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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주자 우선주차>의 비용으로 매달 4만원을 납부한다. 분기별 납부이니 한번에 12만원을 지출한다. 즉 3개월마다 구역신청과 배정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주차장이 없는 건물에 세들어 살고 있으니 우선주차에서 탈락하면 대략 난감하다.

그러나 이 난감은 오직 '나'의 상황이다. 내가 난감할 이유를 남이 공유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배정에 실패하면 차를 아예 학교(전 시간강사임)에 주차시켜놓던지 아니면 속편하게 차를 없애던가 해야 할 것이다.

제일 좋은것은 돈 열심히 벌어 주차공간이 보장되는 작은 아파트라도 가는 것이다. 물론 나에겐 꿈같은 일이다. 돈이 없으니 일상의 사소한것까지 고민해야하는것이 바로 이런 경우다. 사소한 고민은 언제나 서민의 몫이다. (이런것이 악순환이다. 전세금 능력 없어서 '월세' 가 지출되고, 월세로 변변치 못한 지역에 사니 '주차비' 나가야 하고. 이러니까 돈을 못 모은다.)

자리를 배정받기 전 3일 동안 집앞 골목에 차를 주차한적이 있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자리가 누군가의 암묵적인 주차장소였던 것이다. 4일째되는날 보니 정말 노골적인 응징이 있었다. 앞좌석문에서 뒷좌석 끝까지 완벽한 기스! 무섭다. 서러워서 못살겠다.

1년이 지났다. 난 48만원의 연간 주차비를 납부한다. 비싸다. 그런데 그때 암묵적인 주차공간을 확보한듯한 그 골목의 차는 여전이 그곳에 있다. 그것도 아주 여유롭게 말이다. 그러니까 그 차는 '거주자 우선주차'를 확보하기 위래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차주에게는 난 완전 바보다. 필요없는 돈을 지출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를 바보로 만드는 결정타! 인도 위 불법주차!

그래도 그들은 골목주차다. 거주자 우선주차 공간이 부족하다고 하니 있을 수 있는 현상이다. 물론 속터지는 일이지만 딱히 대응책도 없다. 이왕 속터지니 오늘은 이보다 더한 '놈'을 공개하고 왜 그러한 '놈'으로 사는지를 묻고 싶다. 그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타이틀 달고 처음으로 '기자'다운 취재다. (하지만 이 기사가 공개수배는 아니다. 그들의 당당한 모습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서민의 속터짐이다)

네 바퀴 아주 정확한 인도주차. 그러니까 사람은 인도 위 차를 피해 다녀야 한다.
▲ 인도 위 불법주차 1 네 바퀴 아주 정확한 인도주차. 그러니까 사람은 인도 위 차를 피해 다녀야 한다.
ⓒ 오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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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라. 아주 아름다운 주차이지 않은가?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실상은 저 차 앞뒤로도 암묵적 자기자리가 다 있다. 그러니까 저건 이리저리 떠돌다가 불법주차를 하는 개념이 아니라 본인에게는 나름 지정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사진을 찍는날은 무척이나 여유(?)가 있었다. 고맙기도 해라.

저 인도의 맞은편이 거주자 우선주차 구역이다. 그러니까 맞은편으론 사람이 다닐 공간이 애초에 없다. 저 차는 사람이 가는 유일한 길에 무식하게 주차를 해 놓고 이를 아주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실제로 저 차가 나의 보행을 방행했는지 여부, 그리고 저 차가 실제로 나에게 도로상의 위협을 주었는지를 여부를 떠나 저 뻣뻣함 자체가 속이 터진다.

이 골목 1킬로미터의 한쪽은 아예 공식적 주차장이나 마찬가지다. 당사자들은 어쩔 수 없다고 하겠지만 이 길은 매일 걷는 사람에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 인도 위 불법주차 2 이 골목 1킬로미터의 한쪽은 아예 공식적 주차장이나 마찬가지다. 당사자들은 어쩔 수 없다고 하겠지만 이 길은 매일 걷는 사람에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 오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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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들에게는 나름의 고충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고충이 너무나 대단한것이라 할지라도, 그리고 눈물이 날 지경이라도, 그것은 그만의 이유이지 나를 설득할 타당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타당하지 않다면 최소한 겸언쩍은 모습은 등장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거주자 우선주차를 지속적으로 신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안되면 공영주차장에 들어가는 것이다. 또 그것이 안되면 근처 다른 공터를 찾아야 할 것이다. 아니면 친구아파트에 몰래 주차를 하든지(이것도 문제이지만 최소 인도위 주차는 아니다) 직장에 아예 장기주차를 하든지 해야한다.

물론 국가적 주차대란인것을 생각하면 이런것도 여의치 않을수가 있다. 하지만 최소한 노력은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인도 위 당연(?)주차'들은 이러한 압박에서 자유로운것 같다. 왜냐하면 노력이 있다면 최소한 인도 위에서 보란듯이 지정장소 장기주차하는 모습은 타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펴보면 다 그 자리에 그 차다.

지나친 절약정신? 자동차의 권리?

인도 위 주차는 실제 그것때문에 내가 무슨 사고를 당한 일이 결코 없더라도 보는 것 자체가 '심리적 위협'이다. 전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 '당연히' 이루어지는 공간을 '순순히' 지나가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인간의 굴욕이다. 지속되는 굴욕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저 차들이 나에게 부당한 굴욕을 주고 있으니 이건 명백히 죄값이 부과되어야 한다.

그들은 왜 그럴까? 아주 당당히 도로 위 주차로 평생을 살고있는 친구녀석에서 물어보았다. 우선은 비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비싸기때문에 남에게 굴욕을 주는것은 두번째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라욕'만 한다. 미친놈. 상황인즉 그들은 거주자 우선주차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게 더 짜증난다.

또 다른 친구는 "그럼 어떡하냐?"라고 반응한다. 주차할 곳이 없는데 어떡하냐고 날 다그친다. 내가 거주자 우선주차 시도해 보았느냐고 물었다. 전화해보니 분기별 배정이라 2-3개월을 기다려랴 한다는 답을 들었단다. 그 전화가 2년전이다. 그래 아주 수고했다.

이러한 반응은 '사람이 인도위를 걷는 권리'와 '차가 주차할 권리'를 동등하게 보기때문에 발생한다. 사람이 걷는만큼 자동차도 주차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라에서 이를 보장해주지 못하니 이걸 왜 자신의 탓으로 돌리느냐고 반문한다.

어이가 없다. 뭐라고 설득도 못하겠다. "자네사정이 무엇이든 인도 위 주차는 말이 안되잖아~"를 어떻게 일일이 설명하겠느냐 말이다. 아닌것은 아닌것이지. 밥맛이다. 양심에게 묻는다. 도무지 그런 행동이 가능한 이유가 뭐냐고. 이유가 없다면 고개를 숙이고 멋쩍어해야지 이건 뭐 아주 당연하단다. 당신같은 사람때문에 나처럼 48만원의 연간주차료를 내는 사람이 오히려 멍청하다는 소릴 듣는다. 원래 말이 안되는 일 자체보다 말도 안되는 것을 전혀 알고 있지 못하는것이 속 터지는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양심에게 묻는다>는 앞으로 다양한 테마로 진행됩니다.
http://blog.daum.net/och7896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불법주차, #거주자우선주차, #인도위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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