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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교육진흥원에서 수업중인 재외동포 학생들.
ⓒ 이안순
교육인적자원부(교육부총리 김진표)가 광복 61주년을 계기로 지난 토요일(19일) 오후 재외동포 학생들에게 '한지공예'를 교육한다는 얘기를 듣고 발길을 국제교육진흥원으로 옮겼다.

방학 때나 주말이면 아이들 교육의 하나로 너나 할 것 없이 찾는 영어체험학습이나 국외 현지연수 등의 이야기를 들을라치면, 앞으로 경쟁력을 갖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싶어 우울해지기도 한다. 때문에 이번 '한지공예' 교육대상이 재외동포 학생들, 그것도 미국과 일본, 중국뿐 아니라 유럽과 구소련지역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하니 그 교육이 더욱더 궁금해졌다.

서울 혜화동에 있는 국제교육진흥원에 들어서니 영어와 러시아어로 설명하는 수업을 30여 명의 학생이 듣고 있었다. 분위기는 진중하지만 즐겁고 자유로웠다.

▲ 좌로부터 서전영, 김 알렉산드르, 김미숙님.
ⓒ 이안순
김미숙 강사가 한지공예에 대해 우리말로 설명하면, 서전영 지도교수가 영어로, 그 뒤를 이어 조교인 김 알렉산드르가 러시아어로 설명을 한다. 이렇게 두 번의 통역이 되는 것은 학생들 중에 유럽과 CIS(구소련)지역에서 온 학생들이 많기 때문.

유희자 의석공예 대표는 "이번 한지공예 교육 작품은 한국 고유의 매듭과 버선코, 기와의 선을 이용한 작품으로 한국의 멋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며 "완성된 작품이 그냥 전시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 쓰일 수 있도록 하나의 기능을 갖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또 "매듭을 비롯한 모든 재료를 국산품으로 준비하고, 특히 손을 이용해서 직접 그 재질과 한지의 감촉을 즐길 수 있게 하였다"고 강조했다.

▲ 유스호스텔에서 수업받고 있는 재외동포 학생들.
ⓒ 이안순
뒤이어 이동한 유스호스텔에 있는 재외동포 그룹에는 아시아와 남미의 학생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어에 능통해서인지 수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국제교육진흥원에 있는 학생들의 분위기가 진중하고 학구적이었다면, 이곳에 있는 학생들은 즐겁게 축제를 즐기는 듯한 분위기였다. 지도 교수들은 이들에 대해 "학교에서 우수한 학생들만 뽑아서 보낸 것 때문인지 습득력과 이해력이 빠르다"고 말했다.

▲ 황경숙 의석(한지)공예 강사.
ⓒ 이안순
동남아, 남미지역 대학생들로 이루어진 재외동포 그룹의 김동희 지도교수는 "지금 함께 잘 어울리는 모습과 달리 교육 초반에는 호주,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지역별로 나뉘어 행동하는 양상을 보였다"며 서먹서먹했던 학생들의 모습을 전했다.

버스로 이동할 때 재외동포 학생들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호주지역 학생들은 버스 맨 뒤편에 앉아 각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중국지역 학생들은 여기저기 둘러보느라고 바쁘고, 남미지역 학생들은 TV 오락프로그램 분위기로 자기들끼리 모여 게임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 학생은 '내가 이곳에 왜 오게 되었을까?'라고 의아했고, 더구나 한국에서 경비 전액을 다 부담하면서까지 자신들에게 이 모든 것을 베푸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김 지도교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것을 알게 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점점 알아가는 것 같았다"며 "학생들은 '아! 나도 한국인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불평만 하던 모습에서 점점 이해와 즐겁게 배우는 모습으로 바뀌어 갔다"고 말했다.

덧붙여 김 지도교수는 "독립기념관을 열심히 설명하며 돌아보고 나오는데 한 학생이 '독립이 뭐예요?'라고 묻는 통에 그만 쓰러졌다"며 "역사적인 배경을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한국사와 문화유산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게 한 토막이야기"라고 말했다.

