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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산을 오르는 의미를 어디에 두어야 할까? 정상을 정복하는 기쁨은 말할 것도 없지만, 산행로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꽃들의 미소 때문은 아닐까. 그러나 산행길에 만나는 야생화의 이름을 알고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항상 진귀한 야생화를 만나면 서로서로 "누구 이 꽃 이름 아세요?" 묻게 되고 "이런, 나는 잘 모르겠는데... 거 꽃이 너무 참하게 생겼다"거나 "정말 꽃이 너무 이쁘다" 혹은 "꽃 이름 알면 뭐하고 모르면 좀 어때?"하는 결론에 이른다. 이렇게 되면 진귀한 야생화를 만나도 안 만난 일이 되고 만다.
 
그런데 오늘(3일) 산행에는 야생화에 조예가 많은 산벗 하나 있었다.
 
"이꽃 이름 말인가? 계요등꽃이라네..."
"꽃이름이 계요등꽃이에요? 거 꽃 이름 한번 매우 인상적이네." 
 
다투어 꽃 향기를 맡아 보면서 "꽃 냄새가 별로 좋지 않다" "괜찮은데..." 등등 의견을 주고 받았다. 다음부터는 식물백과를 가지고 다니면서 야생화 찾기 산행을 하자는 등등 색다른 이야기까지 나왔다. 어쨌든 이름을 몰라 답답했던 야생화의 꽃 이름을 알고나니 이유없이 기분이 좋았다. 
 
산행에서 스치듯이 만나는 꽃 이름 하나  알고 있으나 모르고 있으나 매한가지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의 숱한 이름처럼 많은 꽃 이름을 알아가는 것이 자연에 대한 관심이고 사랑이란 생각이 든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것과 이름을 알고 만나는 만남의 차이는 엄청 나듯이 말이다. 
 
계요등꽃의 이름의 내력은 꽃향기에 닭 오줌 냄새나서 '계요등꽃'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계요등의 계(鷄)는 닭, 요(尿)는 오줌, 덩쿨의 등(藤)이라 하여 계요등꽃이라 하는데, 실제 꽃 향기가 닭오줌 냄새가 나는 듯했다. 그러나 이름 때문에 그렇게 냄새가 나는 것처럼 여겨지는 듯했다. 꽃잎의 생김새가 마치 닭의 깃털처럼 부드러운 계요등꽃… 어느 시인의 말처럼 내가 계요등꽃 이름을 불러주니, 꽃은 꽃 이상의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
 
계요등꽃은 민간약재로도 쓰인다. 거담제, 거풍제, 신장염, 이질 등에 좋다고 한다. 7~8월에 꽃이 피는데 산 기슭이나 바닷가 풀밭에 핀다. 앙증 맞은 계요등꽃. 꽃등을 밝히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떻게 달리 보면 보기 좋은 닭벼슬 같은 닭들이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니 닭들이 꽃으로 환생한 것인지도. 
 

꽃이여, 네가 입김으로

대낮에 불을 밝히면

환히 금빛으로 밝히는 가장자리

 

빛깔이며 향기며

화분이며

나비며 나비며

 

축제의 날은 그러나

먼 추억으로서만 온다.

 

나의 추억 위에는 꽃이여

네가 머금은 이슬 한 방울이

떨어진다.

- 꽃의 소묘(김춘수)


태그:#꽃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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