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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은 권력의 축이 남성 중심으로 넘어간 이후 끊임없이 지속되어 온 독립적인 여성을 향한 억압의 기제였다.

 

신의 성품에 더 닮아 있는 여성들이 지닌 직관과 사랑은 많은 남성들에게 위협적인 요소가 되었다. 그런 두려움을 종교를 등에 업고 지극히 폭력적이고 물리적인 방법으로 행한 것이 바로 마녀사냥이며 마녀 재판인 것이다.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신비롭게 그려 낸 <연금술사>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파울로 코엘료는 <포르토벨로의 마녀>를 통해서 자의식이 강하고 자아 실현의 욕망이 강한, 집시의 피를 받은 세린 칼릴이라는 허구와 실제가 혼합된 인물을 통해 ‘신으로서의 여성성’에 대한 깊은 탐구를 시작한다.

 

코엘료는 자기 안에 내재한 ‘신성’인 영혼의 빛을  찾아 끊임없이 변신과 진화를 거듭하는 아테나(세린 칼릴의 다른 이름)를 통해 작가 자신 안에 숨겨져 있는 '여성성과 자비로움'을 찾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포르토벨로의 마녀>의 아테나는 이 시대의 새로운 마녀로 낙인찍혀 수많은 사회적 편견과 억압에 맞서 싸워야 하는 여성을 대표한다. 이 작품은 작가가 그런 용기 있는 여성에게 보내는 응원이며, 여성에 대한 그릇된 통념에 맞서는 방법이고, 현대 사회가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들에게 채운 통념의 족쇄를 세상에 드러내 보이는 방법이다.

 

작가는 남성들이 굴절시킨 ‘마녀’라는 말에 담긴 수많은 편견에 과감하게 이의를 제기한다. 그에게 있어 ‘마녀’란 직관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는 여성, 자신을 둘러싼 자연의 모든 것으로부터 신의 손길을 느끼고 대화를 나누는 여성,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편견의 벽에 굴복하지 않는 용기 있고 주체적인 여성이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남성들은 여성이 지닌 직관의 힘,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자연으로부터 생명의 에너지를 공유하는 여성들에게 두려움을 느껴왔다.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아 한없는 파괴를 일삼는 남성들, 직관이 아닌 이성과 논리를 지배적인 사고로 받아들이는 남성들로서는 자연과 하모니를 이루며 새로운 생명을 끊임없이 생산하는 여성의 깊고 큰 능력이 질시할 만한 위험요소로 여겨졌음직도 하다.

 

<포르토벨로의 마녀>는 파울로 코엘료가 집시의 딸이며 입양아로 자라 대학 졸업장도 없이 20대 초반에 싱글맘이 되어 다섯 살 아들을 홀로 키우며 런던 중심가 포르토벨로에서 마녀 붐을 일으킨 아테나로 대표되는 현대판 마녀, 즉 남성의 손에 길들여지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여성을 가차 없이 ‘마녀’로 규정지어 단죄하려는 폭력 사회에 든 부드러운 반기이자 여성에게 바치는 찬양의 헌사이다.

 

여성이 지닌 부드러움과 연약함은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강한 힘을 해방시켜 발현시키는 불쏘시개와 같은 힘이라는 작가의 말에 긍정의 커다란 끄덕임으로 응수하고 싶다.


불이 붙으려면 먼저 불쏘시개에 불이 붙어야 하는 것처럼, 강한 힘을 해방시켜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우리의 연약함부터 드러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안에 지닌 힘과 세상에 드러난 비밀들을 이해하려면 우선 기대나 두려움, 외양 같은 겉치레부터 불태워버려야 한다. - 포르토벨로의 마녀 중


이 시대의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여성들이여 이 시대의 마녀들이여, 세상의 눈길이 두려워 영혼의 빛을 갈망하는 자신의 내면의 불꽃을 외면하지 말라. 두려움과 겉치레를 과감하게 벗어 던질 때 당신 안에 자리한 비밀스러운 힘이 그  무한의 빛을 발할 수 있으리니.

덧붙이는 글 | <포르토벨로의 마녀>는 파울로 코엘료의 장편소설로 '문학동네'에서 출판되었습니다.


포르토벨로의 마녀

파울로 코엘료 지음, 임두빈 옮김, 문학동네(2007)


태그:#파울로 코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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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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