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전체 로스쿨 정원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어 있고, 일부 상위권의 법대들은 입법 예고된 시행령의 학교별 상한선에 반대하며, 추가적인 교수의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스쿨을 둘러싼 막대한 투자를 통한 건물 신축과 교수 확보 경쟁, 소위 ‘쩐의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비아냥 소리도 들린다.

로스쿨의 인가를 추진하고 있는 대학들은 더 이상 과거의 법조인 양성의 주변인이 아니다. 과거처럼, 이론 적인 일부 법률 교육만을 전달하면, 개인의 능력에 따라 사법시험의 준비 및 합격 여부가 결정되고, 실무는 사법연수원에서 책임지는 구조가 아니다. 로스쿨이 법조인 양성의 전면에서, 법조인으로서의 실무 교육은 물론 변호사 시험 합격을 위한 기본적인 자질 양성, 더 나아가 양질의 법무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제반 여건들의 정비에 이르기까지 그 역할이 확대되어감을 인식해야 한다.

많은 수의 양질의 변호사를 양성, 배출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과연 고등 교육을 받은 변호사들이 졸업 후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는지,  법조인의 수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부 국가의 변호사 출신 택시 기사 출현을 남의 일처럼 즐거울 수 없다. 만약 그런 일이 우리에게도 발생한다면, 이는 분명 국가적, 개인적인 교육 자원의 낭비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전체 법무 시장의 수요의 증가를 무시한 변호사의 확대만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현재 법률 시장의 협소함만을 이유로 변호사수를 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만 되풀이 해서도 안 된다.

여전히 지방에는 변호사 한 명 갖지 못한 지자체가 수두룩하고 많은 국민들이 법률 서비스의 벽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변호사 협회와 일반 학계 및 시민단체의 첨예한 대립의 시발점이기도 한 이 전체 정원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해 볼 방법은 없을까?

법률 시장 나눠먹기에서 법률 시장의 확대로 의식을 전환

성공적인 문제 해결, 협상의 자세는 주어진 이익을 나누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익의 확대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전에도 주장하였듯이, 로스쿨의 경쟁력은 특성화를 통한 학교간, 지역간의 연대를 통해서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학교의 특성화는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아무리 특성화된 로스쿨에서 그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변호사가 배출된다고 하더라도, 그가 법률 시장에서 자신을 역량을 발휘할 곳을 찾지 못한다면, 결국 로스쿨의 특성화 자체가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로스쿨은 특성화 계획과 동시에 특화된 시장의 개척에도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시장의 확대는 외연의 확대로만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라, 현재 시장에서 새로운 혹은 수요자들이 인식하지 못한 수요를 깨닫게 하여 시장을 세분화 함으로써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전문분야 인증제도(Specialty Certification)의 도입을 위해 노력해야

특성화된 분야를 실제 시장의 확대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전문분야 인증제도가 필요하다. 대법원 혹은 변호사 협회에서 일정 수준의 자격요건을 가진 변호사들에 대해 전문분야 인증을 해줌으로써, 해당 분야의 변호사를 필요로 하는 의뢰인들이 쉽게 그들을 찾아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경우, 5년 이상의 해당 분야 경력 및 몇 가지 시험을 통과함으로써 인증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인증제도는 변호사간의 추천에도 적극적으로 사용되는데, 만약 자신이 수임한 사건이 두 가지 전문 분야가 혼재되어 있다면,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는 다른 분야의 전문 변호사를 추천, 공동으로 사건을 진행함으로써, 의뢰인은 단순한 인맥이 아닌, 객관적으로 인증된 전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변호사들의 입장에서도 다양한 수요의 확대로 연결될 수 있다.

소형 전문분야 로펌(Boutique Firm)의 확대를 위한 교육이 필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로펌에 비하여, 특정 분야에 대해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는 의뢰인으로 하여금 친밀하고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로스쿨 도입의 목적인 법률 서비스의 문턱을 낮추면서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변호사들이 처음에 개업을 하면, 어떻게 운영을 해야 할 지 몰라 당황해 하는 경우가 많다. 뛰어난 변호사가 되는 것과 자신의 사무실 혹은 소형 로펌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소형 전문 로펌의 성공적인 확대를 위해서는, 로스쿨에서부터 운영에 관한 지식을 쌓아가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사무실의 운영에 대한 과목 (Law Office Management)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 실정에 맞는 수임 및 운영 방법 등을 개발하여 예비 법조인의 졸업 후의 진로에도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제도의 성공적인 발전, 정착에는 정부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아직도 만연해 있는 전관 예우, 인맥이나 브로커를 통한 수임 활동 등이 철저하게 근절되지 않는다면, 위의 전문가 집단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