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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또는 연인과 여행을 떠나면 꼭 남기는 것이 있다. 감동과 추억을 고스란히 담은 사진 한 장이다. 똑딱이 카메라는 기억에서 조금씩 사라지고 있지만 디지털 카메라로 너나 할 것 없이 사진 찍기를 즐기는 요즘, 경남 양산에도 사진에 미치고 사진에 웃는 사람들이 있다. 사진으로 활력 넘치는 삶을 산다는 '양산박 사진동호회' 회원들이다.


양산박 사진동호회는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사진이 너무 좋아서 뒤늦게 학구열을 불태운 양산대학 평생교육원 사진반 학생들이 모인 동호회로 현재 8기까지 53명의 회원이 활동하며 창의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사진을 찍고 있다.

 

회원들 직업도 어린이집 원장부터 경찰관, 소방관, 회사원 등 다양하지만 모두 사진으로 한마음이 된 사람들이기에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라는 자랑이다. 동호회 명칭이 왠지 양산과 관련이 있을 듯하나 사실은 수호지에 등장하는 호걸 ‘양산박’을 뜻한다. 양산의 사진작가를 꿈꾸는 이들이 모여 소박한 자신의 꿈을 이루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새로운 세상을 보는 눈, 사진      
   

“사진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보는 눈을 가졌다. 사진은 빛을 사냥하러 다니는 것이고, 피사체가 원래 가지고 있는 순수성을 잘 살려내는 것이 사진을 잘 찍는 법이다.”

 

양산박 회원들은 사진을 알기 전에는 앞만 보고 길을 달렸다면, 사진을 알고 나서부터는 모든 것이 경이로운 피사체가 되기 때문에 가던 길을 뒤돌아보는 버릇이 생겼다고 웃으며 말한다.

 

사진을 알고부터 심장을 가장 떨리게 하는 소리도 ‘찰칵’하는 셔터소리라는 회원들. 셔터소리는 생명이요 곧 숨소리라는 것이 이들의 신념이다.

 

지난 1일 제6회 정기 전시회를 한 양산박 동호회는 딸의 얼굴과 단풍, 해변 등 다양한 소재로 작품을 전시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모든 작품에 이름이 달려 있지 않다.

 

백가현 회장은 “사진을 보는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작품이 다르게 해석되기 때문에 우리는 이름을 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을 비롯해 모든 예술작품이 보는 이의 관점에서 다양하게 해석되기 때문에 관람객이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도록 명제를 정하지 않는다고. 관람객이 문의하면 따로 사진을 찍게 된 배경과 목적을 설명해준다.

사진으로 사랑을 전하다

 

양산박은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취미 동아리지만 단순히 혼자만의 즐거움을 위해 사진을 찍지 않는다. 회원들은 ‘사진으로 할 수 있는 사랑 나눔’을 고심하다 4년 전부터 홀로 사는 어르신들의 장수(영정)사진을 찍어드리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원동면을 찾아 직접 어르신 얼굴에 분을 발라드리고 머리 손질을 하고 예쁜 한복을 입혀드린 뒤 장수사진을 찍어드렸다. 어르신들은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날 환한 웃음을 담은 사진을 남길 수 있게 해줘서 연방 고맙다고 인사를 하셨고, 이렇게 사진으로 전한 따뜻한 사랑은 지난달 KBS 1TV  <생생투데이>에 방영되기도 했다.

 

장수사진을 찍으러 갈 때마다 회원들 자비를 털어 100만원 남짓한 비용을 마련하지만 누구 하나 얼굴 찌푸리는 사람이 없다고.

 

양산박 회원들은 “봉사란 어려운 것이 아니에요. 내가 잘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이 웃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봉사죠. 그래서 저희가 자신 있는 사진으로 할머니, 할아버지가 웃으시는 모습을 담을 수 있으니 오히려 그분들에게 감사드리죠”라고 말한다.

 

이렇게 사진을 향한 열정과 그 사진으로 따뜻한 사랑을 전하는 양산박 회원들은 매월 한번 가지는 정기출사와 번개출사로 서로의 끈끈한 정을 쌓아간다.

 

평생교육원 사진반 수업을 듣지 않은 사람도 사진을 향한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활동할 수 있다며 언제나 양산박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고 말하는 회원들. 찬바람이 살을 에는 추운 날에도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산으로 바다로 떠나는 이들을 따라가 보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양산박 사진동호회 (cafe.naver.com/since 1839)

이 기사는 양산시민신문 211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사진, #동우회, #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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