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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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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운동의 대모'로 불리는 김재옥 '소시모' 회장이 <오마이뉴스>를 통해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기후변화 시대, "한 주에 3일은 꼭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고 공약한 것. 시민단체 대표, 사회 지도층 인사로서, 앞으로 꼭 지켜나갈 '에코 프렌들리 약속'을 요구한 데 따른 답변이었다.

물론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겨우?' 란 말이 튀어나올 만 하다. 그래도 "여기저기 가야 할 곳이 많다보니, 보통 하루에 서너 번은 이동한다"는 62세 여성에게는 힘에 부칠지 모르는 다소 가혹한 공약인 듯 했다. "25년 동안 이사 가지 않고 한 아파트에서 살았으면 됐지"란 생각이 따라붙기도 했다.

허나 김재옥 회장은 25년 동안이나 소시모(소비자시민모임)을 이끌어 온 사회지도층 인사다.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라이프스타일을 바꿔 에코 프렌들리를 실천하는 것"이란 자신의 말에 모범을 보여야 할 공인이다. "전기 코드를 항상 빼놓거나 '착한 소비' 일환으로 오랫동안 유기농 농산물을 구입한다"는 정도로 만족할 수 없었다.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그랬더니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너무 많아져서 스트레스다(웃음). 누가 보는 것 아니지만, 아침에 나올 때마다 항상 갈등을 겪는다. 오늘 어디 어디 다녀야 하는데…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하고 말이다. 사실 올해 들어 꼭 필요할 때만 차를 갖고 나오자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이를 실천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더라."

"적정한 분양원가 시스템 정착됐다면 버블 없었을 것"

김재옥 '소시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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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30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 회장은 소비자 각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친환경적인 소비의 선택 기회 자체를 봉쇄하는 '관행'도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아파트 선분양제'를 꼽으면서 "요즘 경제가 이렇다 저렇다 하다 보니까, 일부 제도가 '유야무야'되는 것 같은데, 잘못된 정책은 고쳐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소비자가 환경친화적 건축 자재를 써달라고 요구할 수 없는 시스템 아니냐"는 말로 '아파트 선분양제'의 문제점을 지적한 김 회장은 이와 함께 "적정한 분양원가 시스템이 사회적으로 정착됐다면, 지금처럼 버블이 생길 리가 있겠는가"란 반문도 덧붙였다.

소비자운동과 관련한 의미 있는 '진단'도 뒤따랐다. 김 회장은 최근 멜라민 파동을 예로 "이제는 국제시장 속의 소비자로 소비자의 위치가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면서 이에 따라 "과거 '완성품'에 대한 감시 역할은 물론 상품 생산 시스템 자체를 친환경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요구하는 방향으로까지 소비자 운동 범위가 더욱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11월 20일부터 시작되는 2008 피스앤 그린보트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인 김 회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그래서 앞으로 소비자들이 기업에 원하는 것은 무엇이 될 것인지, 상품 또는 서비스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기준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등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피스앤그린'처럼 소비자운동도 국경 넘어야 하는 문제

- 피스앤 그린보트에 승선한다. 언뜻 소비자 운동과 환경 문제가 무슨 관련이 있을까란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소비자의 8대 권리 중 깨끗한 환경에서 살 권리가 포함된다. 1970년대 이후 전 세계에 있는 소비자단체들이 환경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시모 역시 1983년 출범 당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유해 농약 문제를 제기했고, 분유제품 대중광고 금지 운동, 화학조미료 안 먹기 캠페인 등을 벌인 바 있다. 최근 GMO식품 불매운동은 물론 소비자 역할을 강조하는 걷자, 끄자, 심자, (유기농을) 먹자, 아끼자 등 캠페인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다."

- 평화나 환경 모두 어차피 국경을 넘어야 하는 문제다. 최근 세계적인 금융 위기 문제로 실감할 수 있듯, 경제국경도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소비자운동의 국제적 연대의 중요성도 갈수록 높아질 것 같다.
"세계 속의 소비자, 국제시장 속의 소비자로, 소비자의 위치가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 최근 멜라민 파동에서 드러났듯, 유해물질은 어느 한 나라 문제가 아니다. 자국 내 문제 해결 뿐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시모가 이사단체로 있는 국제소비자기구에서 최근 중점적으로 논의된 사항이 세계적인 지속 가능한 소비자운동이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환경친화상품 규격이나 일산화탄소 지수 등 기준을 제정하고, 이런 제품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지지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기후변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어떻게, 뭘?'... 정부 인센티브 필요

김재옥 '소시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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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운동 역할이 상당히 달라질 듯 하다.
"물론이다. 과거에는 기업이 좋은 제품을 만들도록 하는 감시 역할을 주로 했다면, 이제는 당신네 제품 생산에는 대기 전력이 많이 소요되니 이를 줄이라는 식으로 압력을 주거나 기술을 개발·적용하도록 요청하는 등 소비자 운동 범위가 더욱 넓어졌다.

