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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집에서의 육아가 시작된 지 50일 시점에서 기저귀 사용량을 확인하니 정확히 1000개였다. 일단 육아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치이다. 물론 "좀 많은 거 아닌가?"라는 의문은 예상된다.

 

하지만 그 50일이 7~8월 한여름이라는 점과 엄마·아빠가 순도 100% 초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수긍이 될 듯. (경험이 없으신 분이라면) 더운 것이랑, 부모의 테크닉이 아기가 오줌 싸는 것이랑 무슨 상관이겠냐고 생각하겠지만 이 글은 그만큼 땀과 오줌도 구분 못하는, 그리고 내공부족 때문에 애꿎은 기저귀만 남발되는 어느 초보부모의 슬픈 육아 일기다.

 

 

일단 1000개라는 수치 자체만 보자. 대단하지 아니한가? 기저귀 값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는 결혼 전부터, 특히 초보부모들의 신세한탄용 버전으로 줄기차게 들어왔지만 그 압박 정도를 수치화해 준 사람은 없었다.

 

50일에 1000개라는 것은 극단적으로 말해 출산계획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까지 가능하게 해 주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왜 아무도 말 해주지 않았어?)

 

육아기간 토탈 기저귀 수치 정도는 기억하고 있다가 나중에 자식 윽박지를 때 통계적으로 충분히 활용하면 매우 좋을 듯하다. "내가 네 기저귀만 몇 천개를 갈았는데 네가 어떻게 나한테~"라는 식으로 말이다.

 

원래 대한민국 사람들 실용주의에 환장했으니까 이 정도 수치면 충분히 감성적 변화를 이끌어낼 듯하다. 가출했던 청소년들이 컴백홈할 수치이자, 미래에 대한 세대간 비전의 충돌에서도 충분히 자식들이 수그러들 만큼의 강력한 수치. 50일 만에 기저귀 천개! (혹시 토탈 기저귀 수치를 카운트하신 분 있나요?)

 

평균 72분마다 기저귀 교체...실수투성이 부모

 

우선,사실 증명부터 하자. 전혀 이 수치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고민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많이?"라는 의문부터 들 것이다. 물론 이 수치는 일반적인 권장기준(?)보단 10%정도 상회하는 수치.

 

50일 1000개는 1일 20개, 즉20회 정도를 기저귀를 갈았다는 말이다. 물론 50일이 지나가니 1일당 기저귀량의 감소가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초반에는 대게 이 수치를 유지한다.

 

1일 20회면 평균적으로 72분마다 기저귀를 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적인 교체시간은 30분이 안 될 때도, 또한 2시간이 넘을 때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하루 20개의 기저귀는 수긍이 가지만, 그 만큼 많은 배뇨와 배변을 그 조그만한 아기가 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럼 도대체 어디서?

 

여기서 초보부모의 실수연발은 시작된다. 특히 우리 부부는 완전 초짜에다가 오직 인터넷 지식에만 의존했다. 하루하루 우리 부부들이 학습하는 과제는 늘어갔다. 백지상태에서 배우니까 재미는 있더라. 다만 그 배움의 기쁨만큼 딸의 스트레스는 엄청났겠지.

 

신세대 부모를 자처하면서도 "아이를 예전처럼 덥게 키워서는 안 된다"는 요즘의 상식도 몰랐던 우리들. 기저귀가 매번 축축하게 젖어있을 정도로 그렇게 신생아에게 별것을 다 입히면서 한 여름을 그렇게 보냈다.

 

기저귀 확인 차 벗겨보면 허벅지, 엉덩이가 일단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그렇게 오줌인지 땀인지 구분 못하고 교체된 기저귀만 100개 정도는 될 듯.

 

다음은 아기들이 '기저귀를 갈아 줄때!, 그 타이밍의 시원함에 '시원한 볼 일'을 본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우리 부부. "왜 우리 딸은 갈아주면 바로 싸는 걸까?"라는 의문만을 가졌던 우리 부부. 그렇게 '갈아주면, 다시 갈아야 되는' 기저귀로서 대략 300개는 활용 된 듯 하다.

