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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소풍 나온 다람쥐 같은 초등학생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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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덕분에 맑게 개인 23일, 공촌정수장 뒷편 샛길을 따라 가을걷이를 맞은 아늑한 산골을 둘러봤습니다. 그리고 오솔길을 따라가다 인적이 드문 밤송이와 솔잎이 소복히 쌓인 가파른 숲길을 올라 철마산 등산로에 이르렀습니다.

파란 가을하늘과 뭉개구름, 10월의 태양이 머리 위에 떠 있었고, 눈부신 햇살에 사방의 모든 것들이 맑게 빛났습니다. 등산로를 따라 정상에 이르러 지평선 너머까지 굽어본 뒤, 중구봉으로 향했습니다. 중구봉에서 징매이고개로 내려가 계양산림욕장을 통해 도서관에 갈 생각이었습니다.

정상에서 잠시 쉬다 V 모양의 가파른 길을 내려왔다 다시 올라가다, 중구봉 쪽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점점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산줄기를 타고 다가오는 소리의 정체는 바로 가을소풍을 나온 초등학생들이었습니다. 중구봉 아래에 교대가 있는데 그곳의 부설초등학교 학생들이 선생님들과 함께 철마산으로 소풍을 나온 것이었습니다.

다람쥐같은 아이들은 하얀 체육복과 운동화 차림이었고, 친한 짝꿍과 손을 맞잡고 가파른 산길을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뒤쳐진 친구들보고 얼른 따라오라고 손짓도 하고, 일찌감치 반대편 등산로에 오른 아이들은 큰목소리로 "여기 있어! 빨리와!"하고 산길을 내려오는 친구들에게 소리치기도 하더군요.

한 여자아이는 산행이 힘들었는지 도중에 멈춰서서 울먹이기도 하고, 한 사내아이는 짙은 단풍으로 물든 나뭇잎을 보고는 "이게 다 삼겹살이면 좋게다!"며 언제 점심을 먹냐고 배고프다고 얼른 밥 먹자고 보채기도 했습니다. 철마산 산행을 가족들과 몇 번 와봤다고 자랑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맑은 가을 하늘 아래 펼쳐진 세상에 놀라워하며 "와! 저기 우리 학교 보인다!" "어 저기저기 네 친구집 보인다!"라고 들떠 소리치기도 했습니다.

줄줄이 가파른 등산로를 내려가는 이들을 위해 길 한편에 비켜선 덕분에,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재치있는 입담에 한껏 웃을 수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봤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가을소풍, #철마산, #입담, #초등학생, #삼겹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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