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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도 참 빠르게 흘러갑니다. 1년에 1번, 가장 가슴 짠한 날이 바로 5월 8일, "어버이 날"이 아닌가 싶습니다. 뭐 좋은 새로운 선물들이 있을가 싶어 검색으로 찾아보았습니다. 자식들이 부모님을 위해 선호하는 선물이 '젊음'을 되돌려주는 '주름 성형'이나 '주사 요법'과 같은 "효도 성형"이라는 광고성 기사들이 눈에 띕니다.

저야 말로 선물은 둘째 치고 현금을 부쳐드리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려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난 해 이맘 때 즈음해서, 세상의 어버이들께 바쳤던 카네이션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생전의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네덜란드, 1853-1890)가 "'인간의 영혼을 수호'하는 형상과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던 정물화" 3점을 세상의 모든 어버이들의 잠자리 머리 맡에 바치려고 합니다.  

어버이날을 맞아 고흐의 붓꽃 그림을 바칩니다

고흐 일생의 그림에 대한 열정과 고흐만의 독특한 화풍, 그리고 최고의 수준에 있었던  경지를 감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지금도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같은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네덜란드, 1606-1669) 이후, 가장 위대한 네덜란드의 화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고흐는 현대 예술 가운데 "표현주의(expressionism)"에 강하게 영향을 미친 화가이기도 합니다.

고흐 관련 작품들은 이미 앞에서 여러 번 소개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자세한 약력은 "주요 작품 활동"과 '풍차 그림", 그리고 이전의 글들을 참고하시고, 아직 그 그림들을 감상하지 못한 분들은 이 기회에 챙겨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아래 그림을 그렸던 말년의 시기를 중심으로 간략하게만 살펴볼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꼭 156년 전인 1853년 3월 30일, 고흐는 네덜란드의 브라반트 지방에 있는 '포르트 춘데르트(Zundert)'란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고흐는 엄격한 개신교(칼빈교) 목사였던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받아, 같은 개신교 목사였던 아버지, 테오도루스 반 고흐(Theodorus van Gogh, 1882-1885)와 외향적인 어머니, 안나 코르넬리아 반 고흐-카르벤투스(Annaornelia van Gogh-Carventus, 1889-1906)의 사이에서 태어난 맏아들이었습니다.

그 곳은 맑은 시내가 흐르고 숲이 우거진 아름다운 마을이었습니다. 이렇게 고흐의 어린 시절은 시골의 목사관에서 행복하게 자랐습니다. 중학교를 마친 1869년, 16살이 되던 해에 고흐는 센트 삼촌이 경영하는 헤이그의 구필 화랑 - 런던과 파리에도 지점이 있던 - 에서 판화와 복제 그림을 제작해 파는 일을 하였습니다.

고흐의 자화상(Self-Portrait), Saint-Remy. September 1889. Oil on canvas. Musee d'Orsay, Paris, France
 고흐의 자화상(Self-Portrait), Saint-Remy. September 1889. Oil on canvas. Musee d'Orsay, Paris, France
ⓒ go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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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화가의 길을 암시했던 화랑에 매력을 느꼈으며, 열성적이고 세심한 직원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때는 고흐가 날마다 많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접하면서 예술적 감수성을 일깨웠던 시기입니다.

1872년부터 고흐 평생의 후원자였던 동생, 테오가 빈센트의 뒤를 따라 이 화랑에서 함께 일하게 되면서, 헤이그에서 보낸 고흐의 이 "네덜란드 시절"은 그의 삶에 있어서 가장 밝고 행복했던 시기입니다.

이 외에도 서점 직원, 전도사로서 인생의 다른 길을 모색하기도 하였습니다. 고흐 그림 인생의 본격적인 수습기라고 할 수 있는 1880년, 그의 나이 27살이 되던 해 가을에 동생 테오가 후원한 돈으로 브뤼셀(Brussel)에 하숙을 정하고 본격적인 미술학원에 등록을 합니다. 이 때부터 화가들과 교류하며 그림을 배웠고, 농민들의 삶을 가슴으로 그려냅니다.

