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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가 연일 노무현에게 색깔론 공세를 가하고 있다. 지난 3일 대구에서는 대한민국의 건국 역사관, 통일이후의 체제문제,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거론하며 노무현에게 이념적인 좌표를 설명하라고 요구하였다. 여기에다 이회창과 조중동 수구언론도 가세하여 민주당과 노무현을 겨냥하여 연일 "좌, 좌, 좌"라는 용어로 신문지상을 도배하고 있다.

이인제는 무엇 때문에 색깔론 공세를 더욱 강화하는가? 당내의 비판과 중지요구도 묵살하고 본인과 특보들이 번갈아 가면서 집요하게 색깔론을 제기하는 숨은 의도는 무엇인가?

김대중 대통령은 그동안 언론과 수구 정치권의 집요한 색깔론 공세에 시달렸다. 민주당원은 너무나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점을 이인제가 모를리 없다. 그런 그가 노무현에게 지속적으로 색깔론 공세를 펴는 까닭은 숨은 의도가 있다.

이것을 정치적인 관점에서 살펴본다.

첫째는 영남지역 민주당원의 표심 확보이다. 대전, 충남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획득하여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영남지역에서 역으로 압도적 패배를 당한다면 수도권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절박감이 표현된 것이다.

이인제 선거캠프는 영남후보인 김중권이 후보사퇴를 하자 위기감이 더욱 증폭되었다. 따라서 음모론, 배후론을 거론하며 농성이란 방식으로 휴식기를 보낸 뒤에 일거에 국면을 전환시키고자, 민주당원이라도 호남과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영남당원의 표심을 겨냥한 네가티브 선거전략이 이념공세이다.

둘째는 상쇄전략과 반격전략이다. 이인제는 초기에 대세론과 보은론, 조직의 세가지 축이면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하였다. 하지만 대세론은 대안론에 꺾이고, 보은론은 본선경쟁력에 밀리고, 조직은 바람에 무너졌다. 따라서 노풍을 상쇄하고 공세로 전환하려는 고단위 반격이 필요하였다.

이인제는 공세전략의 필요와 함께 선거국면을 바꾸기 위해서는 수구언론과도 이익이 합치되어야 했다. 바로 이때 필요한 공세논리가 바로 색깔론이다.

그리고 이회창, 이인제 대세론을 확산시킨 수구언론은 노풍을 잠재우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이인제의 색깔론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른바 색깔론은 이인제의 대권욕과 수구언론의 이익이 결합된 정치적 불륜이다.

셋째는 이념적인 스펙트럼을 노린 고단수 전략이다. 이인제는 경쟁상대인 노무현은 좌경, 이회창은 수구로 몰아붙이고 자신은 가운데인 중도개혁으로 자리매김 하려는 의도이다. 6.13 지방선거후 정치지형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충청권의 압도적 지지라면 이를 발판으로 중도노선을 표방하면 독자적인 정치세력화가 가능하고, 이에 덧붙혀 이념적인 스펙트럼을 좌, 우, 중으로 갈라놓는다면 6월부터 본선이 시작되는 10월까지는 정치적인 운신의 폭이 그만큼 넓어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하였을 것이다.

넷째는 경선에서 패배할 경우를 상정한 전략이다. 노무현의 정책지향점을 좌파, 좌경으로 설정하고, 경선에서 패배한다면 이것을 탈당의 빌미로 삼고자 하는 의도이다. 그는 지난날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회창에게 졌을 때 경선불복과 탈당의 명분을 이회창 아들의 군면제에 두었다.

따라서 이번에도 민주경선에서 패배한다는 그는 노무현의 사상이 좌경이라 당을 함께 할 수도 없고, 이런 사람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논리를 펴면서 탈당하고 본선에 뛰어들 것이다.

이인제의 이러한 색깔론 공세에 숨은 의도가 말그대로 성공할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그는 적어도 한국정치의 발전을 저해하고, 수구적인 정치이념, 과거지향적 인물, 구시대적인 색깔론에 함몰된 정치인 등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노정하였다. 따라서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는 이인제를 더욱 궁지로 몰아 놓을 것이다. 적어도 개혁과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정치의식은 색깔론을 받아들이는 수준을 뛰어 넘은지 오래기 때문이다.

이인제의 네가티브 색깔론 공세는 그의 전략적인 실패에서 나아가 향후 그의 정치적 입지를 한순간에 몰락시킬 잠재적 폭풍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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