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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론자와 낙관론자는 어떻게 다른가? 사막을 힘겹게 걸어가고 있는 한 사내가 있다. 그 사내의 투명한 물통에는 물이 1/4밖에 남아 있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비관론자는 "아, 물이 조금밖에 남지 않았으니 나는 이제 죽을 목숨이구나" 하고 절망에 빠질 가능성이 많을 것이고, 낙관론자는 "아직 물이 이만큼이나 남아 있으니 더 힘을 내어 걸어가자" 하고 희망을 향해 나아갈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영국 수상을 지낸 처칠은 "비관론자는 매순간 찾아오는 기회 속에서 고난을 보고, 낙관론자는 시시각각 닥쳐오는 고난 속에서도 기회를 본다"고 말했었다. 자, 당신은 비관론자와 낙관론자 중에 어느 쪽인가?

이 책은 빨간 클립 한 개로 집 한 채를 마련한 캐나다 청년의 인생역전기다.
▲ <빨간 클립 한 개> 앞표지 이 책은 빨간 클립 한 개로 집 한 채를 마련한 캐나다 청년의 인생역전기다.
ⓒ 소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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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세 백수 청년이 낙관론을 펼쳐 1년 만에 집 한 채를 마련해내는 이야기를 담은 책 <빨간 클립 한 개(ONE RED PAPERCLIP)>를 읽었다. (카일 맥도널드 쓰고 안진환 옮김) 이 책은 '물물교환의 달인’이 되어버린 사람의 인생역전기다.

도대체, 무엇이 어쨌길래 ABC, AP, BBC, CBS, CNN, FOX News, MBC, MSN, AOL, 야후 등 전 세계 수천 개의 신문과 웹사이트, TV 쇼들이 이 사내의 이야기에 집중 조명한 것일까? 빨간 클립 한 개로 집 한 채 마련하기? 과연 이것이 가능한 것일까?

이 책의 저자인 캐나다 청년 카일 맥도널드는 백수 생활 1년차. 그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이력서를 쓰고는 있지만, 자신을 상품 가치로 측정당하는 게 싫다. 아르바이트를 하고는 있지만 사글세 내기도 빠듯하다. 그렇다고 희망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의 책상서랍에는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이 저축된 예금통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빨간 클립 한 개가 있을 뿐이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이 클립을 언젠가는 집 한 채와 바꾸겠다는 말도 안 되는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물물교환을 거듭한 끝에 꼭 1년 만에 집 한 채를 손에 넣게 된다. 그것도 침실이 세 개 달린 2층집이다. 서스캐처원주 키플링 메인 스트리트 503번지에 위치해 있다.

빨간 클립으로 집 한 채를 얻으려는 청년의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카일 맥도널드의 블로그는 38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빨간 클립 한 개>의 한국어판을 출판한 소담출판사의 편집장 김광자씨는 이렇게 말한다.

"동화 '잭과 콩나무‘를 생각나게 합니다. 소를 팔러 나간 잭이 어떤 할머니를 만나 콩 몇 알과 소를 맞바꿉니다. 외관상 손해가 이만저만하지 않은 거래였죠. 집에 돌아온 잭은 엄마에게 혼줄이 나고, 화가 난 엄마는 창문 밖으로 콩을 던져 버립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콩이 싹을 틔워 하늘 구름 위까지 이어져 있었습니다. 그 콩은 다름아닌 '마법의 콩'이었던 것이죠. 콩나무를 타고 구름 위로 올라간 잭은 괴물을 물리치고 금은보화를 얻어 땅으로 내려옵니다. 빨간 클립 한 개는 백수청년 저자에게 '잭의 마법의 콩'이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김광자씨는 웹2.0과 블로그의 역할에 대해서 강조했다.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누가 감히 변변치 않은 빨간 클립 한 개로 내 집을 마련할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생각을 당당하게 실행에 옮기고 성취해낼 수 있을까요?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이미 이루어진 것은 쉬워 보이지만, 맨 처음 생각해서 성공한 사람은 분명 선구자로서 그에 응당한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자의 계획이 가능했던 데는 여러 가지 조건이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분명 10년 전만 해도 실패로 끝났던 일이 지금에 와서 성공한 데는 웹2.0과 블로그의 역할이 컸습니다. 블로그는 새로운 ‘문화혁명’의 주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주류 언론매체에서 하찮게 다루거나 거들떠보지도 않는 개인의 미천한 생각이 전 세계 사람들 사이에서 자유롭게 소통되는 장이 바로 블로그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사나 일상이 거대한 장으로 영입되어 인기를 얻으면, 주류 언론매체의 어느 유명인사 못지 않게 유명세를 얻게 되고, 결국 오프라인 언론에서까지 유명인이 됩니다. 이런 성공 사례는 이미 한국에서도 인터넷 강국답게 비일비재합니다.

저자가 전 세계인들의 관심과 지지를 얻고, 유명 언론 매체에 헤드라인과 황금시간대를 장식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블로그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그 덕분에 좀더 수월하게 물물교환을 진행할 수도 있었습니다. 블로그의 이상 역시 ‘놀면서 일하기’와 ‘인맥이나 연줄이 아닌 아이디어의 순수한 승리’라는 점에서 저자의 기발한 생각과 블로그는 서로에게 상승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찰떡궁합이었습니다. 저자의 모험은 블로그의 긍정적인 위력을 우리 모두에게 입증해 주었습니다."

사실 물물교환 방식은 시장경제 논리에 역행하는 것이다. 저자의 방식은 빨간 클립 한 개의 절대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상대적 가치를 생각한 데서 출발한다. 저자의 방식은 누군가가 버린 하찮은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보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다.

필자에게 책이 많아 일부 폐기처분한 적이 있다. 그때 프로복싱이 인기이던 시절에 역시 인기를 끌었던 월간지 <펀치라인> 100여 권도 함께 묻혀 고물상에 파지로 버려졌는데, 어느 날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그 책이 어느 잡지 전문서점에서 1만 권 이상에 팔리고 있었다. 나는 "아차!"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우리는 만일에 내가 이런 상황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억만장자의 아들이라면? 나에게 1억원이 있다면? 나에게 집 한 채가 있다면? 카일 맥도널드는 바로 이 '만일'을 이루어냈다.

우리가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의 신화를 이루어냈던 일이 떠오른다. 역대 월드컵에서 16강에도 한 번 오르지 못했던 우리나라가 16강도 아닌 4강에 오를 줄 누가 짐작했겠는가? 포르투갈을 이길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탈리아를 이길 줄 누가 알았겠는가? 스페인을 이길 줄 누가 알았겠는가?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 이 책은 가난하여 삶이 고단한 사람들에게 희망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절망에 빠지지 말고 목표를 세워 집중적으로 도전하면 꿈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빨간 클립 한 개

, 소담출판사(2008)


태그:#소담출판사, #카일 맥도널드, #안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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