"한국문화 재미있어요"
재외동포 학생들의 모국 방문 이야기

▲ 사진 왼쪽부터 김 알렉산드르, 이 율리야, 한 세르게이.
ⓒ 이안순
김 알렉산드르(남·88년생·우즈베키스탄) "한국문화 재미있어요."
한지공예가 너무 어렵다는 알렉산드르는 모국 방문 기간에 받은 교육에서 '다도'가 가장 좋았으며, 특히 '연꽃 차'가 일품이었다고 말한다. 한국방문이 처음인 그는 많은 한국사람을 만나면서 그동안 한국에 대해 들었던 것과 달리 친절함과 한국인만이 가지고 있는 예절에 놀랐다고 한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사도 많이 배웠지만, 이번에 역사나 문화를 통해 그 속에 녹아있는 예절을 많이 배웠다고 한다.

이 율리야(여·86년생·키르기스스탄) "어때요 내 작품, 예쁘죠!"
한국방문도 처음이고 한지공예도 처음 접해보지만,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지면서 완성되어 가는 것을 보니 너무 재미있다는 율리야. 외모는 흡사 남자를 연상시키지만 장래 필름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당당한 여성이다.

에버랜드보다 '난타' 공연이 좋았다며, 또 보고 싶은 공연이라고 한다. 한국은 옛 건물들과 많은 사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와보고는 깜짝 놀랐단다. 마치 유럽 같았다고. 율리아는 현지에서 학생VJ를 했었다.

한 세르게이(남·87년생·키르기스스탄) "난타, 끝내줘요."
세르게이는 난타처럼 액티브한 연극관람은 처음이라고 한다. 그 속에서 긍정적이고 파워풀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단다. 한국은 습기가 많고, 발전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보니 많이 다른 모습이었단다. 많은 빌딩과 다양한 사람들을 보면서 잘 사는 거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 재외동포 학생인 이 드미트리(왼쪽 사진), 김 나탈리아.
ⓒ 이안순
이 드미트리(남·85년생·키르기스스탄) "에버랜드! 정말 신나요."
자신이 있는 곳에 에버랜드 같은 곳이 없다고 말하는 드미트리. 마치 디즈니랜드에 온 어린 아이처럼 신나게 놀았다고 한다. '난타'가 참 인상적이었다고 말하는 그는 공연을 보면서 정말 많이 웃었다고.

김 나탈리아(여·87년생·우즈베키스탄) "태껸이 좋아요."
같은 환경(재외동포)에 있는 다국적의 여러 학생과 함께하니 나 혼자가 아니라서 좋았고, 교육을 받는 동안 자부심도 가질 수 있어서 뿌듯하고 든든했다는 나탈리아는 한국어 전공을 했다. 그래서인지 한국어가 아주 능숙했고 표현력도 좋았다. 한국이 두 번째라는 그녀는 한국 유학을 꿈꾸고 있다.

▲ 모두 모여서 한컷!
ⓒ 이안순
재외동포학생 모국방문 연수로 민족적 자긍심 부여

교육인적자원부는(교육부총리 김진표) 광복 61주년을 계기로 올해부터 2001년까지 5년간 국외에 거주하는 우리 동포 학생 총 5000명(매년 1000명 내외)을 대상으로 '재외동포학생 모국방문 연수 사업'을 실시한다.

이 행사는 재외동포 자녀들에게 모국방문 기회를 제공하여 조국의 발전상을 직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민족적 자긍심을 부여하고, 재외동포 교육 및 국제교육 교류의 활성화 기반을 구축하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올해 1차 연수사업은 국제교육진흥원 주관으로 전 세계 총 33개국에서 고교생 및 대학생 등 1000여 명의 학생을 초청해 1, 2기로 나눠 각각 7박 8일간의 일정으로 실시했다. 이들에게 들어가는 항공료와 숙식비, 현장답사비 등 연수 경비 일체를 우리나라에서 지원했다.

재외동포 학생들은 연수기간 동안 경복궁 및 국립중앙박물관 등 문화유적지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의 산업 시설을 견학했다. 특히 한국어 및 역사와 문화에 대한 강의, 현장학습, 특별활동 등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한지공예' 교육도 체험학습의 하나로 많은 학생이 관심을 보인 과정 중의 하나다. 이외에도 태권도, 택견 등 체험학습 활동을 했다.

또 연수생들은 경희대와 고려대, 서울대 등 국내 대학을 방문했으며, 현재 각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들과 교류하는 자리도 가져 한국 대학의 유학 지원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도 주어졌다.

