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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하면서, 우리가 하루에 만나게 되는 자판기 수는 몇 대나 될까요? 일터나 직장, 학교와 같은 생활 공간에서 거의 매일 이용하는 자판기를 비롯하여 거리를 걸으며 지나치는 자판기의 수를 모두 합한다면, 얼추 세어 보아도 적어도 십여 대는 되지 않나 싶습니다.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다양한 자판기

 

또한 그 자판기들의 종류는 몇 가지나 될까요? 대충 기억해 보면, 우리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커피 자판기'를 비롯하여 흔히 볼 수 있는 음료수 (캔, 컵) 자판기나 화장실 앞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휴지와 물티슈 자판기와 가그린 자판기가 저는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방문자나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또 전철역이나 기차역, 버스 터미널 같은 대합실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것으로 저는 핫도그 자판기와 동전 교환 자판기 그리고 요즘은 잘 안 보이는 것 같은 담배 자판기도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학교나 사내 식당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권 자판기와 주유소나 카센타의 세차 자판기도 있습니다.

 

최근에 들은 이야기인데, 전철 역 안 플랫폼에 도서 자판기도 있다고 하여 궁금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검색을 해보니, 제가 모르는 다양한 자판기들이 눈에 띕니다.

 

실제 저는 한 번도 이용해 본 적이 없는데 과일 자판기도 있다고 하며, 쌀 자판기, 끓여주는 라면 자판기, 맥주 자판기, 도시락(뜨시락) 자판기, 계란 자판기, 감자튀김 자판기, 카드엽서 자판기, 파티용품 자판기, 음주측정자판기, 안마 자판기, 신발세척 자판기, 신문 자판기, 성인용품 자판기, 사주(占) 자판기, 명함 자판기, 건전지 자판기 등 종류도 참 다양함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이와는 전혀 다른 위 목판 그림과 같은 이런 자판기가 있다면 어떨까요? 이제 봄도 다가오고 있으므로 "꽃 화분과 분재를 파는 자판기"가 있다면, 여러분들은 어떨 것 같습니까? ㅎㅎ

 

꽃 화분이나 분재를 파는 자판기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잠시지만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기발한 발상이며, 즐거운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보고 옆을 스쳐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참 정겹고 마음 따듯하게 만들어주는 자판기일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시중에서 살아 있는 생물을 파는 자판기는 못 보았고,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딱딱하고 삭막한 느낌의 자판기와는 달리 생기 넘치는 살아 있는 자판기가 실제로 시판되기를 저는 은근히 기다리고 바랍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자판기가 만들어지고 시중에서 영업을 개시한다면 경제적인 매출효과는 어떨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운영하시는 업주의 수익에도 기여하게 될까요? 즐거운 상상만큼 과연, 그 수익성도 어느 정도는 있게 될까요? 아무래도 그 결과에 대한 예측은 조심스러울까요?

 

그리고 이미 저 자판기가 시판되고 있다면, 오늘 취임하는 대한민국 17대 대통령 이명박의 축하 꽃다발 대신에 저 자판기에서 살아 있는 화분이나 분재를 뽑아 선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혼자 해보았습니다. 분명 반가워해주실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농촌에 살면서 흙을 통해 영감을 얻는 이철수 화가

 

위 작품을 조각한 화가, 이철수는 이미 지난 설 명절 후에 "늘 부족합니다. 그리고 그립습니다"란 글로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위 감상한 그림은 지난 1992년에 제작된 작품으로, 발상이 기발하고 재미있어서 곱게 간직해오던 그림이었습니다.

 

이철수는 "이철수의 집(http://www.mokpan.com)"이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해를 돕기 위해 그 곳에 소개된 화가에 대한 약력을 간략하게 정리하겠습니다.

 

화가는 1954년에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지난 1980년 초에 "판화운동"으로 미술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왕성한 활동으로 1981년에 첫 개인전을 서울 '관훈미술관'에서 열어 대중과 만남을 시작합니다. 그는 1988년 무렵 자기 성찰과 생명의 본질에 대한 관심으로 판화 영역을 확대해가기 시작합니다. 곧 선과 일상을 소재로 한 판화세계로 옮아갔으며, 새로운 면모로 지속적인 활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989년 독일에서 가졌던 함부르크 대학 초청 독일 순회전을 시작으로 요즈음은 스위스, 아일랜드, 베트남 등 외국 초대전에도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응달에 피는 꽃>(1981, 분도, 절판)을 처음 출판하여 <마른 풀의 노래>(학고재, 1995, 절판), <고호 전기>(웅진출판, 1987) 등 다수의 책과 <배꽃 하얗게 피던 밤에>(문학동네, 1996) 등 산문집, 그리고 <생명의 노래>(호미, 2005)란 판화집 등을 통하여 독자와 만남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또한 홈페이지를 통해 모든 판화들을 공개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독자와의 통로를 열어두고 있으며, 직접 판매하기도 합니다. 액자나 달력, 음반, 그릇, 찻잔, 시계 등 생활 도구에 활용한 공예품이나 엽서, 책갈피 등 소품들을 제작하여 일상에 녹아든 다양한 작품으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생명과 선의 여백을 살린 동양적인 판화들

 

지금은 제천 외곽의 조용한 농촌 마을에서 손수 땅을 일구며 유기농법으로 지은 먹거리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 문제에도 적극 참여하며, 책 읽기, 그림 그리기를 일로 삼고 지내십니다. 이철수 화가에 대해 소개 글을 덧붙입니다. 비범하리만큼 평범하게 소개합니다.

 

이현주는 "시골 촌부 누구나 제각각 잘하는 무엇 하나쯤은 지니고 있을 터, 짚신 잘 삼는 이웃 노인처럼 그는 나무에 그림 새겨 종이에 옮겨 찍는 재주를 지니고 있을 뿐, 길 가다 만나는 여느 시골 촌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며 그의 평범함 속에 숨겨진 비범함을 소개하는 글도 보입니다.

 

이지누 사진가는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잠자고(饑來喫飯 因來卽眠) 이름 부르면 대답하는, 더 이상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 없는 그대로의 평상심, 그건 이철수라는 칼잡이가 가진 가장 예리한 칼임에 틀림없다. 그것은 그가  가진 수십 개 조각칼의 곧추선 날보다도 예리하고 깊다…"고 극찬을 합니다.

 

간결하면서도 단아한 그림과 선가의 언어방식을 끌어온 촌철살인의 화제와 글들이 마음을 끌어당깁니다. 또한 시정이 넘치는 짧은 글이 어우러져 현대적이면서도 깊이 있고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냅니다.

 

그의 그림은 '판화로 시를 쓴다'는 평판을 들을 만큼, 갈수록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약 2천 점 정도 되는 그의 다양한 판화 작품들은 그의 홈페이지를 이용하시면 원본 그림으로 모두 다 감상하실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업적인 이용이 아니라면 그의 그림이나 바탕화면용 그림, 메일용 엽서, 목판 글꼴 등에 대한 개인적인 활용을 허용함으로써 나눔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자연을 닮아 소박한 마음으로 쓴 곧은 글들과 선한 그림의 엽서를 받아보고 싶다면, 그 홈페이지에 방문하여 가입하면 되며, 하루에 한 통씩 메일로 직접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이철수, #목판화, #자판기, #화분, #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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