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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마라톤. 마라톤 풀코스인 42.195km이상 거리를 달리는 장거리마라톤을 말한다. 마라톤 풀코스도 힘든데 100km 혹은 그 이상 장거리마라톤에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울트라마라톤엔 대체 어떤 매력이 있는 것일까.

 

보통 울트라마라톤은 외부의 별다른 지원없이 밤을 새며 달리는 '서바이벌울트라', 42.195km 마라톤처럼 기록 위주로 낮에 달리는 '스피드울트라', 몇 개의 산을 종주하며 달리는 '산악울트라'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서바이벌울트라'는 전국적으로 매월 두세 개 정도 대회가 열린다.

 

이 서바이벌울트라마라톤은 보통 100km대회일 경우, 해가 질 무렵 출발해 다음 날 아침까지 달리게 된다. 밤을 꼬박 새며 달리는 것이다. 주로 어두운 밤과 새벽에 도심외곽 국도를 달리는 경우가 많아 헤드랜턴이나 깜박이등을 비롯한 안전장비를 반드시 착용하고 달린다.

 

울트라주자들은 밤새 달리며 지난 삶을 돌이켜 보기도 하고, 무상무아의 지경에 빠지기도 한다. 어두운 밤거리에 달과 별빛을 벗삼아 달리다 맞게되는 새벽여명이 너무 좋아 울트라 매력에 빠졌다는 경험자도 많다. 기록보다는 완주자체에 목적을 두고 '유유자적'하게 달리면 몸에 큰 무리가 없는 종목이다.

  

 

부활절 앞둔 사순절기에 참가한 대구성지순례100km울트라마라톤대회

 

지난 4월 4일과 5일 '무박2일'로 진행된 제2회 대구성지순례100km울트라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서울과 대구간 약 300여 km 떨어진 거리만큼이나 남쪽 대구지역은 완연한 봄이었다. 벚꽃은 흐드러지게 만개했고 개나리는 꽃들은 이미 떨어져 남은 가지엔 새잎들이 자라고 있었다. 도로 가로수 활엽수림들도 연초록색 새잎들로 서서히 물들고 있었다.

 

대구성지순례울트라마라톤대회는 대구 대신학교 운동장을 출발해 대구가톨릭신학대학교 운동장까지 100km 거리를 달리는 '서바이벌'울트라마라톤대회다. '해가 질 무렵'인 4일 저녁 7시에 출발해 '해가 떠오른' 다음 날 5일 오전 11시까지 총 16시간내에 완주해야 '울트라런너'로서 완주자격이 주어진다.

 

대회코스는 대구지역 가톨릭성지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대구 최초의 성당이 세워진 신나무골성지와 한티성지 등 가톨릭성지를 두루 섭렵하는 코스였다. 대구시내를 관통하는 11.4km구간과 나머지 전체구간은 대구외곽 왜관읍을 돌아 팔공산 자락을 달리는 코스로 정점은 한티재 한티성지였다. 

 

 

대구성지순례울트라코스는 지형상 고저차가 심한 편이었다. 42km지점의 유학산 고개 정상(해발고도 약 370m), 51.8km지점의 기성리 고개정상(해발고도 약 390m), 60km지점의 한티재 한티성당(해발고도 약 609m), 86.6km지점의 능성재 정상(해발고도 약 320m) 등 4개의 오르막길이 무척 힘든 구간이었다.

 

오르막길에선 쉽게 달릴 수가 없었다. 내리막길에선 속도를 내어 지체된 시간을 만회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내리막길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경사진 오르막길에서 힘을 쓴 탓에 내리막길에서는 무릎이나 발목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기위해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밤새 달린 끝에 15시간 5분 57초만에 무사히 100km를 완주했다.

 

대회는 대구가톨릭 대신학교 출발지점부터 약 7km지점까지 대구시내를 관통하는 코스특성상 주자들이 원할하게 달릴 수 있도록 교통통제가 이루어졌다. 대회를 지원하는 지자체의 노력과 자원봉사자들의 규모와 열정, 대회코스, 전반적인 대회운영의 원활함 등을 볼 때, 또 하나의 '명품' 울트라마라톤대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였다.

 

 

'서바이벌'울트라의 매력, 밤새 달리다 맞는 새벽여명

 

울트라 주로상에선 참가자들과 함께 달리면서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루어졌다. 울산에서 출전했다는 한 60대 노익장 울트라주자는 앞으로 '100km울트라마라톤 100회 완주'가 자신의 목표라고 한다. 대단한 열정이 아닐 수 없었다. 45km지점에서는 트라이애슬론대회 현장에서 평소 안면이 있었던 반가운 동호인들을 만났다. 덕분에 밤하늘 별빛만 아스라이 보이는 어둡고 춥기까지했던 기성리 오르막고갯길을 외롭지 않게 오를 수 있었다. 

 

작년 이 대회에 참가했었다는 한 울트라주자는 작년보다 올해 코스가 더 힘들어졌다는 평가와 함께 작년 대회에서 길을 잘못찾아 해매었던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해 주기도 했다. 어두운 밤 울트라마라톤 주로상에서 만나는 런너들은 이렇듯 자연스럽게 서로 길잡이가 되어주고 말벗이 되어주었다.

 

 

 

이번 대회에 함께 참가했던 동호회 선배는 서바이벌울트라마라톤의 매력 가운데 하나를 '밤새껏 달리다가 마주하게 되는 새벽 여명과 아침 햇살'이라고 한다. 그 의미를 아주 감명깊게 체험한 대회였다. 어둠 속에서 달리기는 높은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지루하지 않은 일정이었다.

 

이번 대회코스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날이 밝고 햇살이 떠오른 아침에 비로서 자세히 볼 수 있었던 대구시 외곽의 전원풍경들이었다. 특히 구간 90km지점 팔공산 자락에 드넓게 펼쳐져 있던 하얀 자두꽃들의 화사한 장관들은 밤새 달린 피로를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대단위 벚꽃 군락을 연상하게 하는 장관이었다.

 

▲ 대구성지순례100km울트라마라톤대회 지난 4월4일부터5일까지 대구에서 개최된 제2회 대구성지순례100km울트라마라톤대회 하일라이트 영상.
ⓒ 유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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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구성지순례울트라마라톤대회, #울트라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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