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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장한 버팔로 시청. 6월 22일.
ⓒ 문종성
음식 앞에 지역의 고유명사가 붙는 건 그만큼 맛에 대한 자부심과 브랜드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뜻일 것이다. 전주에 가면 전주비빔밥을, 목포에 가면 목포세발낙지를, 안동에 가면 안동찜닭을, 춘천에 가면 춘천닭갈비를, 그리고 평양에 가면 평양냉면을 찾게 되듯이 그 연장선상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많은 음식 중에 버팔로 윙처럼 톡톡 쏘는 매콤한 별미를 싫어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

혀를 녹이는 달달한 맛보다 톡 쏘는 자극으로 자꾸자꾸 손이 가게 하는 중독성 강한 버팔로 윙(buffalo wings).

은근히 까칠한 입맛 때문에 복날 즐겨먹는 개, 오리 고기는 입에 대지도 못하지만 치킨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나에게 버팔로 윙은 더운 날씨에 입맛을 잃은 나에게 최고의 간식거리다.

다시 미국으로 들어와 뉴욕주의 한적한 중소도시 버팔로에서 진품 버팔로 윙을 먹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다. '치킨에 맥주 한 잔'인지 '맥주에 치킨 안주'인지 우선순위는 모르겠지만 내 경우 버팔로 윙에 콜라 한 잔이라면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진수성찬이 된다. '이 닭날개를 먹고 바람만 피지 않는다면' 이란 전제가 붙긴 하지만 청춘의 솔로에는 이런 주의도 필요 없지 않은가.

버팔로 윙은 닭 날개에 보통 핫소스를 발라 바삭하게 굽거나 튀긴 음식을 말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꼭 날개 부위만 나오는 야속한 서비스만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보통 닭 날개와 닭다리 두 부위를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경우에 따라 블루치즈 드레싱을 찍어먹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그리고 이 버팔로 윙을 제대로 먹으려면 절대 젓가락이나 포크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엄지와 집게 손가락으로 집어 뼈만 발라내고 그 기름기까지 쫙 빨아먹어야 진한 버팔로 윙의 얼얼한 매운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것이다. 양념 묻은 손가락을 한 번 더 빨아주는 건 애교.

손가락으로 집어 먹어야 제맛

▲ 버팔로 유학생들과 늦은 밤 자전거 세계일주에 관한 얘기를 나누면서 교제했다.
ⓒ 문종성
한국의 매운맛은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을 만큼 맵고 달콤하지만 이것의 매운맛은 입 안에서만 왔다갔다한다. 굳이 표현하자면 한국적 매운맛은 온 몸으로 느끼지만 여기 매운맛은 혀의 놀림으로만 간파된다는 것 정도?

버팔로 윙은 1964년 버팔로 시티 북쪽에 위치한 '앵커바(www.anchorbar.com)' 라는 술집 여주인이었던 테레사 벨레시모라는 사람이 자식들의 간식거리로 뭘 해줄까 고민하다가 개발한 것이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 테레사란 인물이 겨울 밤 아이들 간식으로 닭을 튀기려고 하는데 레스토랑에 음식을 팔아야 하니 손님들이 선호하는 가슴과 다리 부분은 제외하고 아무도 안 먹는 날개를 사용하기로 한 것이 유래가 되었다는 것이다. 수퍼볼 선데이 하루 동안에 3톤의 버팔로 윙을 판매한다고 하니 과연 맛의 종가의 위세가 남다르구나 하는 걸 느낀다.

▲ 교제 후 먹은 버팔로 윙. 핫소스에 버무려진 버팔로 윙은 특유의 매운 맛이 있음에도 먹을수록 손이 가는 중독성이 있다.
ⓒ 문종성
흔히 버팔로 하면 먼저 사자와도 대적하는 뿔 달린 덩치 큰 소를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리고 미국 버팔로의 상징이 버팔로인가 하는 상상을 하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그런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버팔로는 중소도시지만 그래도 미국에서 오래된 도시 중 하나며 뉴욕 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버팔로라는 이름도 프랑스 탐험대 대장이었던 장교가 광활하게 펼쳐진 숲과 호수, 그리고 푸른 강을 보고서 프랑스 어로 아름다운 호수 'beau fleuve!'라고 붙인데서 지명으로 사용되어 지금까지 이른다고 한다.

아이들 간식거리에서 출발

이곳은 지리적으로 이리(Erie)호수와 온타리오(Ontario) 호수 등 오대 호 연안에 있기 때문에 특히 교통이 발달하여 일찍이 산업이 발달했다. 도로시설이 미비하고 산업물자 수송에 대한 활로를 뚫어야 했을 때 버팔로를 통해 호수나 강을 이용해 무역이 이루어졌고 또한 인공적으로 운하를 개발해서 연결하기도 했다.

그랬던 곳이 90년 이후 급격한 쇠퇴기에 접어들었는데 바로 포항제철 때문이란다. 철강분야를 토대로 급속한 경제호황을 누렸던 버팔로나 디트로이트 등 오대호 연안 지역은 동방의 작은 나라가 철강분야에 대한 주도권을 쥐고 난 후 메리트가 떨어져 적지 않는 공장이 폐쇄되었다고.

지금은 화려했던 옛 영광은 사라지고 나이아가라 관광지의 길목으로 인식되는 자그마한 도시로 남아 있으니 인생사 아니 세계사 참 새옹지마다.

▲ 버팔로 외곽에 폐쇄된 공장. 화려했던 옛 영광은 이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 문종성
하지만 버팔로 윙만큼은 고유 상표로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는 건 섭섭잖은 자랑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저녁 반가운 누군가를 만난다면 버팔로 윙에 시원한 음료를 곁들이는 건 어떨까. 버팔로에서 남는 기억이라곤 버팔로 윙 밖에 없는 나의 제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파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세계 자전거 비전트힙 홈페이지는 http://www.vision-trip.net 입니다.


태그:#버팔로, #닭, #제철, #오대호, #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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