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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원장이 부임해 온 날 밤, 섬에서는 두 사람의 탈출사고가 있었다. 탈출사고는 실상 새 원장에 대한 우연찮은 선물이었다. 새 원장은 부임인사를 하지 않았다. 탈출사고의 경위부터 조사하기 시작했다."

 

한센인의 애환을 그린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첫머리다. 이 책은 소록도 사람들에 대한 착취와 억압 등 고달픈 삶을 소개하고 있다.

 

<당신들의 천국>을 떠올린 건 소록도를 가기 위해 건너야 하는 소록대교를 지나는 순간이었다.

 

탈출에서 소통으로 다가온 '소록대교'

 

 

어린 사슴과 비슷해 이름 지은 '소록도'. 바로 앞 600m에는 고흥 녹동항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짧은 거리에 소통을 외면하는 바다가 가로놓여 있었다. 이 바다는 한센병 환자들이 한 번 들어오면 다시는 나가기 힘들었던 한 맺힌 해협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가족을 그리워 할 수밖에 없었다.

 

한센인의 '단절의 한'을 풀어줄 요량이었을까? 3년 전, 소록도에 배를 타고 갔었다. 그러나 다시 찾은 이곳에는 녹동과 소록도를 잇는 소통의 다리 '소록대교'가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소록대교는 적어도 내겐, <당신들의 천국> 마지막 구절과 일맥상통하고 있었다.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끝나고 있었다.

 

"두 분의 정착지가 하루 빨리 새로운 마을로 번성하여 이 섬 안엔 건강지대와 병사지대가 따로 없는 하나의 마을로 채워지기를 빕니다. 이제 두 사람으로 해서 그 오랜 둑길이 이어지고 길이 뚫렸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의 이웃은 힘을 합해 길을 지키고 넓혀 나갈 것입니다…."

 

병사지대와 건강지대를 이어주는 '둑길'

 

 

소록대교는 병사지대와 건강지대로 나눠졌던 마음을 하나로 이어주는 '둑길'이었다. '문둥병 환자'라고 육지 사람에게 외면 받았던 소록도 사람들과 문둥병자가 사는 곳이라며 애써 회피했던 육지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소통의 다리였다.

 

이처럼 소록대교는 이청준의 바람처럼 오랜 둑길이 이어지고 길이 뚫려, 힘을 합해 길을 지키고 넓혀 나가는 소통의 힘을 불어넣고 있었다.

 

한편, 소록도에서 만난 한 청년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서울에서 보름 예정으로 자원봉사 하러 왔다"며 "봉사하며 복잡했던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여운으로 남는 건 왜일까?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소록도, #소록대교, #이청준, #당신들의 천국,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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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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