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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푸른 버드나무 유일한> 책표지
ⓒ 문예춘추
인도의 간디는 안경과 낡은 슬리퍼, 피 묻은 옷만 남기고 세상을 떴다. 비폭력, 불복종, 무소유를 온몸으로 실천했던 간디의 삶을 간명하게 보여주는 설명이다. 같은 방식으로 유일한의 삶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평생 동안 모은 재산을 사회를 위해 아낌없이 내놓고 그는 이렇게 빈손으로 갔다. 그에게 남은 재산이라고는 두 켤레의 낡은 구두, 세 벌의 양복, 그리고 추억이 묻어 있는 몇 가지 물건들이 전부였다.

간디가 평생을 인도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다면, 유일한은 평생을 유한양행이란 기업을 일으켜 성장시킨 기업인이었다. 간디가 추구했던 무소유의 원칙과는 달리 유일한은 이윤을 추구했다. 하지만 유일한은 기업 경영을 통해 거두어들인 이윤을 국가와 동포와 사회에 철저하게 환원했다.

한수연의 <늘 푸른 버드나무 유일한>이란 책을 읽기까지 유일한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유한양행을 설립한 기업인이라는 것, 우리 사회에서 기업 또는 기업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와는 다른 삶을 살았다는 정도였다.

책을 통해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유일한을 좀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아홉 살의 어린 나이로 가족과 헤어져 미국으로 가서 성장했고, '안티푸라민'으로 유명한 유한양행을 설립해 발전시킨 성공적인 기업인이며, 평생 모은 재산을 교육과 사회를 위해 쓰도록 유언을 남기면서 아들과 아내를 위해서는 한 푼의 돈도 남기지 않았던 인물이다.

가난과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 경제적 여유를 가지고 살게 되면서 가난하고 어려웠던 과거의 모습을 지우려고 애쓰는 사람도 있다. 현재 가지고 있는 경제력의 힘을 빌려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 앞에서 온갖 폼 잡고 거들먹거리는 사람들도 많다. 자신보다 힘 있고 부유한 사람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고, 자신보다 없어 보이고 가난한 사람 앞에서는 한없이 커지려고 하는 게 그들의 모습이다.

유일한은 그런 졸부들의 모습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삶을 살았다. 일제 식민지 체제에 순응했던 기업인들이 황군의 성전을 부르짖는 일제의 침략 전쟁에 호응해서 거액의 돈을 바치고 항공기까지 사서 헌납했던 것과는 달리, 유일한은 일본에 대항하여 기업가가 아닌 독립운동가로 변신해서 미국 내에서 광복군을 조직하고, 냅코 작전이라는 비밀침투 작전에 참여해서 훈련을 받기도 했다.

해방 후 주식 공개를 통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했고, 혈연과 관계없는 회사 간부에게 사장직을 인계했고, 학교를 설립하고 각종 장학회를 만들어 장학금을 지급했다.

성공적인 기업인으로 성실하게 활동했고, 벌어들인 재산을 교육과 사회를 위해 아낌없이 내놓았던 유일한의 삶은 티 없이 맑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두 켤레의 낡은 구두와 세 벌의 양복, 추억이 담긴 몇 가지 물건만 남긴 채 빈손을 떠났지만 후세인들은 ‘빈손으로 떠난 참 부자’로서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다.

늘 푸른 버드나무 유일한 - 빈손으로 떠난 참 부자 이야기

한수연 지음, 하늘을나는교실(2013)


태그:#유일한, #유한양해, #기부, #독립운동, #기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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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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