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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MBC 드라마 <하얀 거탑>이 인기다. 일본의 동명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일본에 역수출된다고 하니 더욱 관심이 높다. 그렇다면 이 작품의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극을 관통하는 대결 구도의 흐름이 현실적이면서도 매우 역동적이라는 점이다. 강자가 약자가 되고, 약자가 강자가 되는 흐름이 극 전체에, 또한 매회 짜임새 있게 그려진다.

극적 구도의 역동성

@BRI@극의 대립 구조는 초반에 국립대학 외과 과장 자리를 둘러싼 암투로 시작한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난 천재 의사 장준혁(김명민)과 그를 못마땅하게 여긴 이주완(이정길)외과 과장과의 갈등,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세력 다툼으로 이어진다. 드라마는 정글의 세계와도 같은 비정한 현실 세계의 단면을 보여준다.

결국 장준혁은 새로운 외과 과장이 된다. 시청자들은 정의롭지 못하다고는 하나, 자신의 뛰어난 의술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으려면 외과 과장이 되어 권력도 가져야 한다는 장준혁의 사고에 어느 정도 공감을 표시하고 있는 듯 하다. 시청자들의 이런 반응은 또한 과장이 되기 전까지 장준혁이 도전자의 위치에 있었던 점이 작용하는 듯 보인다. '약자'를 응원하는 일종의 '언더독 효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외과 과장이 된 장준혁과 최도영(이선균)의 대립구도는 이전과는 매우 달라진다. 장준혁식 현실주의적 세계관과 최도영의 이상주의적 세계관의 대립이기 때문이다. 장준혁은 '결과와 외양'에 의미를 두는 반면 최도영은 '과정과 진심'에 무게를 둔다. 이미 장준혁은 권력자로 올라섰고, 최도영은 새로운 도전자가 된 셈이다.

이러한 구도라면, 승부는 이미 결론이 난 셈이라고 보인다. 시청자들도 이미 권력을 얻은 자로서 장준혁의 겸손하지 못한 행위에 대해 이제는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결국 최도영의 승리로 카타르시스를 얻고 싶어할 것이다.

매력 넘치는 극 중 인물 캐릭터

두 번째는 극중 인물들의 매력이라고 보인다. 특히 장준혁과 최도영은 둘 다 매우 매력적인 인물이다. 천재형 장준혁과 노력형 최도영은 둘 다 국립대학 교수가 될 정도로 출중한 능력의 소유자이다. 둘 다 좋은 의사가 되길 꿈꾸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한 과정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르다.

장준혁은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더 많은 이에게 혜택을 받게 하자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실력에 걸맞은 지위에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명인대학 외과 과장 자리는 그의 꿈을 실현 시켜주는 수단이자, 목표가 된다. 전형적인 현실형 인간으로서의 캐릭터이다.

반면, 최도영은 주어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의사로서의 참 본분이라고 생각하는 이상주의형 인간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소중히 여기며, 과정에 충실하면 결과도 좋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장준혁의 고민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승리자가 되기 위한 '자기 확신'일 것이다. 천재인 장준혁은 외과 과장이 되기 위해 '실력도 없는' 의사들의 비위를 맞추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그는 과장이 되길 원했고, 굴욕도 감수해야 했다.

이제 과장이 된 장준혁은 자기가 보아오던 그런 무능력한 의사들이 아닌, 진정 능력 있는 완벽한 의사가 되길 원했다. 그러한 자기 암시가 레지던트의 보고를 무시하게 하고, 친구인 최도영의 충고에 기분이 상하고 만다. 그리고 실수가 발견되었음에도 인정하려 하지 않고, 결국 독선과 아집의 늪에 서서히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의 모습은 자기의 아름다움에 도취 되어 물에 빠져 죽는 '나르시스의 비극'에 가깝다.

반면, 늘 진지하고, 과정에 충실한 최도영의 고민은 햄릿형에 가깝다. '도덕이냐, 현실이냐?', '친구냐, 환자냐?'의 선택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민 속에 허덕인다. 결국 '지사'의 길을 선택하지만, 자신의 선택이라기보다는 운명에 이끌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 밖에도 영국 신사 이주완 과장, 부원장(김창완) 등 외양과 내심을 달리하는 캐릭터나, 석좌교수(변희봉), 이주완의 딸 이윤진(송선미) 등 원칙과 도덕을 지키는 캐릭터들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중견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

마지막으로,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김명민은 <불멸의 이순신> 이후 카리스마 연기가 물이 오른 듯하다. 이선균은 새롭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떠올랐고, 비열한 악역 캐릭터의 김창완의 발견은 매우 신선했다. 이정길이나 변희봉 등 중년 연기자들의 탄탄한 연기가 극을 살리고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만, 이제 큰 구도도 다 보여 주었고, 어찌보면 뻔한 결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나머지 부분을 어떻게 역동적으로 그려갈지 자못 궁금해진다. 그저 "도덕과 원칙이 이기고, 주인공은 뒤늦게 뉘우치고 개과천선한다'는 다소 맥빠지는 결론을 보강할 그 무엇이 있을까? 그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 TV리뷰 시민 기자단 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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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코리아 전문위원입니다. 대통령비서실, 충남도청, 인천시청, 서울시청, 한국수자원공사 등에서 홍보, 소통, 미디어, 브랜드 업무를 주관했습니다. 책과 여행, 시사와 문화를 나만의 시선으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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