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늘은 오른손 운지법을 복습해 보겠습니다. ‘솔’부터 시작해요. 소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솔, 파, 미, 레, 도~도~도~”

지난 14일 오전 10시 천안시 병천면 아우내은빛복지관 1층의 기능회복실. 20여평의 공간안에 오카리나 연주 소리가 가득하다. 천상의 화음이란 찬사를 받는 오카리나를 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백발이 성성한 남녀 어르신들.

강사인 최지영(29)씨의 지도에 따라 60세 이상 어르신 열네분이 초여름 더위를 밀어내고 오카리나 배우기에 여념이 없다.

천안 병천면 아우내문화원, 어르신 대상 오카리나 강좌 개설

천안시 병천면에 소재한 아우내문화원(원장 최영환)은 지난달 14일부터 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오카리나 강습을 진행하고 있다. 아우내문화원이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이름의 실버 오카리나 강습을 개설한 것은 올해가 처음. 단초는 김성준 아우내문화원 사무국장이 제공했다.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고민하다가 우연히 지역신문에서 오카리나 연주자를 인터뷰한 기사를 봤습니다. ‘이거다’ 싶었죠.”

김 사무국장은 신문사로 직접 전화를 걸어 오카리나 연주자의 연락처를 알아냈다. 연주자와 그가 속한 오카리나 연주그룹인 ‘마술피리’에 자문을 요청했다. 연주자와 마술피리는 좋은 아이디어라며 힘 닿는 데까지 돕겠다는 의사를 흔쾌히 밝혔다.

이에 힘입어 김 사무국장은 곧장 제안서를 작성해 한국문화원연합회의 ‘2007 땡땡땡! 실버문화학교’ 프로그램 공모에 제출했다. 여러 단계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아우내문화원의 실버 오카리나 합주단 운영계획은 한번의 심사만에 지원이 확정됐다.

지난 4월말에는 마술피리를 초청해 노인대학에서 공연을 가지며 오카리나의 매력을 맛뵈기로 선보였다. 노인단체들에 공문을 보내 강좌 신청을 홍보했다. 마감 결과 어르신 38명이 신청했다.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상 60대 후반부터 70대 어르신들이 주종을 이뤘다. 80세 이상 어르신도 세분이나 신청했다.

오카리나 강좌는 지난달 14일부터 시작됐다. 강사로는 오카리나 연주자로 신문에 소개된 것이 인연이 돼 아우내문화원의 오카리나 강습 기획에도 도움을 준 최지영씨와 그의 친구가 나섰다.

▲ 아우내문화원에 개설된 실버 오카리나 강습에서 어르신들이 오카리나를 연습하고 있다.
ⓒ 윤평호
어르신들, 오카리나 매력에 흠뻑 빠져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가량 진행되는 오카리나 강좌에는 많은 때는 30여명, 적을 때도 15명 안팎의 어르신들이 참석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역 유치원 몇곳에서 동화구연을 하고 있는 이정숙(71·목천읍) 어르신. 지역자막방송에서 수강생 모집 공고를 보고 오카리나 강습을 신청했다. 이씨 어르신이 살고 있는 목천읍 응원리는 병천면과 2개면을 사이에 두고 있어 거리가 꽤 된다. 월요일은 은빛복지관의 셔틀버스가 동네까지 찾아와 손쉽게 복지관을 올 수 있지만 목요일은 시내버스를 타고 걸어와야 한다.

그래도 지금까지 10번의 강좌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100% 참석했다. 어르신은 간소하지만 벌써 데뷔연주도 가졌다. 청중은 어르신의 동화구연을 듣는 유치원생들. 동화구연의 말미에 오카리나 연주를 들려줬다. 꼬마 청중들의 반응은 여느 팬클럽 이상으로 열광적이었다.

“동화구연에서 오카리나 연주를 들려주면 참 좋을 거라 생각했지. 그래서 시작했어. 아이들 앞에서 한번 연주하고 나니 배우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더 많이 배워서 연주곡목을 늘려야지.”

김남응(72) 어르신도 요즘 오카리나 연주 꿈에 부풀어 있다. 그의 청중은 자녀들과 손자들. 오카리나 연주가 숙달되면 자녀들과 손자들 앞에서 멋지게 연주를 해 보는 것이 목표이다.

“젊을 때부터 악기 하나는 다루고 싶었지만 늘 마음 뿐이었지. 문화원에 들렀다가 마침 강습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아내와 함께 신청했어. 운지법이 조금 어렵지만 배울만 해.”

연주회 성사를 위해 김남응 어르신은 강습 시간 외에도 틈만 나면 오카리나 연습을 하고 있다. 수강생들에게는 토기로 빚은 오카리나와 교재가 무료로 주어졌지만 어르신은 별도의 오카리나를 소장용으로 하나 더 장만할 만큼 오카리나의 매력에 빠져있다.

가을쯤 실버 오카리나 합주단 탄생할 듯

어르신들이 오카리나와의 사랑에 빠져 있다면 강사인 최지영씨와 이미영(38)씨는 어르신들의 학습 열기에 감탄하고 있다.

천안시민문화회관에서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오카리나를 강습하고 있는 최지영씨는 “아이들은 한 시간만 지나도 지루해 한다”며 “두시간의 수업 동안 고령의 어르신들이 휴식시간도 반납한 채 꼿꼿이 앉아 오카리나를 배우는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미영씨는 “악보를 보는 것부터 운지법 하나하나까지 매 수업마다 어르신들의 질문이 넘쳐난다”며 “개인 연습량도 상당해 수업때마다 연주 소리가 눈에 띄게 나아진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의 학습 속도가 빨라 강습에서는 동요 2곡을 이미 끝내고 현재 세 번째 곡이 진행중이다.

어르신들이 오카리나와의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지영씨는 오카리나 연주가 어르신들에게 정서적인 만족감은 물론 건강에도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카리나를 연주하게 되면 어르신들이 건강에 좋은 복식호흡을 자연스레 체득하고 운지법에 따라 손가락을 놀리는 자체가 치매예방에도 도움된다는 설명.

아우내문화원의 오카리나 강습은 10월에 끝난다. 강습 뒤에는 교육인원을 주축으로 합주단을 창단한다는 계획. 합주단은 아동복지시설 등 사회복지시설이나 기관을 방문해 무료 공연을 갖고 내년부터는 어르신들 일자리 창출과 연계해 유료 공연도 개최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성준 사무국장은 “올해는 오카리나 실버합주단 창단을 위해 교육에 중점을 두고 내년부터는 연주활동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437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태그:#오카리나, #아우내문화원, #복식호흡, #천안시, #병천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