 대지와 300여 평의 텃밭 그리고 편백나무 숲, 고로쇠나무 단지, 밤나무 농장이 있고 산마늘, 곰취,고사리 등 산나물이 많이 나는 임야로 되어 있다.

2017년 1월1일 아침 08시10분에 희망의 태양이 솟아오를 때 검화당
▲ 검화당의 일출 2017년 1월1일 아침 08시10분에 희망의 태양이 솟아오를 때 검화당
ⓒ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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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작년까지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일을 제외하면, 텃밭농사와 저온저장고 지붕공사 등 집주변과 환경을 정리하고 다듬는 잡다한 일들에 밀려 임산물을 생산하고 판매하는일은 언감생심, 집사람과 둘이서 자급자족할 먹거리를 확보하는 것도 빠듯했다.

텃밭농사는 지난 9년 동안 쌓인 경험 덕분에 작년에는 토마토, 호박, 오이, 상추, 당근을 비롯한 야채와 고구마, 감자, 땅콩, 옥수수를 비롯한 곡물을 유기농으로 비교적 만족스럽게 수확할 수 있었다.

지난 4년간 토요일도 일요일도 없이 아침 7시면 일을 시작하고 1시간 점심시간까지 아껴가면서 오후 6시까지 일을 한 결과, 검화당이 정리되고 텃밭농사도 노하우가 쌓여 실패와 시행착오가 줄어들었다.

생활이 안정되고 몸과 마음에 약간의 여유가 생기자, 일에 파묻혀 사는 현실이 "귀촌의 목적은 아니지 않는가?"라는 회의가 밀려온다. 귀촌한 사람들의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 언정 대부분이 경험하는 슬로 시티의 적적함과 고립된 것 같은 외로움이 우울증과 겹쳐 정신적 공황장애로 발전하는 '귀촌증후군' 과정을 것을 겪게 되는 모양이다.

내공을 쌓고 자아의 영역을 확장하여 산골 생활의 외롭고 적적함을 유유자적한 멋으로 승화시켜 초연하게 자연과 일치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대책과 수행이 필요한 때다.

귀촌증후군

나는 당뇨 합병증으로 앓은 중풍의 후유증을 재활치료하면서 재발을 막기 위한 적당한 운동과 노동으로 고혈당을 관리해야 하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 편백숲에서 산림욕을 하면서 고로쇠수액 채취를 위한 거친 산일을 하고 텃밭에서 유기농 야채와 농작물을 가꾸는 농사일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최상의 방편이다.

은퇴 후 귀촌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산골생활을 주제로 다루는 네이버 블로그  '지리산 할머니집'은 지난 8년 동안 항상 정성을 다해 새로운 화제와 정보로 업그레이드 해오고 있다.

글을 쓰기 전에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자신의 영적 확장과 정화임을 깨닫고 자연을 닮는 사람이 되기를 소원하면서 '선농일여(禪農一如) 일부작일불식(一不作 一不食)'과 같은 일을 우선하는 삶을 나름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집사람은 원래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등단한 수필가이지만 부엌일과 텃밭일에 산일까지 겹치다 보니 일에 짓눌려 글쓰기, 책 읽기 등 자아를 돌보는 일들을 망각하고, 저녁 시간에도 TV를 보면서 흥미 위주의 시간을 보낸다.

산골로 들어와 노동을 위주로 한 삶을 살다 보니 일에 파묻혀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 되자'는 임서기의 수행적인 삶과는 거리가먼 생활이 되어 버렸다.

귀촌증후군 치료를 위한 처방

'귀촌한 사람 중 많은 사람들이 3년 동안은 산골생활의 낭만에 취해 행복하고 바쁜 나날을 보내지만, 3년이 지나 생활이 안정되면서 외롭고 한적한 산골 생활이 지루해지고 싫증나게 된다. 이런 싫증은 우울증을 동반한 심한 정신적인 공황 상태로 악화되어 다시 도시로 역귀촌 하게 되는 귀촌증후군이 남의 일이 아니다.

