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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수도 워싱턴지역 한인사회는 5.18광주민주화운동 제27주년 기념식을 13일 (일요일) 오후 워싱턴인근 한인타운인 북버지니아의 아난데일에 위치한 메이슨 디스트릭 공원의 야외극장에서 가졌다.

싱그러운 5월의 대자연 속에서 열린 이날 기념식에는 약 150여 명의 한인동포들이 모여 야만적 무한폭력에 맞선 광주시민들의 영웅적 투쟁을 회고하고 당시 신군부의 실세로 등장한 전두환 소장이 미국의 승인 하에 특전단을 동원하여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낸 '대학살'의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워싱턴한인연합회(회장 김인억), 북버지니아한인회(회장 백인석), 수도권메릴랜드한인회(회장 신근교)의 공동 주최와 워싱턴지구호남향우회(회장 조필상)의 주관으로 열린 이날 기념식에는 워싱턴지역 각 향우회 회장단과 권태면 총영사와 워싱턴동포사회의 타운홀 미팅에 참석차 이 곳을 방문 중인 이태복 전 보건사회부 장관을 비롯, 인근 동포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조필상 회장은 개회사에서 "강산이 몇 번 바뀌고도 남는 세월이 흘렀건만 그 날의 함성은 여전히 살아남은 자의 심정을 두드립니다. 우리 국민과 애국시민이 5월 정신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 외침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애호의 정신이며, 차별과 소외를 거부하는 평등에 대한 희망이며, 7천만 동포의 한결 같은 민족통일의 염원이 담긴 사자후였다" 라고 말했다.

한국의 노동운동에 앞장서서 투쟁하면서 옥고를 치르기까지 했던 이태복 전 장관은 "요즘 한국의 젊은 세대 사이에 5.18의 위대한 정신이 잊혀져 가고 있다"며 그의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특히 "개혁을 이루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세력들이 오히려 밀리고 있는 현상은 민주화 투쟁의 결실로 태어난 정권들이 또 다른 정치세력으로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있는 데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한국의 정치현실을 개탄했다. 그는 "이제 우리는 광주의 정신을 되살려 진정한 민중의 시대를 열기 위해 새로운 차원의 투쟁을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념식에서 워싱턴지역 일제성노예규탄 범동포대책위원회(범대위) 공동위원장인 이문형 전 호남향우회 회장은 축사를 통해 "그 핏빛 5월을 기억하려는 것은 잔학무도한 가해자들을 욕하려거나 원망화려 함이 아니며, 한탄하며 한풀이 보복을 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기억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민족 민주화운동사의 정신과 자원이 거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날 광주 시민들이 피 뿌려 이루어낸 민주라는 불꽃, 그 불꽃을 지피는데 소홀했던 우리 남은 자들의 대오각성 하는 마음을 그대들 영령들 앞에 내려놓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대들이 피 뿌리며 외쳤던 민주의 씨앗은 온갖 탄압과 음모와 모략 속에서도 꿋꿋이 자라고 자라서 동학의 민중성과, 3.1 운동의 민족성과 4.19의 민주성을 집대성하며 거목이 되어 오늘날 우리민족을 받쳐주는 한 기둥이 되어 있음을 알리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대들의 민주화운동이 현대사의 정치적 십자가로서 한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국가들에게 커다란 의미를 던져주었다"고 역설한 이 위원장은 "우리는 그대들의 숭고한 정신을 잊지 않을 것이며 결코 외면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우린 참으로 오랜 동안 애달픈 마음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살아 왔습니다. 5월이 오면, 우리는 불러도 대답이 없는 그대들을 부르며 그대들의 자유와 순정, 그리고 민주를 위한 열정을 애모하며 추모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 찬란한 5월을 맞으면 파란 하늘 푸른 숲을 보며 그대들의 외침을 듣습니다. 분수처럼, 그리고 파도처럼 쏟아 논 당신들의 민주화를 위한 그 열정을 그립니다. 5월에 피다가 꺾여버린 빨간 꽃 가지를 잊지 못해 오늘도 여러 영령 앞에 머리 숙인다"고 워싱턴지역 동포들의 추모를 진솔하게 대변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미국 전역과 전지구적으로 미국 연방의회의 일제성노예만행규탄결의안 통과를 위한 지지서명 캠페인을 벌인 USNews의 이선명 주필이 미주 여러 지역에서 모은 약 5천 매의 지지서한을 범대위에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이선명 주필은 "빛고을 정신은 한 송이 한 송이 민주의 꽃이 되어 민중시대의 새벽을 열었으며, 민주화운동의 결실로 오늘 우리 조국은 구미를 능가한 민주주의와 의료 및 복지제도를 향유하고 있는 데도 역사의 전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이것은 아직도 과거의 세력이 현재를 지배하고 있는 과도기적 현상일 뿐 대국적으로 보면 역사의 전진을 후퇴시키지는 못 할 것이다" 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광주 시민혁명의 역동성은 이제 미국의 의회를 움직여 일제의 만행을 규탄하는 결의안의 통과추진에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이 빛고을의 위대한 정신은 더 나아가 민족통일의 꽃을 피우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라고 그는 말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은 1979년 10월26일 청와대의 안가에서 제3공화국의 군사독재자 박정희가 직속부하였던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살해된 이후 유신체제가 종식되고 찾아온 '서울의 봄'을 짓밟은 신군부 전두환 소장의 폭력정치에 항거하여 궐기한 시민혁명이었다.

당시 광주 시민들의 봉기를 신군부는 "북한의 사주를 받은 불순분자와 폭도들의 난동"으로 조작했다. 그러나 1988년 5공청문회를 거치고 제6공화국이 출번한 후 1995년 12월21일 국회는 광주항쟁을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했다.

미국의 승인 하에 투입된 전두환 소장의 신군부가 투입한 25,000명의 진압군은 군사독재정권의 타도에 나선 광주 시민들을 무차별 사살했으며, 당시 당국은 사망 191명, 부상자 852으로 발표했었다. 그러나 추가 사망자의 시신을 찾기 위한 작업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태그:#광주민주항쟁, #워싱턴, #기념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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