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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곳봉.
ⓒ 강석인
비가 온다는 예보는 빗나가고 찌뿌린 날씨가 오히려 바다를 진정시켰는지 포항 여객선 터미널 앞 바다는 고요하기만 하다. 쾌속선 썬플라워호가 호수 같은 바다를 3시간 달려 도착한 도동항은 관광객들로 활기가 넘쳐난다.

▲ 도동항.
ⓒ 강석인
점심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소형버스에 몸을 싣고 해안도로를 따라 산행 들머리인 나리분지로 향한다. 기사는 특유의 순박한 사투리로 이곳저곳 지형을 설명하며 울릉도 자랑에 열을 올리지만 성인봉 등산 일정을 아는지 애가 탄다. 산행 도중에 비가 쏟아지지나 않을까?.. 어둡기 전에 하산을 끝낼 수 있을지..

▲ 나리분지 트래킹 코스.
ⓒ 강석인
나리분지 별미라는 산채전과 씨껍데기술(씨앗술)을 뒤로 하고 이정표를 따라 곧장 등산로로 진입한다. 너도밤나무, 우산고로쇠, 섬피나무 등 희귀 수목들이 하늘을 가리고 운무 자욱한 나리분지는 신비감에 쌓여 있다.

나리분지 버스종점에서 신령수 쉼터까지 2킬로 구간은 평탄한 숲속 길로 트레킹 코스로 이용된다. 투막 집을 지나 신령수로 목을 축이고 계곡으로 들어서니 폭우로 패인 상흔이 곳곳에 남아 있다. 트래킹 코스를 벗어나자 된비알이 이어지고 더 이상 훼손을 막기 위해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30여분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계단을 오르자 안부에 닿는다. 잠시 한 숨을 돌리니 이름 모를 야생화와 고비.삼나물, 부지갱이 등 육지에서 보기 힘든 산나물이 지천에 널려 있다. 울릉도 에 자생하는 풀의 60%가 산나물이라는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 계단 오름.
ⓒ 강석인
잠시 능선 길을 지나자 다시 된비알이 다시 시작되고 계단 길은 정상까지 이어진다. 성인봉 정상을 알리는 표지석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20미터 아래 전망대로 내려서니 나리분지를 들러 싼 능선 끝에 나리봉이 삐죽이 솟아 있다. 시계가 좋았더라면 바다와 어우러진 멋진 조망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을 뒤로 하고 서둘러 도동방면으로 하산한다.

대원사와 안평전 방면 갈림길인 바람등재에서 휴식을 취하고 20명 전원 합류 전열을 정비하여 안평전 사동2리 방면으로 길을 잡았다. 무릎이 시원찮은 조재웅 전 회장이 걱정되었지만 잘 걷고 동행을 예상 못한 딸기 여행사 여사장이 비틀거려 마음에 걸린다.

후미에서 "조심조심", "천천히"를 외쳐 보지만 서투른 걸음걸이가 단번에 나아질리 없다. 결국 엉덩방아 몇 번 찍고서야 4시간에 걸친 산행을 끝내고 어둠이 내리는 대아리조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땀으로 흘린 수분을 보충하고 울릉도 별미인 홍합비빔밥의 담백하고 구수한 맛이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을 떠올리게 한다.

타이트한 일정으로 울릉도를 즐기려니 땀 씻을 여유도 없이 해안산책로로 나섰다. 해안절벽 따라 설치된 산책로는 조명불 아래 희미하지만 찰삭이며 밀려오는 파도 소리가 동해 먼 바다섬 낭만이 전해 온다.

▲ 해안산책로 쉼터.
ⓒ 강석인
해안절벽 사이 공간에 마련된 쉼터에 자리 잡아 바닷물에 발을 담그자 한결 기분이 가뿐해진다. 김원호 회장과 조재웅 전 회장은 바다에 첨벙 뛰어들어 멱을 감고 주인이 직접 채취해 온 전복, 소라, 멍게 등 해산물 안주로 취기가 오르자 주거니 받거니 정담을 나누며 울릉도 밤 정취에 흠뻑 빠져 든다.

▲ 대아리조트 전경.
ⓒ 강석인
동이 틀 무릎 동해 일출을 기대하며 카메라를 메고 숙소를 나섰으나 망향봉에 가려 볼 수 없고 옅은 구름 사이로 붉은 기운만 새어 나올 뿐이다. 뒤로는 산이요 앞은 망망대해 배산임해 절경지에 위치한 대아리조트가 수영장에 반사되어 남국의 이국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라 죽과 더덕즙 한잔으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도동항으로 가니 방파제에 무리지어 앉은 갈매기들이 우리 일행을 맞는다. 운무와 조각구름이 걷히자 울릉도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 삼선암.
ⓒ 강석인
오각형 섬을 시계방향으로 돌며 물결을 가르자 갈매기 무리들이 일제히 호위에 나선다. 울릉3경 중 하나인 공암을 돌아 선녀들의 전설이 서린 삼선암, 송곳봉 등 절경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금수로 굽이쳐 내리던/ 장백의 멧부리 방울 튀어/
애달픈 국토의 막내/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

청망한 물굽이에/ 금시에 지워질 듯 근심스레 떠 있기에/
동해 쪽빛 바람에/ 항시 사념의 머리 곱게 씻기우고/
지나새나 뭍으로 뭍으로만/ 향하는 그리운 마음에.. (유치환의 울릉도)


▲ 죽도.
ⓒ 강석인
새우깡 미끼로 갈매기들과 유희를 즐기다 보니 어느 듯 어업 전진기지인 저동항을 향하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빗물을 받아 살고 있다는 父子의 섬 죽도 앞을 지날 때는 낭만적인 삶보다는 지독한 외로움이 온 몸에 전해 온다.

▲ 봉래폭포.
ⓒ 강석인
해상관광을 마치고 내수전 전망대를 거쳐 울릉도 주민들의 식수를 제공되는 봉래폭포 탐방에 나섰다. 풍혈은 화산석 사이로 지하수가 용출되면서 뿜어져 나오는 섭씨 4도의 찬바람이 더위를 식혀주고 가뭄이 들어도 수량에 변화가 없다는 봉래폭포 3단 물줄기는 흰 포말을 일으키며 시원스레 떨어진다.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섬에 이런 장대한 폭포가 있다니….

케이블카로 망향봉 전망대에 서니 골짜기 아래 도동항이 잡힐 듯 하고, 쪽빛 바다 너머 수평선에서 피어나는 해무가 가물거려 한동안 시선이 멎는다. 독도가 저기일까.

목이 말라 기념품 가게에 들려 물을 찾자 "파는 물보다 수돗물이 맛있다"며 수도꼭지를 틀어 물병을 가득 채워준다. 이렇게 깔끔하고 산뜻한 물맛은 육지 어떤 곳에서도 느낄 수 없다.

3無 5多란 울릉도 주민들의 후한 인심과 절경이 잘 함축된 의미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바다산골(http://sum.freechal.com/badasangol)에서 울릉도 아름다운 풍광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태그:#울릉도, #나리분지, #송곳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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