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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영방송 CCTV(中央电视台)는 매년 설날이 되면 춘제(春节) 축제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최근 <인민일보>는 1984년 이래 가장 감동적인 무대를 만들어준 인물 8인을 선정했는데, 그중에는 장애인 무용수인 '타이리화(邰丽华)'도 있다.

 

2005년 CCTV의 춘제(春节) 완후이(晚会) 방송프로그램을 본 많은 중국인들은 때아닌 감동에 많은 눈물을 흘렸다. 청초하고 어여쁜 얼굴에 20명의 다른 장애인 무용수들 맨 선두에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아름다움을 선사한 그녀.

 

채 6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텔레비전 화면을 가득 수놓은 무용은 천수관음(千手观音)이다. 타이리화가 표현한 것처럼 '펼치는 천 가지 손길은 어려움에 처한 세상 모든 이들을 어루만지는 선한 보살 관음'을 춤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녀를 비롯해 무용수 모두 장애인(残疾人)이라는 사실 역시 보는 이들을 숨죽이게 했다.

 

그녀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한다. 더욱 정확하게 말해서 못 듣고 잘 말하지 못한다. CCTV는 그녀를 2005년 '중국을 감동(感动中国)'시킨 인물로 선정, CCTV의 한 프로그램에 초대했다. 수화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입으로는 뭔가 소리를 내고 있다. 수화 통역과 그녀의 목소리를 연결해 집중해서 들으면 어느 정도 소통이 되겠구나 생각도 든다.

 

1976년에 태어난 그녀는 후천적으로 청각장애가 생긴 경우다. 그녀는 2살(중국 나이) 때 심한 고열을 앓고 나서 청력을 잃었다. 총명했던 아이는 점점 소리를 잃기 시작했고, 7살 때 정상적인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할 때 농아학교에 들어가야 했다.

 

그녀는 이것이 처음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세상과 현실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고 한다.

 

어느 날, 아버지가 사온 무용 신발(舞蹈鞋) 한 켤레를 유일한 벗 삼아 침대 위에서 신고 놀았는데, 이것이 그녀의 인생을 바꾼 최초의 계기. 그리고 농아학교에서 또 한 번의 아름다운 계기가 있었다고 한다.

 

농아학교의 율동수업(律动课) 시간. 농아들이 두드리는 진동에 반응하면서 균형과 평형 감각을 일깨워주는 수업이다.

 

그런데 어느 날 불현듯 선생님이 두드리는 그 울림이 교실 마룻바닥을 타고 자신의 몸으로 울려 퍼지는 것을 느꼈다. 새로운 감각의 세계로 들어서는 순간이었으며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아름다움이었다.

 

그 느낌은 바로 '리듬'이었다고 한다. 감동(激动)과 흥분(兴奋)으로 눈이 환해지며 상기된 채 선생님에게 손짓(手势)으로 세 글자를 표시했다. '좋-아-요(我-喜-欢)'

 

15살 이전까지 그녀는 그저 평범한 소녀였다. 다만, 수화로 자신의 동심을 전하는 농아 소녀라는 것 외에는. 지난 10년, 무용은 놀이였으며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 새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 알아보는 저울이 바로 무용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汉)시 가무단에 들어가 정식으로 무용을 배우기 시작했다.

 

지도교사는 말이 통하지도 않고 어떤 형태로 대화해야 할지 몰랐으며 다른 학생들과 함께 지도할 방법이 없어서 그저 방치했다.

 

그녀의 동작이나 자세도 도무지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고 한다. 그녀는 입학생들이 출연하는 무용 리허설에서 완전히 소외된 것이다. 텅 빈 연습실에 혼자 남겨진 그녀는 커다란 거울 앞에서 자신을 모습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자신을 제대로 테스트도 하지 않는 교사를 원망하지 말자. 이 정도 난관은 아주 정상적인 것이고, 세상에는 이보다 더 험난하고 거친 파도(惊涛骇浪)가 너무도 많을 것이다. 무용을 그만둘 수는 없다."

 

그녀는 이후 보름 동안 잠자고 밥 먹는 시간만 빼고는 모든 시간을 무용 연습에 몰두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한 번에 몇 번 하지 못하던 회전동작을 보름 후에는 2~3백 번을 거뜬히 할 수 있게 됐다. 불과 보름 만에 지도교사는 '다시 희망의 불꽃이 타올랐다'(重新燃起了希望的火焰)고 했다.

 

음악은 무용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요소. 무용하는 사람들은 음악에 감각적으로 반응해 몸을 움직인다. 첫 무용에 참여하면서 700여 개가 되는 음악의 리듬(节拍)을 춤에 맞춰 나갔다. 춤 동작과 모든 음악 리듬이 서로 완벽하게 일치하도록 치열하게 노력했는데, 그 유일한 방법은 기억, 반복, 재기억, 재반복뿐이었다 한다. 춤과 리듬이 하나가 될 때까지 말이다.

 

오랜 암흑의 세상에서 살아온 그녀는 정상인이 도저히 가질 수 없는 평정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몸을, 생명을 각인하듯 각 순간의 춤 동작마다에 집중한 것이다. 자신의 몸을 예술로 승화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사람들과 다른 자신을 생각해야 했던 것이다.

 

이렇게 그녀는 자신을 무용수로서 세상에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1992년 이탈리아 스칼라 극단에서의 콘테스트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0년에는 미국 카네기홀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0년에 현재의 장애인예술단의 링우(领舞), 춤 리더를 맡았다.

