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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선에 성공한 이시하라 신타로 현 도쿄도지사
ⓒ 박철현
도쿄도지사 선거는 예상대로 이시하라 신타로 현 지사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그러나 이번 당선이 과연 그에게 좋기만 한 일일까. 선거 결과를 보고 우선 든 생각은 바로 이런 회의였다.

최근 몇 개월간 이시하라 도정에 대해 취재를 하면서 만난 도쿄도청 간부나 직원, 도 관계자들은 대부분 그를 혐오하거나 그에게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실제로 이런 상황을 반영하는 데이터도 있다.

도정전문지 <도정신보>가 2006년 11월, 300명 이상의 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0% 이상인 56.3%가 이시하라 현 지사의 3선 출마에 반대했다. 그 중 부장급 이상 간부 직원에서는 62%, 과장급에서는 66%가 반대했다.

이시하라 지사는 작년 말부터 호화 외유와 고액의 접대, 막내아들을 도 미술사업에 끌어들인 사실이 발각되는 등 연일 비난 세례를 받았다.

그러나 위의 설문 조사는 그런 문제들이 논란이 되기 이전에 실시된 것이다. 즉 그런 스캔들이 아니더라도 도청 직원들이 이시하라 도정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으로는 주변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이지 않는'이시하라식 독선적 톱다운 방식'과 '측근 정치'를 꼽을 수 있다.

측근의 전횡... '대리'에게 '사죄문' 쓰는 직원들

이시하라 지사의 '측근 정치'를 상징하는 인물은 바로 하마우즈 다케오 전 도쿄도 부지사다. 그는 이시하라 지사가 중의원 의원 시절부터 비서를 해온, 심복 중의 심복이다. 과거 여러 차례 폭력 시비를 일으키는 등 그 적격성이 논란이 되었지만 2000년 도쿄도 부지사로 취임했다. 그 후 일주일에 2~3일밖에 출근하지 않는 이시하라의 '대리인'으로 전횡을 일삼았다.

하마우즈는 이시하라의 위광을 빌어 인사와 정보를 독점했다. 그를 통하지 않고서는 도직원의 목소리가 이시하라 지사에게 전달되지 않을 정도였다. 중요 안건은 모두 그의 양해를 얻어야 했지만, 그는 자신의 비위에 맞지 않는 도 간부들과는 만나려고 조차 하지 않았다.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 직원들에게는 공공연하게 화를 내거나 으름장을 놓고 강등을 시켜버렸다. 그렇게되지 않기 위해 그에게 '사죄문'을 쓰는 직원도 많았다.

조직이란 참 이상하다. 하마우즈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는 한편, 일각에서는 그에 대한 충성을 자처하는 인물도 생겨났다. 그러다보니 점차 도청 중수에는 그에게 충성을 다하는 '예스맨'만 남게 되었고 따끔한 진언을 하는 간부는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된 일차적 책임은 물론 이시하라 지사에게 있다. 도청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도 업무를 내팽게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마우즈는 2005년 7월 자신에게 정책적으로 맞선 도청 간부를 몰아내기 위해 민주당 의원에게 의회에서 불리한 질문을 하도록 요청한 사실이 발각되면서 경질되었다. 이로써 이시하라는 자신의 최대 심복을 잃게 되었다.

그러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도청 중수부에 이시하라 지사의 '대리'는 사라졌지만 이시하라 지사는 여전히 일주일에 2~3일밖에 출근하지 않는다. 거기에 도청 직원들의 마음도 떠나가고 있다. 좋든 나쁘든 처음에 보였던 그의 '기세'도 '위협'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이시하라 지사는 '벌거벗은 임금님'과 같은 상황에서 3선에 성공한 것이다.

폭정으로 얼룩진 지난 8년... '신은행 도쿄'는 최악

이시하라 지사는 1999년 "일본의 변화는 도쿄로부터"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처음 당선되었다. 첫 임기 4년간은 대형 은행에게 법인세를 징수하는 '외형 표준 과세(은행세)'나 디젤차 배기가스 규제 실시 등 찬반은 갈리지만 정부나 재계에 파문을 던진 큼직 큼직한 대책들을 내놓았다. 그가 2003년 308만표를 얻으며 재선에 성공한 것도 그에 대한 도민들의 평가로 해석된다.

