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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을 '여자'만큼이나 좋아한다. 원래 여행을 좋아하다 보니 이것저것 안 가리고 돌아다니지만, 어릴 때부터 동경해 오던 사막을 한 번 가보고는 제대로 필이 꽂혀서 만사 제쳐놓고 사막에 빠져들었다. 물론 개인의 취향이 모두 다르기에 내가 좋아하는 사막을 남들 모두가 좋아하리라고는 꿈도 꾸지 않는다.

 

행복의 잣대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 어떤 것이 누구에게 맞는 행복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 답답하고 짜증나는 사회에 찌들어 사막의 밤하늘에서 벌어지는 휘황찬란한 우주쇼를 감상해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을 보면 괜히 불쌍타는 생각도 든다. 분명한 것은 일생에 있어 사막의 아름다움을 접해본 사람과 아닌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것.

 

아직도 사막 레이스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보고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미쳤다고, 심지어는 '또라이'라는 말까지 거침없이 내뱉는다. 그래 맘대로 떠드세요. 어차피 한 번 사는 세상 니 인생 니가 살고 내 인생 내가 사는 것이니, 나는 보다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진정한 자유를 맛보고 싶다. 누가 뭐래도 이 정도 배짱은 있어야 사막에 도전하는 사람의 자세이지 아닐까? 2007년 6월 17일부터 23일까지 있었던 고비사막 마라톤대회 참가기를 풀어내고자 한다.

 

 
태평양 건너 미국가는 거 보다 더 힘드네 
 
고비사막은 중국 서쪽 끝부터 몽고까지 이어지는 길고 다양함이 공존하는 사막이다. 그리고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고비사막이라고 부르기도 애매모호하기도 하다. 그곳에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모래 언덕으로만 이루어진 모래사막도 있고 양떼가 뛰노는 푸른 초원과 알프스 같은 경관을 뽐내는 환상적인 경치의 지역도 있다. 많은 이들이 기회가 된다면 고비사막 대회는 해마다 가고 싶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고비사막, 정말 사하라에 있는 것 다 있고 없는 것도 있다고 할 수 있는 발칙한 상상이 가능한 곳이다.  
 
고비대회는 실크로드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에서 열리는데 2007년에는 중국 멀리 서쪽의 카슈가르 지역에서 열렸다. 중국을 제대로 여행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중국이 얼마나 땅덩어리가 큰지. 요즘은 한국에서 중국 가는 항공요금이 무척이나 저렴하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부 지역이고, 저 멀리 내륙 안쪽으로 가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현상이 발생한다. 결국 항공비가 작년에 비해서 수십만 원이 더 나온 100만 원이 좀 더 넘는 어마어마한 가격이 나왔다. 그것도 자리가 없어서 '생쇼'를 해서 얻어낸 자리다. 정말 중국 사람들에게 외국인은 '봉'인 게다.
 
2007년에는 한국 참가 인원이 좀 많았다. 선수 16명, 자원봉사자 2명, 미디어 1명. 총 19명의 한국인이 참가했다. 공항에서의 간단한 출정식을 뒤로 하고 북경을 향해 날아갔다. 항공 일정이 좀 복잡하기에 어쩔 수 없이 북경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목적지에 도착하는 여정을 택했다.
 
북경에 가면 꼭 거쳐야 하는 관문이 있다. 바로 북경 오리구이인 '베이징 덕'을 먹는 것과 발 마사지다. 한국팀 16명 중 10명은 기존에 다른 사막대회 참가 경력이 있으며 6명은 처녀 출전자들이었다. 처음 대회에 참가하면 그만큼 여러 가지 걱정되는 일들이 많아진다. 처음 참가자와 모두를 위해 입에서 살살 녹는 베이징 덕을 먹고 발 마사지로 기분 좋게 하루의 피로와 긴장을 풀었다. 
 
다음 날은 우리의 최종 집결지인 카슈가르로 가는 날. 호텔에서 아침에 출발을 했지만 카슈가르 호텔에 도착하니 밤 12시가 넘었다. 호텔에서는 미리 와서 기다리던 조경일님과 조이, 혜령이가 반갑게 맞아준다. 그리고 여러 대회를 통해서 낯이 익은 참가자들, 스태프들과 즐거운 해후를 나눴다. 비행시간+대기시간=?. 휴~! 길고도 긴 하루다. 바로 옆에 있는 나라 중국인데도 멀리 태평양 건너 미국 가는 거보다 더 힘들다.
 
 
6월 16일, 사막으로의 이동 
 
어제 늦게 도착한 여독을 풀 겨를도 없이 아침부터 정신 없는 하루가 시작됐다. 오늘의 가장 중요한 일은 장비 검사를 받고 대회 장소로 이동하는 것. 필수 장비와 메디컬 검사를 마친 후 각 텐트 별 참가자로 나눠서 버스를 타고 대회 출발 지점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대회 브리핑에서 최근 카슈가르 지역에 45년 만의 '단비'가 아닌 무지막지한 폭우가 내렸고, 그로 인해 현지 상황에 따라 코스 변동이 있을 예정이라 한다. 이 지역은 험한 고산 지역이라 불어난 강물로 만약의 위급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될지 약간 걱정이 생긴다.
 
많은 사람들의 환영 속에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우리들이 탄 버스는 일주일간의 지옥체험 장소로 이동했다. 도심을 벗어나 한참을 가니 어느 순간 평지는 사라지고 눈 덮인 고봉들이 우리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2007년이 8번째 사막대회 참가였다. 그 중 고비사막 대회만 4번째 개근이다. 고비대회는 기괴한 코스로 해마다 사람 잡기로 유명하다. 2007년 대회 코스는 산악과 계곡을 누빈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의 난이도로 우리를 골탕 먹일지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어떨 때는 많이 아는 것도 피곤한 때가 있다.
 
약 7시간의 이동 후 비포장 절벽길을 달리는데 도로 옆 강물들이 요동을 쳤다. 엄청난 양의 누런 황토빛 강물이 우리를 잡아먹을 듯이 세차게 흘러간다. 좁은 길에 비까지 내리니 아차 하면 저 끝 모를 계곡으로 굴러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오금이 저려온다.
 
몇 시간의 살 떨리는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야영지에 도착을 하니 모두의 얼굴에 다시금 생기가 돈다. 그런데 텐트촌이 아닌 학교 운동장에 버스가 정차를 했다. 폭우의 영향으로 원래 예정된 야영지 숙박이 위험하기에 2km를 이동한 학교에서 숙박을 한다고 설명했다. 세상에나 이렇게 좋을 수가. 게다가 우리 방에는 2층 침대까지 있었다. 사막에서 이 정도면 거의 5성급 호텔 수준이다. "만세 만세 만만세!"가 절로 나오는 사막의 첫날 밤이다.
 

덧붙이는 글 | 2007년 6월 17일부터 23일까지 열렸던 고비 사막 마라톤대회 참가기입니다. 


태그:#마라톤, #고비사막, #울트라마라톤, #여행, #사막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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