파리에서 인상주의 영향을 받아 개성있는 화풍을 완성한 고흐

위의 '자화상'과 아래 오늘 그림들의 '붓꽂 정물화'를 그렸던 시기 바로 전인, 1886년 2월 28일 새벽에는 파리에 본격적인 그림공부를 시작하러 갑니다. 물론 고흐 삶의 든든한 지지자였던 동생 테오의 도움으로 결심한 일이었습니다. 당시 파리의 지점에서 일하고 있던 테오를 루브르 박물관 입구에서 만나 구내 식당에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며 미래를 설계합니다.

당시 파리는 새로운 '인상주의(impressionism)' 양식에 대한 논쟁이 활발했던 시기였습니다. 이 곳에서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네덜란드, 1606~1669)를 비롯하여 당시 작품활동을 하던 밀레(Jean Francois Millet, 프랑스, 1814~1875), 그리고 코로(Jean-Baptiste-Camille Corot, 프랑스, 1796~1875)와 만나면서 이들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1886년 봄부터 1888년 2월까지 파리에서의 그림 공부와 일본 목판화, 그리고 창작 활동은 고흐의 화풍에도 큰 변화를 불러일으킵니다.

외로운 사랑에 실패한 고흐는 동생을 떠나 아를(Arles)로 이주하면서, 열정적인 작품 활동에 매진합니다. 지금까지의 어두운 화풍에서 밝은 화풍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도 바뀌었습니다. 또한 그림의 색상도 다채로워졌을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시각에서 더욱 많이 벗어나 그만의 독특한 화풍을 창조하였습니다. 특히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뚜렷한 윤곽과 태양처럼 강렬한 색채, 보색 관계를 조화시켜 주제에 대한 자신만의 느낌을 생산하였습니다.

그의 그림은 표현주의(expressionism)적인 동시에 상징주의(symbolism)적입니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는 방법은 자연스럽고도 가장 본능적인(impulsive) 것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오늘의 아래 그림처럼, 자기 자신을 사로잡고 있는 자연의 어떤 효과나 분위기를 포착하기 위하여,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격렬하게 그려나갔던 것입니다. 극심한 고독과 극빈한 삶에 지친 고흐는 현실을 살아갈 용기를 잃고 맙니다.

살레 목사의 보호 아래, 생레미(Saint-Rémy)에 있는 정신병자 수용소에 입원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1년  반 동안 가장 정열적으로 작품 활동으로 가장 창조적인 작품을 남겼던 아를을 떠나기로 한 것입니다. 동향의 정원이 보이는 방에서 작업을 하였고, 이곳의 생활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고흐는, 이 입원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면서 자연의 순리와 숨결을 화폭에 창조합니다. 그 그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오늘의 "붓꽃" 연작입니다.

Oil on paper on canvas, Ottawa, National Gallery of Canada, Canada
▲ 붓꽃(Iris) Oil on paper on canvas, Ottawa, National Gallery of Canada, Canada
ⓒ go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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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1888년 10월 24일,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이 감동적인 편지에는 그 평생의 그림에 대한 집념과 최선을 다해 살아온 인생이 녹아 있습니다.

고흐 평생의 집념과 인생이 녹아 있는 편지 글

테오에게

"지금 내 작품이 팔리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언젠가는 내 그림들이 거기에 사용된 물감보다, 그리고 내 인생보다도 더 가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이 편지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예언 같은 말이 담겨져 있습니다. 동생 테오에게 빈센트의 그림은 "혹"처럼 남아 있던 작품들이었지만, 고흐 생전에 1작품을 제외하고는 전부 팔리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빈틈 없이 잘 보관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거의 모든 작품들이 동생의 아내 요안나와 아들 빈센트 빌렘을 통하여 기증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고흐에게는 염치 없고 죄송한 말이지만, 생전에 그의 그림들이 팔리지 않았던 것이, 어쩌면 오늘날의 우리들에게는 다행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890, Oil on canvas, (92  73.5 cm), Rijksmuseum Vincent van Gogh, Amsterdam, Netherlands
▲ 붓꽃(Irises) 1890, Oil on canvas, (92 73.5 cm), Rijksmuseum Vincent van Gogh, Amsterdam, Netherlands
ⓒ go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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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 그림은 가장 널리 알려진 고흐의 '붓꽃' 관련 그림들입니다. 붓꽃은 고흐가 1888년 무렵부터 몰두했던 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특히 생레미의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그렸던 작품들입니다. 고흐는 이 꽃이 사악한 영혼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할 수 있는 '자연의 형상과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해석하였으며, 그 의미를 담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고흐의 삶과 닮아 있는 흰 빛의 붓꽃 한 송이

