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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발견
 배움의발견
ⓒ 타라웨스트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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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가정에서는 아이가 자라고 일정 나이가 되면 학교를 보낸다. 아니면 홈스쿨링을 선택하여 가정에서 학습을 하기도 한다. 학습의 형태는 다르지만 배움의 과정은 비슷할 것이다. 가난하고 형편이 어려운 환경 때문에 못 배울 수도 있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아이들에게 배움은 당연한 모습일 것이다. 

<배움의 발견>의 저자 '타라 웨스트 오버'는 16살까지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제대로 된 홈스쿨링도 받지 못했다. 부모님이 없거나 학교를 다닐 수 없는 만큼 힘든 상황은 아니었다. 이유는 오로지 아버지의 '종교적 원리주의와 피해 망상' 때문이었다. 그는 여전히 '두려움이 많고 조바심을 치면서 식량과 탄약을 비축하느라' 바쁘다. 학교는 '아이들을 신에게 멀어지게 하려는 정부의 음모'라고 생각하고 있다.

타라는 이런 아버지의 그들 아래에서 살아야 했다. 그녀는 일곱 남매의 막내딸이었다. 오빠들은 독립하여 집을 떠나게 되었다. 그녀는 일손이 부족한 폐기 처리장에서 하루 종일 아버지의 일을 도와야 했다. 오일과 약초를 만드는 어머니 일도 거들었다. 다른 활동이라고는 모르몬교 성경 공부와 교회에 출석하는 일이 전부였다. 지난한 일상 가운데 학교에 입학한 타일러 오빠를 떠올렸다. 타라는 오빠처럼 학교에 가고 싶었다. 다짐의 순간이었다. 
"그 순간은 그 해 겨울에 나를 찾아왔다. (중략) 그러나 순간 숨이 턱 막히면서 나는 내 몸에서 빠져나갔다. 나는 더 이상 부모님이나 우리 집 거실을 보고 있지 않았다. 내 눈앞에는 스스로 생각할 줄 알고, 스스로 기도할 줄 아는 성인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아버지의 발 앞에 어린아이처럼 앉아 있지 않았다." (213쪽)

타라는 17살에 브리엄 영 대학교에 입학한다. 그리고 27살 케임브리지 대학 박사과정을 통과한다. 10년 동안 배움의 과정은 고통과 환희가 끊임없이 교차한 여정이었다. 그녀에게 배움은 '책에 쓰인 말들을 나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믿으며 읽는 것은 전율이 흐를 정도로 기쁜 일'이었다. 하지만 배움의 길에서 돌아서지 않는다면 그녀를 만나지 않겠다는 부모님의 메시지는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배움의 발견은 가족의 상실로 이어졌다. 

타라가 부모와 절연에도 불구하고 배움의 발견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녀의 삶은 그동안 '늘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로 서술되어 왔'다. '그들의 목소리는 강하고, 단호하고, 절대적'이었지만 교육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찾게 된다. 하지만 방학이나 휴가 때 집에 머무르게 되면, 그녀는 '다시 돌아오라'는 아버지의 강요에 또다시 흔들리곤 했다. 그녀를 학교에서 그녀를 상담해준 선생님이나 여러 친구들이 '당분간 집에 가지 말라'고 충고해도 듣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전까지는 깨닫지 못했던 사실을 이해했다. 내가 아버지의 세상을 거부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세상이 아닌 바깥세상에서 살 용기를 아직 찾지 못했다는 사실 말이다." (401쪽)

배움을 통해 새로운 지식과 깊은 성찰을 얻어도 그만큼 행동하며 살아가는 일은 또 다른 문제다. 아무리 배움의 발견이 감격스럽고 행복하더라도 뼛속까지 익숙해진 세계에서 벗어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용기가 필요하다. 이 용기는 어디서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타라는 배움의 여정에서 이를 얻게 된다. 
"적극적 자유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는 것, 스스로를 스스로가 다스린다는 의미였다. 그는 적극적 자유를 갖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이성과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이성적인 두려움이나 믿음, 중독, 미신을 비롯한 모든 형태의 자기 강박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말이다."( 399쪽)

이사야 벌린의 자유의 개념 중 '적극적 자유'에 대해 배운 뒤에 타라는 '자기 강박'의 의미를 몰라 고민에 빠진다. 그러다 우연히 듣게 된 노래에서 '정신적 노예 상태에서 자신을 해방시키자, 마음을 해방시킬 자는 자신뿐이리'라는 가사를 발견한다. 타라는 그 의미를 찾으려고 애를 쓰는 과정에서 '바깥세상에서 살 용기'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의 부모가 거부하던 예방접종을 맞는다.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행동이다.