귀촌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한 처방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임야를 관리하고 계획적인 텃밭 일을 하고 오후에는 지리산 온천과 서시천변을 산책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영적인 삶을 추구하는 수행적인 생활을 찾자고 다짐했다.

흔들리지 않은 내공을 쌓으려면 참선, 명상, 단전호흡, 108배 등 수행적인 삶도 좋지만 독서만한 처방도 없다. 구례읍에는 매천도서관, 구례군공공도서관 등 2곳이 있고 군민이면 2주일에 5권까지 무상으로 대출해준다.

집사람에게 잊혀져 가는 책읽기를 권했더니 잃었던 세상을 다시 찾은 듯하다. 도서관의 휴관인 월요일과 화요일을 피해 2주일에 한 번씩 구례읍 도서관을 다녀오는 일이 습관이 되었다. 요즈음 저녁에는 난롯불을 지펴 놓은 거실의 소파에 앉아 딸이 사 보내온 독서대 위에서 책장을 넘기는 집사람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거실에 화목난로를 지펴놓고 딸이 사 보낸 독서대 앞에 앉아 책을 보는 집사람
▲ 독서 중인 집사람 거실에 화목난로를 지펴놓고 딸이 사 보낸 독서대 앞에 앉아 책을 보는 집사람
ⓒ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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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볼 가치가 없는 책은 한 번 볼 가치도 없다'가 지론인 나는 책을 구입해서 보는 스타일이다. 인문학에 관한 책을 읽은 경우는 극히 드물고 최근까지 서재의 책장에 보관하고 있는 전문서적을 주로 읽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집중력이 약해져 딱딱한 책은 몇 페이지 읽다 보면 어느새 졸게 된다. 이런 나의 내 책 읽는 습관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었다.

집사람이 책을 고르는 동안 차 안에서 기다리는 내가 안 돼 보였는지 한 달 전부터 10권의 책 중에 나를 위한 책도 1~2권씩 챙겨 오기 시작한 것이다. 집사람 성의에 대한 보답으로 '노무현 링컨을 만나다', '인디언의 영혼'을 읽었고 '봐라! 꽃이다' 를 읽고 있는 중이다.

걷 표지
▲ 인디언의 영혼 걷 표지
ⓒ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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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
▲ 인디언의 영혼 뒷면
ⓒ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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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의 영혼을 읽으면서는 상당한 공감 부분을 확인했다. 특히 최초의 인디언 의사가 된 저자 오히예사('승리자' 의미의 인디언 말)가 "얼굴 흰 사람들은 소득과 과시가 목적인 인위적인삶을 살지만, 인디언들은 존재와 번식을 위한 자연적인 삶을 지향한다"고 지적한 부분이다.

전에 류시화씨가 번역한 인디언 추장들의 연설 모음집인 '나는 왜 네가 아니고 나인가?'라는 책의 시애틀 추장의 연설문 내용 중 "얼굴 휜 사람들의 대추장(워싱턴)은 자기들에게 땅을 팔고 우리들은 보호지역으로 들어가라"고 종용하지만 "얼굴 흰 사람들은 대지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기에 사고 팔 수 있지만, 우리들은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땅이기에 사고 팔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문구를 대하면서 가슴이 떨려왔던 기억이 새롭다. 

나는 이 때 백인들의 인디언 정복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알았고 지구의 역사 상 가장 잔혹한 만행(蠻行)으로 규명하면서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 방향을 어렴풋이나마 정리할 수 있었다.

책을 쓰는 저자들은 자신의 정수를 책 속에 담기 마련이다. 시간과공간을 초월하여 저자의 정수를 접할 수 있는 것은 책을 읽는 사람만의 특권이다.

책은 귀촌증후군 예방을 위한 최고의 처방이다.


태그:#귀촌증후군, #아메리카 인디언, #인디언의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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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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