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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사람들은 기후변화가 심하여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급격한 온도변화뿐만이 아니라 습도변화 또한 몸을 힘들게 만듭니다. 어깨나 허리, 그리고 다른 관절이 안 좋은 분들은 날이 궂으면 바로 몸으로 느낍니다. 이러한 환경에 대한 대응체계는 어찌 사람한테만 해당하겠습니까? 이 지역에 사는 모든 동식물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치입니다.


이러한 대응체계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 발달한 것이 한의학입니다. 그 가운데 예방을 위해 복용하는 처방을 '상약(上藥)'이라고 하고 치료를 위해 복용하는 처방을 '하약(下藥)'이라고 불렀습니다.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약은 보약과 같은 의미이고 하약은 사약과 같은 의미로 통하기도 합니다. 보(補)란 모자란 부분을 더한다는 뜻이고 사(瀉)란 넘치는 부분을 덜어낸다는 듯입니다.


동아시아에서 보약이 지배계층의 전유물에서 일반 대중한테까지 널리 퍼진 이유는 무엇보다도 약재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경제의 발달 때문이었습니다. 이 시대가 바로 서세동점 이후의 시대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말기부터 일 것입니다.


19세기 말부터 1970년대까지 대중에 널리 퍼진 한방의 약 처방은 내부의 오장을 보하는 병리에 근거한 보약처방과 외부의 종기를 사하는 이명래 고약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시대의 사람들의 몸 상태는 거의 몸이 허하고 냉한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오장을 보하는 보약처방이란 것은 너무도 단순하여 그저 소화기관을 보하고 몸을 데우는 것이 사실상 전부였습니다.


그 사이에 양의학이 수입되면서 이명래 고약은 항생제로 대치되고 각종 한방처방의 하약에 해당하는 치료처방은 양방의 수술과 화학약이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인 배경은 한방은 보약이고 양방은 치료약라는 단순한 개념을 일반사람들한테 주입하게 되었고, 또한 보약은 몸을 살찌게 하고 데우는 처방이라는 것을 한의사를 포함한 전통적인 가정교육을 받은 일반인들한테 까지도 주입시키게 되었습니다.


한번 주입된 개념을 전문가 집단 안에서 조차 교정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예컨대 ㄱ대 한의대이름으로 일반인들한테 파는 십전대보탕의 광고를 보면 글을 읽어도 생각이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고 권위에 알맞은 내실이 없으면 여러 사람들한테 오히려 병을 주고 있다는 현실을 보시면 이해하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20여 년 전 이전하고 요즘하고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신체상태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전에는 거의 배고팠고 지금은 거의 잘 먹습니다. 여기에 덧붙여야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다만 질병예방과 관련하여 현대의 병은 못 먹어서 생기는 질병이 아니라 잘 먹는데, 다만 오장의 균형이 무너져서 생기는 것인 만큼 이제는 보약은 더 이상 필요 없고 보사약(補瀉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요즘 아이들은 잘 먹고 특히 고기를 좋아해서 대부분이 간장열이 많고, 또한 경쟁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활동량이 많기 때문에 심장열이 많고, 그에 따라 많은 에너지 소모를 채우기 위해 먹는 양이 많다 보니까 습담이 많습니다. 그러므로 간이나 심장의 열을 내리는 것이나 몸의 습담을 빼주는 것은 말 그대로 모두가 사약입니다.


따라서 실제로는 사람들한테 사약이 필요한데 잘못된 개념 때문에 보약을 먹게 되면 몸이 점점 망가집니다. 고등학생이면 마치 필수적으로 먹는 홍삼은 몸의 열을 조장하여 처음에 가운이 좀 나는 듯하지만 오래가면 얼굴에 아토피, 열감, 여드름, 머리가 흐릿한 증상이나 혹은 자가면역성 홍반이 성하게 됩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만병통치약'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만병통치약이라는 말의 사용례를 살펴보면 언제 어디서나 만병통치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사기꾼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할 때 씁니다. 그만큼 만병통치란 말은 이치에 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건강식품뿐 아니라 누구나 먹으면 좋다는 각종 알약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비염이라고 하더라도 비염증상은 같아도 몸의 신체적인 상태는 다르므로 미리 만들어 놓은 알약으로 모든 비염을 낫는다고 말하는 것은 역시 만병통치라는 말과 마찬가지의 논리입니다.


범람하는 건강상식의 배경에는 반드시 업자들의 영향이 없을 수 없습니다. 이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도록 저도 하나의 표어를 만들어 봅니다.


"건강증진과 예방은 모자라는 것은 보하고 넘치는 것은 사하는 보사약(補瀉藥)으로."

덧붙이는 글 | 할아버지 한의원 사이트에도 동시에 게제합니다.


태그:#보약, #만병통치, #보사약, #사약, #홍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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