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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숲 연못
The Pond of the Jangsan Forest

장산숲 연못.
 장산숲 연못.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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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하늘과 키 큰 나무들

인화지처럼 찍혀 있다
The sky of flexibility and tall trees
Are there taken like photographic paper

이상옥 시인의 디카시 "장산숲 연못"이다. 이 시인이 사진을 찍고 감흥을 짧은 시로 써놓았다. 이 시는 이상옥 시인의 두 번째 디카시집 <장산숲>에 실려 있다. 그는 '디카시'를 개척해 왔다.

이상옥 시인이  고향집 경남 고성에서 마산의 창신대학으로 출퇴근하면서 '디카시'라는 신조어로 한국디지털도서관 개인 서재에 2004년 4월부터 6월까지 두 달간 집중 연재했다. 그는 같은 해 9월 국내 최초의 디카시집 <고성가도(固城街道)>를 출간했다.

디카시를 공론화하며 디카시 문예운동을 주재해 온 지 14년 만에 그는 두 번째 디카시집 <장산숲>을 펴냈다.

표제인 '장산숲'은 이상옥 시인의 고향 장산마을에 있는 아름다운 숲이다. KBS-2TV 월화극 "구르미 그린 달빛"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50년대 후반부터 60년대 초반까지 이상옥 시인의 유년은 장산숲과 그 주변의 들과 산으로 들개처럼 뛰놀며 인위적인 것이 개입될 여지가 없는 친자연 그 자체였다.

이상옥 시인은 지금까지도 그때 자연으로부터 익혔던 세계관의 영향 속에서 시작 활동을 한다. 이번 디카시집 <장산숲>은 이상옥 시인을 시인 되게 한 유년의 '장산숲'에 대한 헌사라 해도 좋다. 

이상옥 시인은 1999년 창신대에 문예창작과가 개설되어 시론 교수로 첫 발을 내디디게 되면서 문예창작과 교수로서 뉴 미디어 시대에 시는 어떻게 새롭게 대응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시라는 양식이 미디어의 진화에 따라 모양을 달리해 왔던 것을 염두에 두며 디지털카메라를 활용하여 자연이나 사물에서 포착한 영감을 찍고 쓰는 시인 '디카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새로운 시를 실험한 것이 결과적으로 오늘의 디카시라는 장르를 탄생케 한 것이다.

이상옥 시인의 두번째 디카시집 <장산숲>.
 이상옥 시인의 두번째 디카시집 <장산숲>.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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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묶은 디카시집은  지난해 시인 자신이 출간한  디카시론서 <디카시 창작 입문>에서 이론화 한 것을 실천하는 시집으로 자연이나 사물이 시인에게 말하는 걸 받아 쓰는 자세를 견지했다.

인위적으로 말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문자시를 쓰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이었다. 사물이나 자연이 주체가 되고 시인은 철저히 객체가 되었다. 사물에 집중하고 겸손히 듣는 마음의 자세로 사물이, 아니 신이 시인의 마음에 미세한 음성으로 말씀하시는 것을 받아 적듯 쓴 것이다.

따라서 이 디카시집의 대부분은 사물이나 자연에서 영감을 포착하고 찍고 쓰는 것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여기 수록된 작품들은 모두 <오마이뉴스>의 '디카시로 여는 세상'에 연재한 디카시이다. 2013년 7월 11일 첫 연재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디카시 158편 중 60여 편을 발췌하여 한 권의 디카시집으로 묶은 것이다.

이번 디카시집은 디카시가 고성에서 발원하여 한국을 넘어 중국을 비롯한 해외로 소개되는 과정을 그대로 표상한다. 제1부는 고성의 고향집을 중심으로 하여 고성과 국내 전역에서 포착한 디카시로 이뤄져 있다.

제2부는 디카시 중국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하남성 정주에서 포착한 디카시다. 제3부는 정주를 넘어 서안, 카이펑, 우루무치, 북경, 소흥, 낙양 등 중국 대륙과 홍콩, 세부, 벳푸, 파타야 등 해외 여러 곳을 여행하며 포착한 디카시다.

이 디카시집은 고성에서 한국 전역으로, 중국 정주에서 중국 대륙으로, 그리고 홍콩 일본 등 세계로 디카시가 확산되는 여정을 따라 구성되어 있다.

이상옥 시인은 디카시 주창자로서 이번 디카시집 출간을 통해 무엇보다 문자시와 다른 디카시의 창작 방법인 순간 포착, 순간 언술과 함께 실시간 쌍방향 소통까지 이뤄지는 디카시의 정체성이 더욱 공고해지기를 바라며 그 실천적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로 표현한 시이다.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학 장르로, 언어 예술이라는 기존 시의 범주를 확장하여 영상과 문자를 하나의 텍스트로 결합한 멀티 언어 예술이다.

현재 디카시는 경남 고성을 발원지로 하여 전국적인 문예운동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 문학용어로 등재되고 미국, 중국  해외로까지 소개되고 있다.

이상옥 시인은 <하얀 감꽃이 피던 날>, <꿈꾸는 애벌레만 나비의 눈을 달았다>, <유리그릇>, <환승역에서>, <그리운 외뿔>이 있고, 평론집과이론서로 <변방의 시학>, <역류하는 시학>, <시적 담화체계 연구> ED이 있다 그는 제29회 시문학상, 제5회 유심작품상, 제24회 경남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태그:#이상옥, #디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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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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