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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동에는 전국의 어느 지역에서도 볼 수 없는 귀중한 문화유산이 집중되어 있다. 고전과 현대가 공존한, 문화의 향기가 가득한 곳이다.

새벽 3시, 수려한 삼각산 자락에 둘러싸여 울창한 소나무 숲 속에서 소쩍새 우는 소리를 들었으니 서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 서울속에 이렇게 아름다운 성곽이 있다. 성곽 옆을 따라 산책로 가 나있고 셩벽 왼쪽은 성북구 오른쪽은 종로구다
ⓒ 오문수
지하철 4호선을 타고 한성대역에서 내려 6번 출구를 나와 순환버스 1111, 2112번을 이용하여 성북초등학교 앞에서 하차 한다. 그곳엔 한나절이면 우리 조상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문화유적지가 12개나 있다.

서울성곽은 조선왕조 500년 동안 동대문, 서대문, 남대문, 숙정문(북대문)의 4대문과 4소문으로 이어져 서울 장안을 지키던 곳이다. 태조 때 축성된 이후 역대 왕들에 의해 개축 보수하였다. 축조방법과 돌의 모양도 시대에 따라 다르며 후대로 올수록 근대적 축성기술을 갖췄고, 산 능선을 따라 45리에 달하지만 어느 한 곳도 기추부분이 내려앉은 곳이 없다.

▲ 태조가 성을 처음으로 축성할 때 쌓은 돌의 모습으로 메주모양이다
ⓒ 오문수
▲ 숙종 때 성벽을 개축하면서 쌓은 돌의 모습으로, 네모이며 가로세로 60cm이다
ⓒ 오문수
서울성곽을 이루는 4대문 가운데 하나로 도성의 북쪽을 지키는 성은 숙정문이다. 태조 때 세워졌지만 서울 성곽의 나머지 문과는 달리 사람의 출입이 거의 없는 험준한 산악지역에 위치해 있다.

▲ 숙정문으로 일명 숙청문으로 불리기도 한다
ⓒ 오문수
1413년 풍수지리학자 최양선이 지맥을 손상시킨다는 상소를 올린 뒤에는 문을 폐쇄하고 길에 소나무를 심어 통행을 금지하였다. 이후 숙정문은 음양오행 가운데 물을 상징하는 음(陰)에 해당하여 가뭄이 들 때는 기우(祈雨)를 위해 열고, 비가 많이 내리면 닫았다고 한다.

▲ 선잠단지 기념석 주위로 뽕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 오문수
조선시대 여성들이 누에를 길러 실을 뽑아 방적하는 일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왕실에서는 국민에게 모범을 보이고 누에치기를 장려하기 위해 왕비의 소임 중의 하나로써 친잠례(親蠶禮)를 거행했다. 선잠단지는 이렇게 단을 쌓고 누에치기를 처음 시작했다고 하는 신에게 제사 지내는 곳이다.

성락원은 조선말 순조 때 황지사의 별장으로 조성된 정원이었다. 고종의 아들 의친왕 이강공이 별궁으로 사용하다가 그 아들 이건공이 살았다고 한다.

▲ 성락원의 모습
ⓒ 오문수
물이 흐르는 경치에 따라 세 개의 공간으로 나뉘는데 자연 지형으로 앞뜰, 안뜰, 바깥뜰로 나눈다.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져 담장 밖에서는 안이 잘 들여다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숲이 들어차 있다. 성락원은 사유지여서 미개방 상태이나 문화재청과 협의를 거쳐 향후 개방할 예정인 서울소재의 조선시대 유일의 별장이다.

광화문에서 삼청터널을 지나 성북동으로 들어서면 단아한 모습의 한옥인 삼청각이 있다. 삼청각은 신선의 집을 의미하는 태청(太淸), 옥청(玉淸), 상청(上淸)에서 따 왔다고 한다. 삼청각은 7·4남북공동성명 직후 남북 적십자 대표단의 만찬이 열렸던 역사적 장소로 국빈접대와 정치회담 장소로 유명하다.
▲ 7.4남북공동성명 직후 남북 적십자 대표단 만찬이 열렸던 삼청각
ⓒ 오문수
삼청각은 6채의 한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건물은 공연장, 한식당, 다례교육장, 규방 공예 체험장 등 다양한 문화체험공간으로 활용되며 외국 대사관저들이 많아 외교의 공간이기도 하다. 주변의 경치와 정원이 어우러진 집들을 보면 외국의 어느 마을에 들어선 느낌이다.

길상사는 순천 송광사의 서울 분원으로 극락전, 설법전, 도서관, 선방, 세미나실 등을 갖춘 수련공간으로 사찰체험, 수련회 등의 불교문화를 이해하는 장이다. '무소유', '영혼의 모임', '말과 침묵' 등을 저술한 법정스님이 어른으로 계시며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기 운동'을 제안하시기도 했다.

▲ 순천 송광사 서울 분원으로 법정 스님이 계신 길상사
ⓒ 오문수
세상 모든 일은 한 조각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내 마음이 열려 있을 때는 온 우주를 두루 포용할 수 있지만, 분노, 어리석음, 탐욕으로 닫혀 있을 때는 바늘 끝 하나 꽂을 데가 없는 것이 마음이라는 것이 '선 수련회'를 안내하는 소개문이다.

선 수련회는 월 1회 매달 넷째 주 주말에 정기적으로 마련되며, 하루 8시간 이상 참선을 통해 선(禪)수련을 한다. 대상은 108배 가능한 일반인으로 선착순 40명까지다.

이밖에도 만해 선생이 조선 총독부와 마주 보는 것이 싫다는 의미로 북향으로 지은 팔작지붕의 심우장이 있다. 심우장은 '내 마음속에 소를 키운다'는 뜻으로 불교의 무상대도를 깨우치기 위해 늘 정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일제 때 금싸라기 땅을 팔아 '사기그릇'을 사는 바보라고 놀림 받으면서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지켜온 고 전형필 선생의 작품인 간송미술관. 한국 제일의 고서화 소장처로 알려져 미술사 연구인들의 메카로 알려진 이곳은 선생의 근대식 사립미술관이다.

그밖에 한국 도자기와 목공예에 학문적 업적을 남긴 최순우 선생이 살던 전통 한옥, 조선시대 새우젓 장사로 갑부가 된 이종석의 별장이었던 이재준가와 한국가구박물관을 볼 수 있다. 이재준가는 서울특별시민속자료 제10호로 지정되어 있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땀 흘리고 난 다음의 청량감을 맛보게 해볼 일이다.

태그:#성북동, #문화재, #숙정문, #성락, #삼청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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