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축구 파이팅! 시각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한데 모여 패럴림픽 출전에 결의를 다지고 있다.

▲ 시각축구 파이팅! 시각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한데 모여 패럴림픽 출전에 결의를 다지고 있다. ⓒ 김수현

 

시각장애인 축구를 소재로 한 공익광고 '소리를 차는 사람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낯익은 배경음악 오퍼스의 '플라이 하이'와 함께 따스한 메시지를 전해줬던 그 '소리를 차는 사람들'이 또 한 번 일을 내려 한다. 베이징 장애인올림픽(9월6일~17일)이 머잖아 열리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서울시 송파시각장애인축구장. 뙤약볕 아래 휘슬 소리가 요란하다.

 

"왕복달리기, 휘슬 울릴 때까지~ 삑!"

 

베이징 장애인월드컵에 출전하는 시각축구팀 선수단이 체력강화훈련에 한창이다. 삼복더위를 내쫓으며 빠른 속도로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선수들의 얼굴엔 미소가 머금어져 있다. 운동장을 뛰는 것에서 마치 살아있음을 느끼는 듯, 땀방울마다 희열이 맺혀 있다.

 

'시각축구'는 골키퍼를 포함, 총 5명이 한 팀이 되어 소리가 나는 공을 차는 경기다. 18×38m 경기장에서 전후반 25분 경기로 진행되며 오프사이드 규칙은 없고 언더핸드 드로우 인이 가능하다.

 

전력질주, 왕복 달리기 등 기초체력운동 뒤에 드리블과 킥 연습이 이어졌다. 선수들의 움직임이 둔해지자 감독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운동장을 가른다.

 

"볼 못 넣는 사람, 휴식 없다!"

 

시각축구 대표팀의 사령탑인 이옥형 감독 역시 국가대표 출신이다.

 

강호 일본 격파하고 올림픽 출전권 따내다

 

 송파시각장애인축구장에서 훈련 중인 시각축구 대표팀 선수들.

송파시각장애인축구장에서 훈련 중인 시각축구 대표팀 선수들. ⓒ 김수현

"처음 시각축구팀 감독을 맡겠다고 했을 때 전맹인 사람이 어떻게 팀을 이끌겠냐며 반대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선수들이 저를 믿어주었고 실력으로 보여주자고 선수들과 다짐했죠."

 

일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란 듯이 이들은 지난해 아시아 시각장애인 축구대회에서 강호 일본을 격파하고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청각과 공간 감각이 좋은 편이라 소리를 들으면 어떤 선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다 알아요. 몸에 균형이 안 맞으면 공 컨트롤할 때 나는 소리의 리듬이 깨지거든요. 그걸로 공을 놓쳤는지, 자세가 비뚤어졌는지 아는 거죠. 선수들도 오감 중 하나인 시각은 없지만, 대신 체감과 육감이란 게 발달하기 때문에 축구를 하잖아요."

 

첫 지휘봉을 잡았을 때보다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된 것을 보면 이 감독은 뿌듯함을 느낀다.

 

"요즘은 날이 너무 더워서 하루 6시간씩 훈련을 하고 있어요. 올림픽에 나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공이 완전히 내 것이 되어야만 제대로 된 플레이가 나올 수 있으니 선수 전원이 공을 제 몸처럼 다룰 수 있을 때까지 훈련할 겁니다."

 

"골 들어갈 땐, 공이 발에 닿는 느낌이 다르다"

 

잠깐의 휴식 뒤 5대 5 미니게임이 이어졌다. 선수 5명 중 유일하게 골키퍼만은 비장애인이다. 시각장애 1급 선수 4명과 비장애인 골키퍼 1인이 함께 뛰는 시각축구. 선수들의 이마에는 충돌 시 부상을 막기 위한 두툼한 띠가 둘러 있다.

 

시각축구가 일반축구와 다른 점 중 하나는 가이드가 골대 뒤에 서서 현재 상태를 큰 소리로 알려준다는 것이다.

 

"경호 볼 잡고, 뒤에 재식 있고, 허석 빈자리 막고, 이제 한 사람만 제치고 들어와!"

 

선수들의 움직임에 따라 가이드 김난희씨의 입도 바빠진다. 앞을 보지 못하는 선수들의 눈이 되어주는 것이다.

 

수비수들은 공의 소리를 쫓아가며 "보이 보이" 소리를 낸다. '보이'는 라틴어로 '간다'라는 뜻인데, 선수들이 서로의 위치를 파악해서 충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국제시각장애인축구연맹의 공식 언어다.

 

"골이 들어갈 땐, 공이 발에 와 닿는 느낌이 달라요. 그 느낌 꼭 느끼고 돌아오겠습니다."

 

2002년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참가한 김경호 선수는 "비장애인 올림픽이 끝나면 국민들의 관심이 모두 사라져버려 아쉬워요"라며 "이어 열리는 장애인올림픽에도 애정 어린 눈길을 보내주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첫 상대 브라질도 두렵지 않다"

 

 송파시각장애인축구장에서 훈련 중인 시각축구 대표팀 선수들.

송파시각장애인축구장에서 훈련 중인 시각축구 대표팀 선수들. ⓒ 김수현

이번에 베이징에 가는 사람은 시각장애 선수 8명과 골키퍼 2명, 여기에 감독·코치·가이드까지 총 13명이다. 개막 다음날인 7일부터 본선에 진출한 6개국이 풀리그를 펼치고, 득점 순위 1위와 2위, 3위와 4위가 짝을 이뤄 재경기를 통해 메달 색깔을 다툰다.

 

대한민국 시각축구팀의 목표는 메달권 진입이다. 강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과 경기를 치러야 하지만, 브라질과 팽팽한 경기 끝에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던 경험이 있어 선수들은 자신감에 차있다.

 

다른 나라 선수들이 대부분 20대 초반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 시각축구 대표선수들은 평균 35살로 나이가 많은 편이다. 시각축구는 학원체육에서도 육성하지 않기 때문에 젊은 선수를 영입하기가 힘들다.

 

'소리는 차는 사람들'같은 동호회 외에는 축구에 입문할 방법도 없다. 시각축구가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야 축구에 관심 갖는 이들이 늘고 어린선수들의 영입에 동기 부여도 될 것이라는 것이 이 감독의 생각이다.

 

김경호, 김재식, 김정훈, 박명수, 오용균, 윤종석, 이진원, 허석 선수와 골키퍼인 조우현, 지준민 선수. 하나같이 밝은 웃음으로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땀에 젖은 머리보호대가 월계관으로 바뀌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이들이 있기에 9월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의 개막이 더욱 기다려진다. 시각축구 파이팅!

덧붙이는 글 | 시각장애인을 위한 격월간 잡지 <손끝으로 읽는 국정> 8월호 게재됐습니다. 

2008.08.12 18:49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시각장애인을 위한 격월간 잡지 <손끝으로 읽는 국정> 8월호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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