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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청 브리핑룸에서의 '비토 아콘치' 기자회견
 안양시청 브리핑룸에서의 '비토 아콘치' 기자회견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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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아콘치 스튜디오에서 안양아트 프로젝트 디자인을 하게 됐다. 프로젝트가 최근에 완성이 됐다. 문제는 건축이 끝났으나 나는 (그런) 사실을 몰랐다. 윔홀은 나의 의도와 다르고 확실히 수정을 해야 할 부분이 있으며 이를 보완하면 내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5일 새벽 2시께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작가 '비토 아콘치'가 15일 두 차례와 16일 한차례 등 모두 세 차례 작품이 설치된 안양예술공원 현장을 찾아 답사하고 16일 오후 8시 출국에 앞서 안양시가 긴급하게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내린 결론이다.

안양예술공원에 설치된 52번째 작품인 웜홀(원제 Linear Building up in the trees)에 대해 '내 작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안양시에 이의를 제기했던 작가 비토 아콘치가 기자회견에서 "디테일한 디자인을 수정하면 내 작품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안양시의 초청으로 건축 디자이너 '피터 도로시'와 함께 안양시를 방문한 '비토 아콘치'는 16일 오후 4시 10분 안양시청 브리핑룸에서 안양시청 영어강사 이성원(여)씨의 통역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언급하고 4시 50분께 긴급하게 안양 땅을 떠나갔다.

기자의 질문을 심각한 표정으로 듣는 '비토 아콘치'
 기자의 질문을 심각한 표정으로 듣는 '비토 아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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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청 브리핑룸, 외국인으로는 첫 기자회견 기록

이날 비토 아콘치는 '선으로 된 나무 위의 집'(Linear Building up in the trees) 디자인을 하게 됐음을 밝히고 "건축이 끝났으나 나는 몰랐다. 전체적인 디자인을 아콘치연구소에서 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내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첫 말문을 열었다.

안양에 온 목적에 대해서는 "본인이 생각했던 많은 디자인의 차이점을 발견하고 좀 더 본인 생각에 가깝게 하기 위해 안양시장의 초청으로 오게됐다"면서 "뉴욕으로 돌아가 어떤 부분을 수정해야 할 것인가, 디자인에 대해 더 생각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비토 아콘치는 "(아콘치연구소에서는) 작품의 전체적인 컨셉에 대해 디자인했고 디테일한 부분에 있어서도 관리하기를 원했다"면서 "그러나 안양시를 방문해 확인한 결과 컨셉은 같지만 디테일한 부분은 많은 부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신중대 안양시장도 지난 7월 기자회견에서 출구의 높이가 달라진 점, 출입구에 의자 미설치, 주차장 투명유리관에 담쟁이가 우거지지 않고 외벽면의 유리섬유관이 곡선으로 휘지 않은 점 등이 당초 설계와 달라졌음을 시인한 바 있다.

또 신 시장은 작가는 주차장 출구 쪽의 무대를 연결하는 튜브에 환기와 장식을 위한 삼각형 모양의 구멍을 뚫어 달라고 했으나 규모가 너무 커서 실무선에서 이를 반영하지 못했으며 신 시장은 이에 대해 "이는 시장의 특별지시이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언론인 및 안양시와 공공예술재단 관계자, 시민사회단체 회원들로 북적인 기자회견장
 언론인 및 안양시와 공공예술재단 관계자, 시민사회단체 회원들로 북적인 기자회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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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통해 작품 접하고 안양시 신뢰할 수 없었다

'비토 아콘치'는 안양을 방문한 목적과 안양예술공원에 설치된 작품을 둘러본 소감에  대해 짧막하게 말을 하고는 이어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답했다.

비토 아콘치는 '차이가 나는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작품이 완성된 후 첫 번째 방문이기 때문에 몇가지가 잘못됐는지 지적하기 어렵다"면서 "안양시가 본인의 아이디어에 가깝게 디자인을 수정한다면 아콘치 스튜디오에서 디자인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아콘치가 지난 7월초 안양시에 항의 이메일을 보낸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완성된 작품의 이미지를 인터넷을 통해 접했다. (안양시가) '웜홈'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부른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 그런 문제는 일부 지엽적 이유 중 하나다"고 말했다.

이어 아콘치는 "(인테넷을 통해 작품을 접하고) 처음 안양시를 신뢰할 수 없었다. 안양시를 방문해서 작품을 확인했을 때도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을 인정했다"며 아콘치 스튜디오에서 아이디어를 내놓았는데 해석, 느낌이 다르고 다르게 지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안양시가 속이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며 "안양시와 협의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해가 됐으며 언어, 문화,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 속이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확인, 수정하려는 생각과 함께 신뢰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비토 아콘치 답변에 잘못이 있음을 제기하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비토 아콘치 답변에 잘못이 있음을 제기하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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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수정 뉴욕에서 검토... 기간은 정확히 알 수 없다 

아콘치는 "작품을 보고 잘못된 부분을 몇 군데 발견했고 방법을 찾아 변화가 가능한 것은 수정할 것이다. 몇 가지가 잘못됐는지 말할 수는 없다. 디자인은 뉴욕으로 돌아가 내 생각과 안양시 의견을 수렴해 인터넷을 통해 양쪽에서 확인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에서 수정하기로 합의했는가,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가' 질문에 그는 "안양을 방문한 이유는 작품을 보기 위해 온 것이고 앞으로 수정하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가 없다. 정확히 알 수 없으나 3-4개월이면 좋겠다. 그것은 희망사항이다"고 말했다.

비토 아콘치는 계약당시 40만 달러였던 건축 예산이 4회 이상 설계안 변경을 거듭하면서 6배나 되는 250여만 달러로 증가한 증액부분에 대해서는 안양시에 책임을 미뤘다.

