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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경기 침체로 실업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대전·충청지역 상당수 기업은 직원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등 구직 양극화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광역시에 있는 I엔지니어링. 기반조성을 위한 계측·토목 공사를 비롯해 각종 시설물을 짓는 전문공사업체인 이 회사는 벌써 2달째 직원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는 토목안전기술자 2명을 구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초부터 노동부에 구인신청을 냈다.
하지만 채용 마감일인 10일까지 2달 간 단 1명만이 이메일을 통해 서류를 접수한 게 고작이다.

연봉 2000만원, 9시간 근무, 공휴일 휴무, 기숙사 제공, 경력조건 없음, 나이 30~37세 등 폭넓은 근무조건을 제시했지만 구직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충북 청원군에 소재한 전기설계 업체인 K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지난달 초 기계가공 업무 종사자 모집에 나섰지만 지금까지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기숙사와 식사제공, 주 5일근무, 학력·경력 무관 등의 조건을 내세웠지만 '깜깜 무소식'이다.

청주시 시내권에 자리한 J유통회사 역시 음식서비스 종사원 5명을 찾고 있지만 한 달이 넘도록 단 1명이 지원서를 냈을 뿐이다.

대전지방노동청이 조사한 대전·충청지역 인력수요 현황(조사기간 2008년 7월~9월)에 따르면 구인 신청을 접수한 대전·충청권 업체의 미충원률은 23.1%에 이른다. 지역별로 보면 충남 24.4%, 충북 22.6%, 대전 22.2% 순이었다.

사업체 규모나 종사자수에 따라 미충원률이 큰 차이를 보였다. 300인 미만 사업체의 경우(구인인원 2만7421명에 2만410명 채용) 미충원률이 25.5%를 보인 반면, 300인 이상 사업체(구인인원 5995명에 5335명 채용)의 미충원률은 11%로 2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중·대형 사업장에 비해 소규모 사업장의 구인난이 심했고 고용 종사자 수가 낮은 영세사업장일수록 미충원률이 높았다. 종사자수에 따른 미충원률을 보면 10~29명 29.9%, 30~99명 24.4%, 100~299명 15.6% 등이다.

직원을 구하지 못한 인원을 보면 제조업 54.4%(4184명), 사업·개인·공공 서비스업 21.6%(1661명), 전기·운수·통신·금융업 11%(843명)이었다.

결국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실직자나 졸업을 앞둔 취업준비생들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중·소기업에 비해 근무조건이나 임금상황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제조업이나 서비스 업종 등을 여전히 기피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전지방노동청 관계자는 "실업자가 급격히 양산되면서 이에 따른 실업급여 신청자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등 실업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장기간 직원을 구하지 못해 애태우는 사업장도 상당수에 달한다"면서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힘든 직업은 선택하지 하지 않으려는 인식을 개선하고 눈높이를 한두 단계 낮추지 않는 한 이같은 상황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충청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실업자, #3D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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