타라에게 배움은 '변화한 사람, 새로운 자아'의 탄생과 성숙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타라에게는 더욱 극적이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가족의 지지 가운데 교육을 받고 배운다. 하지만 타라는 정체성을 찾고 자신의 삶의 주체가 되기 위해 오히려 가족과 불화를 겪어야 하는 상황까지 처한다. 변화되고 새롭게 달라진 그녀의 성장을 축하해 주기보다 더 핍박하는 현실이다. 어쩌면 이 모습 자체가 진정한 배움의 역할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타라가 배움을 선택했다고 해서 가족과 과거의 삶 자체에 대한 완전한 단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타라는 새로운 배움의 세계에서 자신의 과거와 배움을 연결하여 역사학자들에 대한 공부를 하기로 결심한다. 강요받은 숭배 대상이었던 모르몬교의 조지프 스미스와 브리검 영의 서신들을 '사회 정책의 시각'으로 검토하며 논문의 방향을 잡는다. '일부다처제를 그 목적에 비추어 고찰했고, 동일한 기간에 나온 다른 움직임이나 이론들과도 비교' 연구한다. 이런 배움의 과정은 남들과 유달리 달랐던 자신의 과거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이끌어주는 교육의 실천적인 부분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역사 자체가 아니라 역사학자들에 대한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중략) 나는 그들의 저술이 절대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주관적 편견이 가미된 주장들을 서로 교환하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나면, 내가 배운 역사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운 역사와 다르다는 사실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버지도 틀릴 수 있고, 칼라일이나 매콜리, 트리벨리언 같은 위대한 역사학자들도 틀릴 수 있다. 그들이 논쟁의 불을 지핀 후 남은 재로부터 내가 살 수 있는 세상을 세울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내가 발을 디딘 땅이 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 거기에 설 수 있을 것 같았다."(373쪽)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박사 논문을 쓰는 동안 심리 상담을 받아야 했고 가족과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결국 타라를 다시 모르몬교도로 만들 위해 학교에 찾아온 부모님과 설전 끝에 절연하고 말았다. 이후 박사논문을 통과하여 집으로 갔지만 부모님을 만나지 못했다. 그들을 향한 '분노와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2년의 시간을 더 흘려보내야 했다. 
"오래된 불만들을 끊임없이 들먹이며 탓하기를 멈춘 후에야, 아버지의 죄와 내 죄의 무게를 견주는 것을 멈추고 내 결정을 그 자체로 받아들인 후에야 비로소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버지를 등식에서 완전히 뺀 후에야 가능해진 일이었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내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아버지 때문이라는 것도 받아들였다. 아버지가 그럴 만큼 큰 잘못을 해서가 아니라 내가 필요했기 때문에." (505쪽)

지금 타라는 배움을 통해 '새로운 삶을 쌓아 올리는 데 성공'했고 행복하고 평화로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부모님과 화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이를 자신의 결정으로 받아들였다. 교육, 배움을 통해 새롭게 탄생하고 변화한 자신이 내린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여러 아쉬움과 아픔을 스스로 극복할 방법을, 타라는 찾아낼 것이다. 10년 동안 얻은 '배움의 발견'이란 바로 이런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지금도 그 길을 가고 있다. 

나에게 배움이란 무엇일까. 어릴 때 학교는 꼭 가야 하는 곳이었고 배움의 과정은 시험의 연속으로 기억된다. 수동적이고 기계적인 모습이 많았다. 대신에 40대에 들어서 다양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요즘, 진정한 배움을 발견하고 있다. 타라만큼 극적으로 변화한 자아를 만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매일 조금씩 읽고 단상을 적으면서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아픔과 생각해보지 못했던 문제들, 그리고 깨닫지 못했던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지금 <배움의 발견>이라는 이 책을 읽고 글을 써보는 것자체가 나만의 '배움의 발견'일 것이다.

태그:#배움의발견, #타라웨스트오버, #강박에서벗어나자유를향해, #배움을통한극적인자기변화, #나에게배움이란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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