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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수 전 감독 성폭행 미수 사전구속영장
박씨 "술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 이르면 30일 구속 여부 결정

전 우리은행 여자프로농구팀 감독인 박명수(45)씨에게 성폭행 미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지난 28일 박씨에 대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지방법원은 이르면 29일 중으로 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박씨에 대해 "지난달 10일 미국 전지훈련 중 자신의 방 청소를 마치고 나가려는 여자 선수의 옷을 강제로 벗기고, 2회에 걸쳐 성폭행하려 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여자프로농구팀 소속 A씨는 지난 23일 박씨를 상대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강제추행죄 등을 들어 고소했다.

경찰은 그동안 A씨와 같은 팀 동료 선수를 상대로 피해자 및 참고인 조사를 벌였고, 박씨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4회에 걸쳐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29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박씨가 성폭행 혐의에 대해 '술이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부인하고 있다"며 "피해자와 현장을 목격한 참고인의 진술 등이 일치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혐의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을 거부하면서도 '강제로 옷을 벗겼다'는 피해자의 주장에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에 대한 구속여부는 오는 30일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 조사 결과, A씨 외에 또 다른 성추행 피해자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해당 피해자가 박씨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경찰은 전했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또 다른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 지난 2월 19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프로농구 올스타 경기 작전타임때 중부선발 박명수 감독이 하프라인 슛에 성공한 후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신영근

박명수 전 여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성추행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3일 소속팀인 우리은행 여자프로농구 선수 A씨가 박 전 감독을 고소한데 이어, 또 다른 선수 B씨도 박 전 감독으로부터 성추행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근 선수 B씨로부터 이같은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B씨는 박 전 감독의 처벌을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감독도 경찰 조사에서 B씨에 대한 성추행 여부에 대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감독도 시인했다"

박 전 감독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A씨는 지난 27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동료선수도 외국 전지훈련 중 성추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다른 선수들을 통해 들었다"며 "당시 그는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운동을 해야 하느냐'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수 B씨의 성추행 의혹은 A씨 사건이 불거지면서 드러난 사례. 지난해 11월 중국 상하이로 팀이 전지훈련을 떠났을 때, 박 전 감독의 호텔 방에서 B씨 역시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

지난 4월 미국 올랜도에서 A씨 사건에 대한 선수단과 박 전 감독 사이의 미팅이 있었고, B씨 사건에 대해서도 일부 선수가 항의를 했다.

A씨는 "올랜도에서 감독과의 미팅 당시 이 이야기가 나왔고, 박 전 감독이 시인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미팅에 있었던 한 선수는 "감독이 A씨 건에 대해선 제대로 말을 하지도 못했다"면서 "B씨 건에 대해선 '딸처럼 생각했다'면서 해명을 했지만 이해가 되질 않았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B씨는 27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올랜도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은 맞다"면서 "감독의 그런 행동이 적응이 잘되지도 않았고, 이해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감독이 '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애정이 있고, 그것이 과도하게 표출됐다'고 말했다"면서 "A씨 사건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선수들에게도 괜찮다고 했다"고 밝혔다.

경찰, A씨 사건은 '강간미수' 적용 검토

▲ 박명수 전 감독(우리은행 한새농구단)이 지난달 22일 직접 쓴 사과문.
ⓒ 오마이뉴스
경찰도 최근 B씨로부터 이같은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B씨도 "경찰 조사과정에서 중국 상하이에서 있었던 내용을 이야기했다"면서 "하지만 별도로 처벌을 원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23일 박 전 감독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된 이후, A씨에 대한 고소인 조사를 벌인 이후 주변 선수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이어 박 전 감독에 대한 피고소인 조사도 이뤄졌으며, A씨에 대한 성추행 사실 여부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를 벌였다. 박 전 감독은 이 과정에서 성추행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지난 25일 오전 경찰은 박 전 감독을 다시 소환해, A씨와 대질 심문을 벌였다. A씨는 "서로 얼굴을 보지는 않았고, 30여분동안 했던 것 같다"면서 "감독은 이날도 자신의 행동을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안타까워 했다.

경찰은 박 전 감독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성추행 혐의가 상당부분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강제추행보다 죄질이 더 나쁜 '강간미수' 혐의 적용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만간 박 전 감독의 성추행 고소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연맹, '핫라인' 개설... 실효성 의문

▲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최근 선수 권익 보호를 위해 '핫 라인'을 개설했다.
ⓒ WKBL
한편,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28일 선수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핫라인'(080-077-0909)을 개설했다고 밝혔다. 이번 우리은행 농구단 성추행 파문에 따른 후속 대책인 셈이다.

연맹쪽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연맹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같이 불미스러운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수들이 코칭스태프나 동료 등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사생활을 침해당하는 일이 있으면 언제나 신고를 할 수 있으며 상담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농구인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연맹 차원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뒤늦게 선수 인권 보호라는 명목으로 이같은 정책을 내놨다는 것이다.

실효성 자체도 의문이다. 여자프로농구 한 선수는 "핫라인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전보다 나을 수는 있다"고 전제하고, "단지 전화 하나 개설한다고, 그동안 여자선수들이 겪어왔던 여러 고충들이 해결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태그:#박명수, #성추행 사건, #우리은행, #여자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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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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