이 연수사업은 국제교육진흥원과 교육인적자원부, 주재국공관(한국교육원)이 함께 협력하여 추진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연수사업은 재외동포 2, 3세 학생들에게 모국이해 교육과 함께 조국의 발전상을 직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민족 정체성을 확립하고, 한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을 준다"며 "나아가 이들을 우리의 중요한 국외 인적자원으로 개발·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데 이바지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모국방문 사업을 통해 지리적 경제적 여건으로 방문이 어려웠던 재외동포 자녀들에게 항공료와 연수 경비를 부담해 줌으로써 조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줄 수 있다"며 그동안 국외에서 국가발전과 국익에 이바지한 동포들의 공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먼 미래 내다보면 타국에 든든한 응원군 갖게 되는 것"
[인터뷰] '재외동포 모국방문' 기획 총괄하는 함정식 교육연구사

다음은 '재외동포학생 모국방문 연수 사업' 기획을 총괄하고 있는 함정식 교육연구사의 인터뷰를 요약한 내용이다.

- 이번 모국방문 연수 대상은 누구인가.
"대상자 선발을 위해 2∼3개월 걸쳐 70여 개 재외공관에 학생선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지역에 따라 지원요건 등이 조금 다를 수는 있으나, 기본적으로 현지 출생자 또는 만 5세 이전 거주자일 것, 고등학교 및 대학교에 재학 중이며 성적이 우수하고 심신이 건강한 자일 것, 한국 방문기회가 없었을 것 등이다. 고교생은 항공료 등의 이유로 중국과 일본, 구소련 등 비교적 근접지역의 학생들을 선발하였다."

- '재외동포학생 모국방문 연수사업' 실시하게 된 동기는?
"우리는 과거 대규모 유학사태로 무역수지 역조현상을 겪었다. 이번 연수사업은 5개년 계획으로 '밖으로 나가는 유학'이 아닌 '들어오는 유학'을 표방하였다. 고등학생들에게는 유학 지원시스템을 홍보하기도 했다. 베이징, 상해, 싱가포르, 동경 등에 유학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경희대는 유학생들을 위해 근로 장학생을 뽑고, 대학홍보업무 등 유학생들의 자금을 돕는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모국방문 연수사업이 다른 프로그램과 다른 점은?
"교육개발진흥원에서는 재외동포학생들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이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대규모(고등학생·대학생 각 4개 그룹)로 학생들을 초청할 때 정부에서 항공료 등 연수비용 일체를 지급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 초대된 학생들을 간략히 소개해 준다면?
"중국은 주로 동부지역의 조선족 학생들이었는데, 그 부모들은 일찍이 국내에 들어와 가족들을 위해 일을 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몇 년을 부모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지내온 학생들이 있어서 부모와의 상봉의 기회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부모와 별개로 학교장의 추천으로 이뤄진 모국방문이다. 하얼빈과 심양, 연변 등에서 상위 3% 이내인 학생들이었다.

구소련 지역에서 온 학생들은 모스크바, 사할린,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생활수준이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소수민족 언어말살정책으로 대부분 한국말을 잊은 세대였다. 그러나 이번 모국방문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을 두게 되었으며, 학생들이 유학안내시스템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일본 지역은 자기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학생들에게 이번 기회를 주었다. 조국에서 같은 동포임을 인정해 주었다는 인정감과 한민족이라는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 어떤 프로그램에 중점을 두었는지?
"교육 프로그램은 한지, 다도, 민요, 태권도, 태껸 등 우리 문화를 알리는데 중점을 두었다. 프로그램 운영비가 비싼 편이지만, 먼 미래를 내다본다면 타국에 든든한 응원군을 갖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둬줄 것을 바란다.

스스로 타국에 이주하게 된 동포들도 있지만, 과거 새마을운동 등 경제발전 과정에서 독일로 갔던 광부와 간호원 등과 같이 타의에 의해 타국으로 이주한 동포들도 있다. 이들에게 부채의식을 갖고, 이제는 그들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물질이 아닌 문화와 교육의 확대로 재외동포 지원을 높여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와 관련 자세한 사항은 국제교육진흥원 사이트( http://www.ied.go.kr)를 참고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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