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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다이어리'는 시각장애인기관에서 일하는 S(김수현)의 이야기이다. S가 시각장애인 동료와 함께 일하면서 겪게 되는 토막이야기를 통해 S가 시각장애인에 대해 이해해 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S의 이야기가 시각장애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기자 주

S는 시각장애인기관에서 일하게 된 후, 매일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지하철 계단 손잡이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점자를 발견하기도 하고, 지팡이로 탁탁거리며 노란 유도블록을 따라 걷고 있는 시각장애인도 보게 됐다. 예전에는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요즘처럼 실감나는 때가 없다.

며칠이 지난 날, S는 대형마트에 갔다가 J를 보게 되었다. J는 같은 직장에서 점자교정사로 일하고 있는 시각장애 1급의 동료다. 부인과 함께 장을 보러 온 모양이었다. S는 J에게 다가가 아는 척을 하려다가 J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는 그냥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애완견을 품에 안고 쇼핑을 하는 사람들은 종종 보았지만, 커다란 안내견과 함께 쇼핑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S다. 시각장애인도 장을 보고 쇼핑을 하는 것이 당연할 텐데,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니…. S는 그런 자신의 모습에 다시 한 번 놀랐다.

S는 곧 새 직장에 익숙해지고 동료들과도 많이 친해졌다. J가 목소리만으로도 S를 알아볼 정도가 되었다. 어느 날, S는 길에서 안내견과 함께 걸어오고 있는 J를 만났다. J와 반갑게 인사를 하고 나니 안내견 H도 아는 척을 하며 꼬리를 친다. S는 안내견의 머리를 몇 번 토닥여주었다.

J가 "안내견이 시각장애인을 안내하고 있을 때는 안내견을 만지면 안 되는 거 알죠?"하며 주의를 준다.
"알죠~! 근데 지금은 멈춰 서서 줄만 잡고 있으니까 괜찮죠?"

ⓒ 김수현
하네스를 잡고 있을 때는 안내견도 자신이 일하는 중이라는 것을 알고 긴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럴 때는 안내견을 건드려서 주의를 흐트러뜨리면 안 된다.

S는 J와 함께 걷던 중 옆에 지나가던 초등학생이 안내견에 관심을 가지며 손을 내밀어 만져보려 하길래, 안내견이 길 안내를 하는 중에는 건드리면 안 되니 보기만 하라고 일러주기도 했다. S는 한 달 만에 자신이 시각장애인에 대해 꽤 많이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매우 대견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S가 과연 많은 것을 알게 된 것일까.

* 하네스: 안내견 손잡이

덧붙이는 글 | * 한국점자도서관 소식지 <빛이 머문 자리>에 올해부터 매달 연재 중인 기사입니다.


태그:#시각장애, #한국점자도서관, #동료, #다이어리,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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