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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복지관에서 치매어르신들을 모시고 서예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서예치료는 기능적으로 서예를 교육하는 것과 다르게 서예의 교육기법과 문방사우를

활용하여 마음 안의 앙금을 해소하거나 잃어가는 기억을 되살리는 데도 활용합니다.

 

이날은 사랑은  (.........................) 이다. 빈 칸에 써넣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써넣은 것을 묵향으로 하얀 화선지에 먹글씨나 먹그림으로 자유롭게 

표현해보고 스스로 설명하게 합니다.

60에서 85세까지의 다양한 어르신들은 마치 유치원생같은 모습으로 천진하게

때론 수줍어하는 사춘기처럼 말을 더듬거나 쑥스럽게 표현합니다.

 

어르신들의 대답은 각양각색입니다

프로그램을 통해서 치매완화, 또는 치매예방이 되기도 하고

가족갈등도 어렴풋이 알게도 됩니다

 

오늘 최고의 걸작이었던 대답은

사랑은 콩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최악의 대답으로 모두를 웃게 한 것은

사랑은 지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사랑은 꽃이다 - 왜냐고 물으니까 사랑은 보기좋은 꽃같다고...

 

사랑은 잔소리다 - 마누라의 잔소리처럼 끊이지 않는다고.

 

사랑은 나 몰라 다- 나 몰라 내버리고 간 옛날 사람

 

사랑은 손자다 - 손주가 너무 너무 이뻐서 자꾸만 보고 웃는다.

 

사랑은 마음이다 - 마음이면 다 된다

 

사랑은 빵이다 - 빵빵하게 배가 부른 것이다

 

사랑은 비다 - 모든것을 적셔 자라게 해준다

 

사랑은 웃음이다 - 그냥 웃고 용서하고 모르는 사람이라도 웃을 수있다.

 

사랑은 그리움이다 - 죽은 남편에 대한 그리움

 

(처음에 설명을 듣기 전에 사랑은 그리움이라고 해서 누구를 그리워하느냐고 했더니

남편이라고 했다. 그래서 돌아가신 줄을 모르고 나이가 많으신데도 그렇게 신혼처럼 그리워하시느냐고 했더니 30초반에 돌아가셔서 40년을 그리워하고 있다고 하셔서 뭉클했습니다.)

 

사랑은 콩이다 - 콩 심은데 콩나고 팥 심은데 팥나는 것....

 

사랑은 지랄같은 거머리다 - 골치아픈 것이다. 안 떨어진다.

 

이 대답들과 설명을 잘 들으면 바로 사랑은 모든 것이라는 진리가 나오고

치매어르신이라고 믿기지 않습니다.

하긴 치매라고 해서 전부 다 24시간 내내 치매는 아니고 양상이 다양하며

24시간 중에 어느 한 순간 깜빡 깜빡 할 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깜박 깜박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우리 사랑의 색깔과 그릇의 크기에 달렸습니다.

정말로 사랑한다면...  마음이면 다 된다는 어르신의 말을 유념해야 할 것 같습니다.


태그:#치매, #서예치료교육, #예술치료,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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