잎파리들의 자태에서 읽을 수 있는 것처럼, 고흐는, 5월의 정기를 가득 머금은 한 무리의 붓꽃의 푸른 잎들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세운 채, 힘자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요염한 남보랏 빛 꽃들이 그 자태를 경쟁하듯,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듯, 서로 활-짝 피어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어느 것 하나도 움츠러든 꽃 봉오리가 없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화폭의 왼쪽 윗 부분으로 보시면, 무리지어 있는 붉은 빛 다른 꽃들은 붓꽃의 기세에 눌리기라도 한 것처럼, 다소 위축되어 보입니다. 그 색채뿐 아니라 꽃의 모양이나 잎새들도 풀이 죽어 있는 것처럼, 둥글둥글하고 나약하게 묘사하였습니다.

또한 이에 더하여 화폭의 왼쪽, 남보랏 빛 꽃들의 한쪽에 새하얀 붓꽃 한 송이를 그려 넣었습니다. 남보랏 빛 꽃들과 떨어져서 피어있는 것이 다소 외롭게 보입니다.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당당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 기품을 잃지 않고 있는 이 '흰 붓꽃'이 아련한 고흐의 삶을 연상시킵니다.

1890, Oil on canvas, (92  73.5 cm), Rijksmuseum Vincent van Gogh, Amsterdam, Netherlands
▲ 붓꽃(Irises) 1890, Oil on canvas, (92 73.5 cm), Rijksmuseum Vincent van Gogh, Amsterdam, Netherlands
ⓒ go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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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는, 병원의 화단에 피어있던, 5월의 푸른 하늘 아래 그 자태를 자랑하는 붓꽃 무리들을 흥미롭게 관찰합니다. 화단에 피어있던 붓꽃을 실내로 옮겼으며, 관념으로 추출하여 화폭 위에 되살려 냅니다. 이 그림의 구성은 해바라기 그림의 구성과 매우 유사합니다.

인간을 보호할 수 있는 심상을 표현한 붓꽃 그림

그림의 앞에 놓인 꽃병의 노오란 색채는 붓꽃의 남보랏 빛깔과 보색의 대비를 이루어 독자(관객)의 관심을 집중시킵니다. 이 꽃병과 뒷 배경 사이의 경계는 모호하여 단지 어둡고 희미하게 그려진 윤곽선과 옅고 진한 색채로만 구별되어 전체적으로 화폭에 안정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자가 약해보이는 꽃병이 꽃들보다 가벼운 색채여서 다소 불안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선명한 노란색의 배경과 감청색의 붓꽃을 보색으로 대비시켜 두드러지게 표현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붓꽃의 감청색에 짙은 노랑색을 섞어 표현하였습니다. 그럼으로써 고흐는 이 그림에서 보색의 조화를 절묘하게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꽃과 잎의 자태를 더 자세히 보시면, 꽃들은 가늘고 긴 붓질로 정확하고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또한 잎들은 짙은 윤곽선으로 인하여 물질성이 더 강조되어 있습니다. 더불어 오른쪽으로 부러진 가지들을 그려넣음으로써, 전체적으로 더 균형있는 구도로 완성시켰습니다.

이렇게 고흐 자신과 더불어 인간을 보호할 수 있는 '식물의 형상과 심상(心像)'까지 담아낸 고흐의 '붓꽃 그림 3점'을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 아버지들의 잠자리 머리 맡에 바칩니다. 어버이 은혜에 고흐의 마음을 담아 감사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고흐의 그림과 약력, 관련 글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A R C(http://www.artrenewal.org)", "반고흐 미술관(http://www.vangoghmuseum.nl)", "반고흐 영혼의 편지(Dear Theo: The Autobiography of Vincent Van Gogh, 도서출판 예담, 1999)", "빈센트 반 고흐, 내 영혼의 자서전(민길호 지음, 2006, 학고재)", "천년의 그림여행(Stefano Zuffi, 스테파노 추피 지음, 예경)", "주제로 보는 명화의 세계(Alexander Sturgis 편집, Hollis Clayson 자문, 권영진 옮김, 마로니에북스)"를 참고하였습니다. 더 관심있는 분들은 직접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태그:#고흐, #붓꽃, #정물화, #GOGH, #어버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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