 

현재, 타이리화는 쭝궈찬지렌이슈퇀(中国残疾人艺术团) 단장이면서 무용수이다. 2004년 아테네 장애인올림픽 개막행사에도 초대됐다. 이때 타이리화는 12명의 장애인과 함께 '워더멍'(我的梦)이라는 제목으로 공연을 해 각광을 받았다. 그리고 CCTV의 2005년 춘제 프로그램에 21명을 위한 공연 내용으로 수정해 출연하게 된 것이다.

 

타이리화를 비롯 21명의 무용수들이 펼치는 <천수관음>의 감동은 무얼까. 춘지에 당시의 공연을 본 사람들은 그야말로 감동의 물결이었다고 한다.

 

화려한 의상을 한, 한 무용배우가 등장한다. 언뜻 보면 한 명이 걸어 나오는 듯하다. 그런데 수많은 손들이 차례로 나타나고 사라지고, 빠르게 또는 느리게, 갑자기 새가 날아오는 듯하다가 꽃이 피기도 한다. 그리고 이렇게 천수관음이 된다.

 

짧게 아름다운 손동작을 하는데 마치 혼자인 듯. 뒤에서 손이 차례로 천천히 오르다가 이윽고 현란한 손 표현을 쏟아낸다. 타이리화로부터 시작되는 손은 바다를 헤엄치기도 하고 산을 오르기도 하고 무한한 원을 반복해 그려내는 장면도 이어진다.

 

조명은 현란하고 음악은 손동작과 어울린다. 그리고, 빠르게 반원을 그리는 모습이 좌우로 반복되는데 21명 모두 하나다.

 

어느새 음악이 바뀌고 먼저 5명이 나누어지고 있다. 여전히 일정한 공간을 유지하고 있는 천수관음이다. 한 몸은 흩어져 무대에서 역동적인 동작을 보여준다.

 

다시 하나로 뭉쳐 화려한 손동작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는 타이리화가 무릎 꿇은 상태에서 서서히 다른 무용수들이 일어서는 모습이다. 마지막 피날레로 모두 손을 흔드니 화려한 천수관음의 부활이라 할 수 있다.

 

선두에 선 타이리화. 그녀는 천수관음을 연기하면서 항상 자기 뒤에 20명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고 했다. 듣지 못하는 그녀는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 동작을 민감하게 지켜보는 20명을 또한 보지 못하고 있지만, 그들은 분명히 하나다.

 

그녀는 한 언론사로부터 대중문화계에서 주목받는 5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장애인 무용가이고 춘제의 스타이기 때문만을 아닐 것이다. 그의 성장이 단순한 우연이 아닌 엄청난 노력의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노력의 결실이 드러낸 아름다움에 중국사람들이 감동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천수관음 열풍이다.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라도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타이리화가 주도하는 천수관음을 유행처럼따라 하는 것이다. 길거리에서도, 관광지에서도,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군대에서도. 어른 아이 모두 그들을 따라 하고 있다.

 

이런 행위를 중국인들은 '꽃이 핀다'(开花)고 표현한다. 꽃은 말이 없지만 아름답다는 뜻이라 한다. 그리고 수화를 배워 일반인과 장애인이 서로 교류하는 것이라 한다. 타이리화의 천수관음이 중국 사람들에게 '꽃이 피는' 것의 의미를 알려 준 것이다. 꽃이 피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것이며, 아름다움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 그렇게 중국사람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아주 진지하게, 아저씨들도 관광지에서, 비키니 차림으로도 과감하게, 좁은 틈에서도 기도하며, 사원 앞에서도, 목 없는 조각상 대신에, 어린 친구들도 밝게 웃으며, 시골 아이들까지도, 어디서든 누구라도.

 

 
참 많은 중국 사람들이 이렇듯 장애인예술단처럼 '꽃'이 되었다. 그들의 마음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전해주니 그들도 흔쾌히 기뻐하리라 믿는다. 솔직히 약간 부럽기도 하다. 이런 따뜻한 마음씨로 방방곡곡에서 우리도 장애인과 한 마음이 되는 이런 운동을 하면 좋지 않을까.

 

'장애는 허물이 아니고 인간이 가진 여러 다양한 특징의 하나이다. 장애는 불행이 아니고 단지 불편할 뿐이다. 장애인도 생명의 가치가 있다. 장애인은 '평등, 참여, 공유'에 목말라 할 뿐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지혜를 통해 여러분들과 모두 함께 인간이 아름답다는 것을 창조하고 싶어한다' (残疾不是缺陷,而是人类多元化的特点;残疾不是不幸,只是不便;残疾人,也有生命的价值。残疾人不仅仅渴望“平等•参与•分享”,还希望以自己的意志和智慧,与大家共创人类美好) – (CCTV <동방시공>에서 한 말)

 

2005년 중국을 감동시킨 인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2006년 9월, 한국에서도 공연이 있었다고 들었다. 타이리화가 이끄는 예술단은 중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공연하고 있고 세계 각 나라에서도 초청이 많다고 한다. 점점 공연내용도 변화하고 더 세련되고 있다고 언론이 보도한다. 아무쪼록 더욱 발전된 공연이 되길 바란다.

 

중국이냐 한국이냐를 떠나 장애가 있거나 없거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사람은 정말 아름답다. '천수관음'에서 그녀의 손짓은 마치 수화처럼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렇게 교감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예술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http://blog.daum.net/youyue 블로그 글을 수정 게재


태그:#장애인, #천수관음, #감동중국, #무용수, #타이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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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품취재를 통해 중국전문기자및 작가로 활동하며 중국 역사문화, 한류 및 중국대중문화 등 취재. 블로그 <13억과의 대화> 운영, 중국문화 입문서 『13억 인과의 대화』 (2014.7), 중국민중의 항쟁기록 『민,란』 (2015.11)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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