기후변화 문제가 산업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산업계가 일산화탄소를 발생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동안 산업계는 많은 혜택을 받지 않았나. 예를 들어 산업용 전기 가격이 매우 쌌다. 이 가격을 소비자들이 보전해주는 방식의 전기 요금 체계로 이는 잘못된 것이다. 이런 문제가 개선될 수 있는 정책적 접근도 있어야 한다."

- 기후변화 문제는 바로 소비의 문제인데,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도는 어떻게 평가하나.
"이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단계라고 본다. 다만 기후변화란 용어만 많이 접했지, 실질적으로 나와 어떤 연관성이 있고, 구체적으로 내가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굉장히 미비한 상태다. 정부, 언론, 시민단체 등이 국민적 차원의 운동 전개를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부의 유인책도 필요하다. 소비자에게는 인센티브가 없지 않나. 예를 들어 유기농 농산물을 사는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준다든지, 착한 소비를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부에서 만들어줘야 한다. 이런 유인책을 통해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친환경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바뀌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파트 분양가, 정의와 투명성과 공정성의 문제"

- 소비자 스스로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사거나 2차 포장재를 사용하는 등 과대 포장 제품을 구입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는데?
"과대 포장 제품 구입하지 않기는 올해 시작한 운동 중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연말에 접어들면서 이런 상품에 대한 점검과 캠페인을 집중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이런 식의 캠페인이 확산되면, 친환경적인 소비자들도 늘어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너무 자발적인 것만 요구해서는 어렵지 않겠는가. 아직도 친환경제품이 어디 있는지 찾기 어렵거나 구석에 박혀 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는 '친환경' 하면 '재활용'하는 식의, 굉장히 제품 질이 떨어진다는 잘못된 인식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질이나 디자인 등을 업그레이드시켜 소비자들이 손이 가도록 만들어주는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

-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 같다.
"아직 소비자가 선택할 수조차 없는 부분도 많다.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다 만들어 놓으면 들어가는 방식이 지배적이지, 환경친화적인 건축 자재를 써달라고 요구할 수 없는 시스템 아닌가. 경제가 이렇다 저렇다 요즘 그렇다보니까, 일부 제도 유야무야 가는 것 같은데, 잘못된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

특히 아파트 분양가 문제는 정의와 투명성과 공정성의 문제라고 본다. 어찌 보면 과도하게 원가를 부풀린 기업이 소비자들을 착취하는 것 아닌가. 한 아파트를 원가분석해 보니까, 실제 모델하우스를 5일 정도만 열었는데, 두 달 동안이나 운영한 것으로 나와 있더라. 이런 식의 허위 원가로 분양가를 부풀리는 것은 굉장히 큰 문제다. 적정한 분양원가 시스템이 사회적으로 정착됐다면, 지금처럼 버블이 생길 리 있겠는가."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출근하러 집을 나설 때마다 '갈등'

김재옥 '소시모' 회장
 김재옥 '소시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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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하여 개인적으로 어떤 실천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달라.
"착한 소비 차원에서 다소 비싸더라도 유기농 농산물을 꼭 구입한다. 정말 어렵게 유기농 농산물을 생산한 농민들에게 적정한 보상을 통해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고, 이렇게라도 그들의 노력을 후원함으로써 자연도 보호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다만 지금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 자칫 돈 있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실천으로 비칠까 조심스럽다.

지금 살고 있는 집, 27년 전에 지어진 아파트다. 올해로 25년째 거주하고 있다. 오랫동안 소비자운동만 하다보니까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도 못했지만, 투기 목적의 이사도 내 생리와는 맞지 않았다. 어디 새로 분양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우르르, 주변 이웃 다 떠나는 걸 보면서 적어도 나는 그런 유혹에 빠지지 말자고 다짐했다."

- 반면 늘 마음은 있는데, 아직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전기 코드를 항상 빼놓는다거나 내가 할 수 있는 실천은 어느 정도 몸에 배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승용차를 일주일 내내 안 갖고 다니긴 힘들더라. 내가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 아니냐.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너무 많아져서 스트레스다(웃음). 누가 보는 것 아니지만, 아침에 나올 때마다 항상 갈등을 겪는다. 오늘 어디 어디 다녀야 하는데…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하고 말이다(웃음)."

피스앤 그린보트 "소비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기후변화" 이야기

- 하루에 몇 군데 정도 이동하는 편인가.
"여기저기 가야 할 곳이 많다보니, 보통 하루에 서너 번은 이동한다. 오늘은 모두 사무실 스케줄이라, 대중교통으로 출근했다. 다행이다(웃음)."

- 시민단체 대표로서, 사회 지도층 인사로서, 앞으로 적어도 이것만은 지키겠다는 공개적인 약속을 하나 해 달라.
"사실 올해 들어 꼭 필요할 때만 차를 갖고 나오자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이를 실천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더라. 주5일 출근이니까, 이중 적어도 3일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

- 이번 피스앤 그린보트 프로그램을 통해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기후변화 문제는 아주 중요한 세계적인 이슈다. 소비자 파워 흐름 역시 변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소비자 입장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그래서 앞으로 소비자들이 기업에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상품 또는 서비스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기준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등을 공유하고자 한다."


태그:#피스, #환경, #소비자, #소시모, #김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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