그는 "건축에서 예산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아콘치 스튜디오에서는 처음 디자인과 아이디어만 제공하고 시공과 설계는 안양시가 진행하는 것으로 생각했기에 생각하는 바가 달랐다"고 강조하면서 "아콘치측이 이를 강요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신중대 안양시장은 "비토 아콘치 작품은 2005년 6월 13일 비토아콘치와 계약 당시 사업비용은 미화 40만불(한화 4억원)을 초과하지 않는 것으로 하였으나 수시로 설계 변경을 요구 사업비가 증액돼 2005년 당해년도 사업이 불가능했다"고 밝힌 바 있다.

출국 비행기 시간을 이유로 급히 빠져나가는 '비토 아콘치' 일행
 출국 비행기 시간을 이유로 급히 빠져나가는 '비토 아콘치' 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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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 예산 증액 불가 계약부분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비토 아콘치는 질의응답을 하던 중 안양시민사회단체에서 '당초 첫 계약서류에 40만 달러(건축비) 이상은 분명히 안된다고 계약서에 명시하고 사인하지 않았느냐'고 6배나 증액된 부분에 대한 책임을 따져 묻자 비토 아콘치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비토 아콘치'측으로부터 받은 이메일 문건을 제시하며 질문을 계속하려 하자 안양시 공무원들이 출국하는 비행편 시간을 이유로 중단시키고 일어날 것을 재촉하는 과정에서 공무원 및 일부 기자와 언성이 불거지는 소동을 끝으로 기자회견은 마무리됐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으로 그동안 불거지고 제기됐던 의혹들이 낱낱이 밝혀지기 보다는 오히려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다"며 "시민의 혈세인 막대한 예산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쏟아부은 관련자들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한 언론인은 "작품을 보고 본인의 입장을 밝히는 아콘치의 기자회견도 중요하지만 공공예술재단이나 안양시의 입장은 빠져있다"고 지적하고는 "이번 사태를 빚은 공공예술재단 관계자들이 배석해 웃고 있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고 질타했다.

'비토 아콘치' 1박2일간의 짧은 안양 방문
"기자회견 통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만 남기고 떠났다"
논란을 빚고있는 안양예술공원 설치 조형물의 야간경관
 논란을 빚고있는 안양예술공원 설치 조형물의 야간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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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예술공원내 APAP 2005의 마지막 작품을 둘러싼 안양시와 비토 아콘치간에 문제의 발단은 안양시가 당초 예산에서 6배나 증액된 총 사업비 23억5천만원을 들여 공사에 착공한 지 8개월 만에 완공, 지난 6월 30일 '비토 아콘치' 작품에 대한 준공식을 가진 이후에 불거졌다.

7월 4일 작가 비토 아콘치는 이메일을 통해 "계약서에 실시 설계와 시공은 아콘치 스튜디오의 승인을 받아야 함에도 본인과 협의없이 시공됐으며 작품 명칭을 작가의 양해 없이 웜홀(Worm Hole)이라고 임의 사용했다"며 작품에서 자신의 이름을 삭제해 달라"고 안양시에 공식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비토 아콘치는 안양시에 보내온 메일에서 "자신의 작품으로 인정할 수 없는 만큼 작품명과 자신의 이름을 삭제하고 작품 앞에 이에 대한 설명판을 부착하는 한편 모든 언론매체와 인터넷에 자신의 작품이 아님을 게시할 것을 요구하고 이를 이행치 않을 경우 법적소송도 불사하겠다"고 표현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고 <오마이뉴스>등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신중대 안양시장은 지난 7월 9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비토 아콘치 측으로부터 웜홀(Worm Hole) - 원제 선으로 된 나무위의 집(Linear Building up in the trees) 작품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문제가 있음을 시인한 신 시장은 "조속한 시일 내에 작가의 안양방문을 추진하여 작품제작 과정과 시공내용을 자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한편 작품 시공이 작가의 의도대로 되지 않은 부분에 있다면 수정 보완하겠다"고 설명했으나 사태는 일파만파 확산되며 논란과 비난이 쏟아졌다.

안양시는 지난 7월 16일 안양시장 명의로 작가 비토 아콘치(뉴욕 아콘치 스튜디오 대표)를 초청했으며 아콘치측으로부터 '오겠다'는 답변을 보내온 데 이어 초청의사를 전달한 지 2달여만인 어제(9월 15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1박2일간의 짧은 일정을 마치고 16일 저녁 출국했다.

'비토 아콘치' 문제 제기로 논란을 빚은 작품은 안양예술공원 끝 서울대 수목원입구에 설치된 내부가 훤히 보이는 강관(유리섬유로드)이 모자이크 형식으로 감싸고 차량 47대 수용규모에 길이 163m의 원통형 튜브와 이와 연결된 야외무대 등의 구조물로 총 23억5천만원이 투입됐다.

한편 20세기 실험미술과 공공예술의 거장으로 불리우는 '비토 아콘치'는 1940년 1월 24일 뉴욕 브롱크스 태생으로 60~70년대 포퍼먼스와 비디오 작업으로 시작했다. 1988년 '아콘치 스튜디오'를 오픈하고 공공 공간을 디자인에 대한 실험에 몰두해오고 있으며 지난 2004년에 뉴욕 건축상을 수상했다.

'비토 아콘치'는 2005년 제1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 2005) 개막 행사 참석을 위해 경기도 안양시를 방문했으며, 당시 그의 작품이 설치될 안양예술공원 안을 둘러보고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행동과 건축을 연결한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하고 설계를 위해 한 차례 더 방문한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안양, #예술공원, #비토 아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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