 

우리는 아기의 표정이 안 좋아 보이면 일단 육안으로 사실 확인 후, 얼른 기저귀 교체부터 하는 것이 순서인 줄 알았다. 냄새나는 것을 얼른 치워주는 것이 아기에 대한 예의인줄 알고 있었다. 물론 그게 실수였다. 찝찝한 상태였던 아기는 새로운 환경을 느끼자마자 그 편안함에 나름 참았던 잔여물을 얼른 분출한다.

 

완벽히 닦고 말리는 과정까지 똥 묻은 기저귀를 빼지 않은 상태에서 다리만을 받쳐주고 잠시만 대기하면, 그러면 꼭 그 위에 확인을 해 주더라.

 

우리 딸은 그렇게 연속 4회 기저귀 교체도 있었는데 어느 아기는 7-8회 연속 발사로 부모들을 절망의 늪에 빠지게 했다는 일화도 있더라. 열 받은 부모가 "이제 그만 먹어!"라고 윽박질렀다나 뭐라나.

 

개당 83원짜리 최저가 기저귀가 있었기에...

 

많은 분들이 기저귀 값을 궁금해 하시는데 우리는 그냥 형편에 맞추어 고의적으로 최저가를 찾았다. 기저귀 발진 등 걱정할 내용은 오천가지이지만 일단 '발진이 발생하면' 그 문제는 그때 고민하기로 했다. 가난하면 이렇게 삶 자체가 '임상실험'이다. 오직 "내가 괜찮으니~"라는 얄팍한 경험에 의지하는 낙관론과 함께.

 

시중에는 그러한 공포괴담을 든든한 빽으로 삼은 개당 1000원짜리 유기농 기저귀도 있다. 50일이면 100만원이라는 이야기다. 우리 부부가 선택한 기저귀는 개당 83원짜리 최저가. 물론 나중 400개는 214원짜리를 사용했다. 업그레이드를 시켰다는 것이 아니라 신생아용에서 소형으로 교체되면서 그 단가가 거의 최저가였기 때문이다.

 

앞에 언급된 기저귀와 땀의 상관관계에서 저가 기저귀가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살과의 접촉 부위가 '비닐틱'한 느낌이 강해 그러한 부분에서는 아기와 마찰이 극도로 발생하여 많은 땀이 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다행이 우리 아기는 이 위기를 잘 넘겨주었다. 땀은 엄청 흘렀지만 그래도 걱정할 수준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래서 난 그저 저가 기저귀 회사 사장님께 감사할 뿐.

 

 기저귀 1000개는 엄청난 쓰레기다. 무게도 상당하다. 누가 나에게 아기가 태어난 후 가장 큰 변화를 묻던데, 난 "쓰레기봉투에 기저귀를 꾹꾹 쑤셔 넣는 기분과 매번 10리터 봉투 2개를 가득 채워서 지정장소에 놓고 오면 굉장히 큰일을 했다는 뿌듯함마저 듭니다"라고 대답했다. 기저귀가 삶의 의욕마저 고취시켜 준다.

 

물론 기저귀 값에 고민이 많다. 임상실험의 맥락에서 저가 기저귀를 찾아야 하는 형편이다 보니 결국 "이런 것이야말로 국가에서 제공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사회주의적 고민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결국 기저귀에 반응하는 아기들이 워낙 다양하니, 결국 시장경제의 경쟁에 맡겨두면 다 된다는 결론으로 귀결. 그래도 임상실험 잘 통과해준 우리 딸은 국가보급품이라도 무조건 환영할 것이라는 다짐과 함께 말이다.

 

무척이나 더운 여름에, 그렇게 저가 기저귀를 걱정스럽게 사용하면서, 무엇보다 어설픈 초보부모 밑에서 엄청 고생한 우리 딸한테 너무나 고마움을 보내야 될 듯.

 

그렇게 아기의 면역성을 확인했는지, 우리 집은 아직 새벽의 찬 기운에 무방비 상태. 아기는 "시원한 것을 좋아한다"는 우리만의 경험학습을 철저히 믿으며 말이다. 감기 심하게 한번 걸려야지 정신 차릴 그런 우리들이다.

덧붙이는 글 | http://blog.daum.net/och7896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육아, #초보부모, #기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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