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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몇 년 전 일본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친구와 영화를 보고 차를 마셨습니다. 친구가 일본에서 돌아와 자신의 인생을 설계할 때 저는 이미 초등학생의 학부모였습니다. 다시 말하면 아주 일상적인 삶에 지쳐서 베개만 베면 잠이 곧바로 드는 그런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 제게 친구는 지나가는 듯이 말을 툭 던졌습니다.

 

"네 꿈은 어디 갔니?"

 

청천벽력 같은 말. '네 꿈은 어디 갔니?' 전 그때 너무 당황해서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친구는 제 꿈을 기억하고 있었나 봅니다. 너무 부끄러워서 쥐구멍이라도 있었다면 숨었을 것입니다.

 

그 후로 그 친구의 말은 목에 걸려 넘어가지 않는 생선가시 같았습니다. 사는 게 바쁘고, 아이 키우느라 바쁘고, 보증 잘못 서서 떠안은 빚을 갚느라 바빴지만 이따금씩 그 친구의 말은 저를 소스라치게 했습니다. 그렇게 전 마흔을 맞았습니다. 십대에는 내 꿈을 그리느라, 이십대에는 내 꿈과 사회의 꿈을 맞추느라, 삼십대에는 먹고 사느라, 잊었던 꿈을 마흔이 되어서야 돌아봅니다.

 

작년 북한 동포가 굶어죽었을 때 저는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정치, 사상, 이념, 그 어떤 것도 생명의 가치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세상을 향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즐겨 보던 <오마이뉴스>에 기자회원으로 등록했고 글을 썼습니다. 난생 처음 기사라는 것을 써보니 도무지 어떻게 써야할지 감이 안 잡혔습니다. 저는 무턱대고 기사라고 써놓고는 왜 메인(첫 화면)에 안 띄워주느냐고 편집부에 전화를 걸었을 정도로 무대포였습니다.

 

기사쓰기 포기했던 어느 날, '시민기자 기초강좌'를 알게 되다

 

마음만 앞섰던 저는 그렇게 한두 번 기사를 쓰다 포기했습니다. 기자가 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구호는 '모든 시민이 기자라는 말은 뻥이다'로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던 어느 날,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 기초강좌 6기'를 모집한다는 안내문이 떴습니다. 왠지 이 안내문이 저를 확 끌어당겼습니다.

 

'바로 저 거다. 저기 가면 기자가 될 수 있는 기초를 배울 수 있겠다.'

 

전 주저하지 않고 바로 신청했습니다. 망설이고 고민한다면 제게 두 번 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무슨 기회냐구요? 제 인생을 새롭게 살 기회, 마흔 하나에 갓난아이로 태어날 기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 기회 말입니다.

 

마흔을 넘기고 보니 두려움이 많이 생깁니다. 이때까지 하던 일도 갑자기 생소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하물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은 더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그냥 습관처럼 밥 먹듯이 출근해서 주어진 일상을 보내다 어두워져서야 퇴근합니다. 그 안에 제 삶은 없습니다. 삶에 대한 제 고민은 없습니다. 돈은 좀 더 벌지 몰라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아파트 평수는 넓힐 수 있을지 몰라도 따뜻하지 않습니다.

 

마흔 하나,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선물하고 싶었다

 

저는 마흔 하나인 제게 다른 삶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 시민기자 기초강좌 첫날, 73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남은 30년의 인생을 풍요롭게 살았다는 그랜마 모제스의 이야기는 제 가슴을 뛰게 했습니다. 일흔 세 살의 그랜마 모제스와 마흔 하나의 나. 비교한다면 나는 얼마나 빨리 새 인생을 시작하는가! 희망이 보였습니다. 

 

시민기자 기초강좌를 들으면서 그동안 내가 쓴 기사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사람들과 토론하고 점검 받으면서 하나 하나 배워갔습니다. 기자라는 것이 꼭 언론고시를 봐야만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알리고 싶어 한다는 것만으로도 기자의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강좌를 끝내고 돌아온 후로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기사를 씁니다. 물론 그 기사가 메인에 뜨느냐? 그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어떤 때는 기사가 잉걸에 머물기도 하고, 어떤 때는 메인에 오르기도 하지만 별로 구애받지 않습니다. 왜냐면 저는 지금 새로 태어나 걸음마를 막 떼고 있는 단계니까요. 그래도 전혀 수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쓴 기사 중 두 편은 'KBS TV 행복한 세상'에서 방송으로 내보내고 싶다고 하니까요. ^^

 

어쩌면 당신은 타고 난 기자일지도 모른다

 

저는 제 글의 조회수를 보면서 가끔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다 기자가 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을 합니다. 독자로 글만 읽을 때와 기자가 돼서 글을 직접 쓸 때,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적어도 사물을 보는 관점의 폭이 훨씬 넓어집니다. 그래서 지난날 저처럼 아무나 기자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시다면 꼭 '시민기자 기초강좌'에 다녀오시길 권합니다.

 

당신이 지금 무엇을 하든, 나이가 몇이든, 학벌이 높든 낮든, 그 어떤 것도 가슴 뛰는 인생을 꿈꾸는 당신을 막을 수 없습니다. 어쩌면 당신은 타고 난 기자일지도 모르니까요.

 

☞ '기사, 누구나 잘 쓸 수 있다' - 8기 시민기자 기초강좌 수강생 모집


태그:#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기초강좌, #그랜마 모제스, #기자, #모든 시민은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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