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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성사는 경북 경산시 팔공산에 있는 사찰로 언제 찾아도 호젓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녀온 지 몇 년이 됐지만, 늘 마음속에 다시 찾고픈 생각이 나던 그곳.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출발하여 하양 읍내를 거쳐 새로운 도로를 이용해 가니, 20분 정도 걸린다. 예전에는 시멘트로 포장된 마을길로 접어들어 한 참을 들어갔던 것 같은데 달라진 것이 많다. 이젠 '환성사'라는 이정표가 잘 만들어져 있어, 처음 가는 이들도 찾아가는 데는 무리가 없을 듯하다.

 

예전 일주문의 모습이 그리워진다    

 

동행한 이 중 한 명이 '환성사(環城寺)가 한문으로 무슨 환자냐'고 묻는다. 글쎄, 갑자기 생각이 안 난다. 안 그래도 한문에는 좀 약한지라 더욱 그러하다. 찾아보니 한문으로는 '고리환'자다. 다른 뜻으로는 '돌다'라는 의미도 있다. 아마 주변 산이 성 처럼 절을 둥글게 둘러싸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인 듯하다.


도착하자마자 만나는 넓은 주차장에는 떡 하니 돌 기둥 위에 새로 지붕을 얹은 일주문이 자리하고 있다. 예전에는 돌기둥 만 있었는데... 하긴 2004년 1월에 다녀갔으니, 벌써 3년이나 지났다. 2005년에 복원되었다는 말은 들었는데 복원 이후에는 처음 찾았다.

 

 
뭔가 허전해 보였던 돌기둥만 있던 그 때가 그립다. 복원된 지붕은 왠지 무거워 보인다. 갑자기 부산 범어사 일주문이 생각난다. 유사해 보여서 일까?
 
 

일주문을 지나면 넓은 풀장 같은 연못이 나온다. 연못을 지나면 중앙에 고목이 버티고 있고 돌 담장 중앙으로 수월관이란 건물이 보인다. 그곳을 지나면 정면에 조립된 삼층석탑과 대웅전이 보인다.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은 수미단이 볼 만 하다

 

대웅전은 보물 제562호로, 보는 순간 단아하다는 느낌이 든다. 고려 말에서 조선 초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정면 5칸, 측면 4칸의 팔작지붕 건물로 공포는 기둥 위 뿐만 아니라 기둥 사이에도 있는 다포 양식이다.

 

1976년 낡은 목재를 갈아내고 단청 무늬와 퇴색된 색채에 비슷하게 보수하였으며, 바깥쪽 단청은 새로 칠하여 옛 것과 새 것의 색이 섞여 있다. 내부로 들어가 보면 천장 구조에서 오래된 건물임을 알 수 있으며 석가삼존불이 모셔져 있고, 특히 수미단은 보아야 한다.

 

 

수미단은 환상적이고 초월적인 수미산의 세계를 표현 한 것인데 코끼리, 사슴, 물고기 등 다양한 조각과 화려한 색채가 이색적이다.

 


앞에는 제 짝이 다른 삼층석탑과 석등 부재 그리고 노주대가 있다. 노주대(爐柱臺)는 정료대(廷燎臺), 또는 요거석(燎炬石)이 부른다. 이것은 절에서 각종 야간 행사를 할 때 어둠을 밝히기 위해 사용하는 장작불을 올려놓기 위해 만든 것으로, 돌을 다듬어 높이 만든 기둥으로 불을 받치는 받침대이다.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

 

왼쪽에는 심검당(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84호)이 있는데, 이 곳에는 환성사의 유래가 잘 설명되어 있다. 835년(신라 흥덕왕 10)에 심지(心地)왕사가 창건하였으며, 고려 말 화재가 나 거의 폐사에 이른 적이 있다.

 

당시 환성사는 날이 갈수록 번창하여 매일 수 백명의 사람들이 찾아오니 밥해대기도 힘들었다. 이에 대선사(大禪師)가 기념으로 일주문을 세우고 대웅전 앞에 수월관이라는 연못을 만든 뒤 ‘이 연못을 메우면 절이 쇠락할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그러나 성격이 게으른 노주지는 사람이 너무 많이 찾아오는 것을 귀찮아 하여 어느 스님의 말을 듣고 연못을 메워버렸다. 그러자마자 절에 불이 났고, 그 후 사람도 거의 찾아오지 않아 절도 쇠락 하였다고 한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전설들이 전하고 있어 환성사의 규모나 유래 등을 알 수 있다.

 
2004년 전면 해체되어 새로이 건립되었다. 일행 중 또 '심검당이 무엇하는 건물이냐'고 묻는다. 안내문에 강당으로 쓰이고 있다고 해서 그렇게 이야기 했다. '심검'이라는 의미는 무명을 단칼에 베어 버린다는 뜻이다. 정면 3칸, 측면 3칸의 규모로 장대석 1단의 낮은 기단 위에 자연석 주초를 놓았으며 정면의 쪽마루는 나중에 설치된 듯 하였으며, 창과 문도 다 새로이 고친 듯하다.

 

 

명부전도 있는데 근래 지어진 건물 같아 보였고 안에는 지장보살좌상과 그 외 시왕상들이 있었다. 주변에선 절을 지키는 개들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입구에는 부도밭과 각종 부재들이 있어

 

입구 일주문 맞은편에는 조선시대 부도밭과 탑의 지붕돌 그리고 환성사 유공비, 가선대부 공덕비 등의 석조물이 있다. 근래 일부 비석들이 파손되어서 인지 CCTV설치 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약사여래불 좌상도 있는데 고려시대 불상으로 추정되며 머리와 대좌는 다 새로이 만든 것이다.

 

 

 

가서 보지 않고는 정말 후회하는 성전암

 

환성사의 북쪽 산내 암자로 16나한 기도도량 성전암이 있다. 370m 올라가면 된다고해 가보았는데 가는 길이 정말 좋다. 아직도 수북이 쌓인 낙엽과 겨울철을 대비한 장작 그리고 산과 어우러진 주변 경관은 장관 그 자체다. 응진전이란 작은 건물에 16나한이 모셔져 있는데 표정들이 다소 이색적이고 옆으로는 산령각이란 작은 단칸 건물이 있다. 또 주변에는 자연 법당이 2군데 마련되어 있다.

 


주말인데도 산사는 너무 조용했다. 조용한 산사에서 모처럼 여유로움을 느끼니 내 마음도 편안해 졌다. 

덧붙이는 글 | 문화유산답사회 우리얼(대구.경북)과 함께 한 사전답사 입니다.


태그:#환성사, #성전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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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문화유적을 찾아 답사를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구석진 곳에 우리문화를 찾아서 알리고 문화관련 행사를 좀 더 대중에게 보급하고자 하며 앞으로 우리문화재의 소중함을 일깨워 나아가려고 합니다. 괌심분야는 역사유적, 석조조형물과 민속,고건축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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