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술은 발전했지만...

 

기술이 생활에 스며들고 있다. 스며든 기술이 생각과 문화 그리고 삶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다. 그러함에도 기술과 세상의 담은 여전히 높고 까마득하다.

 

대통령 선거, 그  희비의 갈림길에 기술이 있었다. 불과 2007년 벽두만 하여도 언론은 2007년 대통령 선거의 최대 화두로 UCC를 지목했다. '대통령이 되는 기회와 도전'에는 웹 2.0 기술을 담은 UCC가 큰 몫을 할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치권의 잠룡도 미디어도 촉각을 동영상 UCC에 곤두세워두었다. UCC 관련 업체들도 블로그에 이은 UCC 활성화와 산업 발전을 기대했다. 학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넓히는 이정표가 UCC로 세워질 것이라 장담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역사의 무엇을 지켜보고 있는가?

 

2007년 대통령 선거가 2002 대통령 선거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아쉽게도 없다. 하지만 2002년으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ICT 기술은 눈부시게 성장했다. 2002년도에 들어보지 못했던 웹 2.0, UCC, 유비쿼터스라는 용어가 유행어가 되었다.

 

용어만이 아니라 DMB와 IPTV로 채널도 늘어났고 천만 명을 넘는 싸이월드, 블로그도 일상이 되었다. 하드웨어의 용량은 눈부시게 늘어 2G메모리 카드를 손전화에 장신구로 붙이고 다닌다. 광케이블이 전화국에서 집 앞까지 도달하고, 손전화는 700만대 화소의 카메라로 '쇼'(Show)를 하라고 광고한다.

 

이런 기술의 발전은 국민의 알권리, 미천했던 개인들의 정치적 주장과 행위, 이기적으로 보이는 표현들이 집단지성으로 여과되는 과정을 만들어내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기술은 가능하다고 하는데 지금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왜 그럴까?

 

멀티미디어 대용량을 가진 하드웨어와 네트워크 대역폭을 확보하고도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알맹이'를 흘리고 거르고 이야기한다. 정통부는 망만 깔았고 문광부는 CT라는 용어만 만들었을 뿐, 기술과 제도를 문화로 이끌어 내지 못했다. 선관위는 관료화되었고 정치인들은 새로운 기술에 모험을 걸고 싶지 않았다. 결국 네이버는 정치관련 UCC를 배제했고 국민들은 지지율대로 소개되는 짧막한 지상파에 신경을 곤두세우다 지쳤다.

 

인터넷 세상이지만 쌍방향 아닌 일방향 정보만 있어

 

왜 이런 현상들이 반복되는 것일까?

 

실천과 지도력은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비전과 기술과 제도를 입체적으로 조망해 확신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2007년 대통령 선거라는 참여의 잔치에 진정한 UCC는 없다. 다양한 사람들의 스펙트럼을 담은 주장도 없다. 미천하지만 1표를 가진 힘없는 이들의 바람은 영향력 있지만 1표를 가진 똑똑한 이들의 주장에 묻혀버렸다. 참여도 후보를 다양하게 조망해 볼 기회도 없다.

 

국가적 사업으로 전세계에 유례없는 통신 인프라를 깔고도 대통령 선거는 ICT강국답지 못하다. 가정마다 들어오는 광케이블에 '내 나라 내 대통령을 뽑는데 쌍방향이 아닌 일방향 정보만 받으라고 한다.' 댓글도 없고 UCC도 없고 고로 참여도 없다. 신바람도 없다.

 

예견된 일들이다. 대통령 후보가 자신을 알릴 채널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하는 것도 일견 낮은 지지율에 대한 변명같지만은 않다. 누가 되었건 다음 대통령은 기술과 제도를 입체적으로 이해한 전문가를 만나 구습을 타파하고 국민이 밀도있게 참여하는 정치 문화를 만들어냈으면 한다.


태그:#대통령 선거, #UCC, #ICT, #웹 2.0, #다음 대통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