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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문가를 자처하는 재정부 출신들이 왜 다 이 모양일까.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이 24일과 25일 반복해 가며 상식 이하의 발언을 하고 다녀서 빈축을 사고 있다. "공시가격 9억원에 해당하는 아파트에 산다면 중산층으로 보아야 한다" 것이 그의 주장의 골자.

 

국민들 중 99.6~99.7%가 전부 다 서민중산층이라니

 

도대체 이종구 의원은 어느 정도의 고가주택을 소유해야 중산층의 범위를 넘어선다고 보는 것일까. 그리고 과연 우리나라에서 공시가격 9억원 이상에 해당하는 아파트, 실거래가로 10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몇 호나 될까.

 

23일 닥터아파트의 발표에 의하면 종부세 과세기준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할 경우 서울에서 약 15만 가구의 아파트가 종부세 부과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난 4월 29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현행 제도 하에서 서울의 종부세 부과대상 공동주택은 20만 4210호이고 경기도의 종부세 부과대상 공동주택은 4만 9467호라고 한다.

 

이런 여러 가지 수치를 종합해 볼 때 현재 공시가격 9억원 이상에 해당하는 고가아파트는 전국적으로 5~6만호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서 5~6만이라는 수치는 2인 이상 전체 가구 1300만 가구의 0.38~0.46%, 전체가구 1600만 가구의 0.31~0.38%, 전체 세대 1800만 세대의 0.28~0.33%에 해당하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0.3~0.4%를 제외한 99.6~99.7%가 전부 다 서민중산층이라는 것이 이종구 의원의 아주 특이한 '서민중산층'의 범위인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 중 99.6~99.7%가 전부 다 서민중산층이라니. 현행 제도하에서 종부세 과세대상 주택이라고 해 보아야 전체가구의 1.56%, 전체 세대의 1.39%에 불과한데 이것도 부족해서 과세대상을 0.3%~0.4%로 줄여야 한다니. 과연 이런 정당을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라 할 수 있는가.

 

미실현이득도 아니고 명백히 실현된 양도차익이 소득이 아니라니...

 

역시 재정부 출신으로 외환위기 직후 물러났다가 10년 만에 재정부로 돌아 온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국회에서 "집을 옮길 경우 재산은 늘어나지만 소득이 늘어나는 게 아닌 만큼 국제적으로는 과세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다.

 

1세대 1주택 소유자에 대하여 국제적으로는 과세하지 않는다는 강 장관이 말이 사실이 아님은 내가 이미 23일 <오마이뉴스>를 통해 밝혔으므로 여기에서는 논외로 하기로 하고 오늘은 "집을 옮길 경우 재산은 늘어나지만 소득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과연 맞는 말인지 검토해 보기로 한다.

 

다음에 소개하는 자료는 국토연구원 국토법제팀이 2000년에 펴낸 <국토관련 헌법재판소 판례집>에 실린 헌법재판소 결정문 중 일부다.

 

<1994년 7월 29일 92헌바49,52(병합) 전원재판부 토지초과이득세에 대한 헌법소원 결정요지>

1. 과세대상인 자본이득의 범위를 실현된 소득에 국한할 것인가 혹은 미실현이득을 포함시킬 것인가의 여부는, 과세목적·과세소득의 특성·과세기술상의 문제 등을 고려하여 판단할 입법정책의 문제일 뿐, 헌법상의 조세개념에 저촉되거나 그와 양립할 수 없는 모순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이하 생략)

 

위의 결정문을 보면 헌법재판소는 분명히 미실현이득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고 더불어 그것에 대한 과세 또한 부당하지 않다고 판시해 놓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강만수 장관은  미실현 이득도 아니고 명백히 양도 과정에서 실현된 1세대 1주택 소유자의 양도차익을 소득이 아니라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1990년대 우리나라 토초세제도가 헌법불합치결정을 받은 이유는 미실현이득에 대한 과세 때문이 아니고 이를 집행하는 방법상의 흠결 때문이었다). 

 

물론 미국도 1세대 1주택자들이 집을 팔고 거주주택을 새로 구입하는 경우 비용이 든다는 점을 고려하여 양도차익 중 50만 달러(부부의 경우), 우리나라로 치면 2억원(1인당 GDP 차이 2.5배 적용)을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일본도 3000만엔, 우리나라로 치면 1억 5000만원(1인당 GDP 차이 2배 적용)을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이 1세대 1주택 소유자들이 양도과정에서 실현한 양도차익을 소득이 아니라고 우기지는 않는다. 그런 행태는 상식 이하의 행태이기 때문이다. 

 

종부세는 소득의 획득여부와 무관하게 내야 하는 것     

 

강만수 장관은 또 지난 2월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10년 동안 야인(野人)으로 있으면서 소득은 없는데 종부세만 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런 발언 또한 상식 이하의 발언이다. 왜냐하면 종부세는 소득에 대하여 과세하는 소득과세의 일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OECD는 조세를 크게 소득과세, 재산과세, 소비과세 등으로 분류하는데 종부세는 소득에 대하여 과세하는 소득과세가 아니라 재산에 대하여 과세하는 재산과세의 일종일 뿐이다. 따라서 종부세는 소득의 획득여부와 무관하게 내야 하는 것이다. 그게 벅차다면 재산을 매각하면 되는 것이고 말이다.

 

MB정부와 한나라당이 진정한 서민과 중산층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강부자들의 목소리만 들으려 한다는 것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일이지만, 최소한 이들이 다수 국민들과의 소통을 원한다면 말도 안되는 황당한 궤변은 자제하고 자신을 객관화시키는 노력을 억지로라도 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대자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종부세, #중산층, #미실현이득, #양도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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