그러나 측근들의 전횡과 이시하라식 '톱다운 방식'의 병폐가 점차 늘어나면서 이시하라 도정의 일그러진 모습들만이 부각되게 되었다. 그가 지난 2003년 재선에서 공약으로 내건 '신은행 도쿄'와 '수도대학 도쿄(구 도쿄도립대학)' 창설은 그 병폐의 참상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례다.

중소기업 지원을 명분으로 2005년 4월 문을 연 '신은행 도쿄'는 개업 당시부터 그 수익 전망과 의의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이시하라 지사의 지시로 설립이 강행되었고 예상대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신은행 도쿄'는 2006년 8월 결산에서 무려 154억 엔의 적자를 냈고 누계 적자는 이미 500억 엔 가까이 늘어났다. 도청 내부에서는 '신은행 도쿄'가 이사하라 도정 '최악의 실책'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도쿄 도립 4개 대학을 통합하여 2005년 4월 신설한 '수도대학 도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시하라 지사는 대학측과 도쿄도가 꾸준히 논의해 온 모든 사안들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그 후 측근들만 포진된 도쿄도측이 대학과의 논의를 일절 거부한 채 '수도대학 도쿄' 설립을 강행했다.

이런 도쿄도의 무책임한 추진 방식에 반발한 우수한 교원들이 대학을 떠났고, 도립대 관계자들의 원망과 탄식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대학 운영은 아직도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병폐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시하라의 '궁정 정치'... "계속하면 본인도 불행"

▲ 지난 15일 나카노 제로홀에서 열린 유력 4후보 공개토론회. 올림픽 유치건에 대해서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이시하라 후보만 계속 추진하겠다는 동그라미 패널을 들어올렸다.
ⓒ 박철현
이시하라 지사가 이번 선거에 내세운 공약에서는 예전의 '돈키호테식 기세'를 찾아 볼 수 없다. 굳이 꼽자면 도쿄올림픽 유치 정도다. 지난 8년간 '부의 유산' 때문에 그럴 여력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도쿄올림픽 유치도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보다는 향후 4년간 '신은행 도쿄'을 비롯한 지난 8년간의 실책들이 그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에 대한 도쿄도 직원들의 지지도도 많이 떨어진 상태다. 이런 참담한 상황 속에서 그가 3선 도전을 강행한 것은 "가족과 측근, 추종자들을 위해서"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막내 아들을 도쿄도 미술사업에 끌여 들여 비난 공세를 받았지만, 중의원 의원인 3남 역시 도지사인 아버지의 위광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다.

이처럼 도청 내부와 외부단체에는 이시하라 지사의 측근과 가족 관계자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두고 한 도쿄도의회 의원은 "이번 임기는 '이시하라 패밀리의 생명유지장치'가 될 것"이라고까지 단언했다. 이시하라 지사의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어느 도쿄도 간부가 지난 8년간을 되돌아 보며 한 말이 인상에 강하게 남았다.

"이시하라 지사에게는 애당초 '공(公)'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그래서 측근들을 자신의 주변에 심어놓고 도정은 내팽게친 것이다. 그는 출근도 자주 하지 않고 자기가 싶은 일만 한다. 이시하라 도정은 그와 그의 측근에 의한 일종의 '궁정정치'와 같은 것이다"

물론 취재에 응해준 도교도 직원 중에는 이시하라의 도정을 평가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 도쿄도 중견간부는 "그의 여론을 읽는 힘은 가히 천재적이다. 또 '일본의 변화는 도쿄로부터'라는 슬로건 덕분에 도청 내부에서는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와도 대치할 수 있다는 자립심이 생겼다"며 그를 옹호했다.

그러나 이 간부는 "그가 3선 하는 것은 반대다, 지금 그만두면 그의 공적이 평가받을 수 있지만 또 다시 집권하며 그의 많은 실정들이 부각되면서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이는 이시하라에게도 불행한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시하라 도지사가 이번 임기에도 같은 스타일로 도정에 임한다면 지난 8년간의 실정이 분출되면서 만년은 오점으로 얼룩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아오키 오사무(靑木里) 기자는 일본 교도통신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서울특파원을 거쳤으며, 지난해 교도통신을 그만두고 <오마이뉴스 재팬> 창간멤버로 참여했습니다. 현재는 자유기고가 겸 <오마이뉴스 재팬>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일본, #이시하라 신타로, #극우, #부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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