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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북구 수유동 516번지. 이곳에는 도시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농촌의 마음을 가진 동네가 있다. 이 동네에 살고 있는 100여명의 사람들은 마치 커다란 한 가족같다. 동네 사람들의 생활은 가족 단위가 아니라 마을 단위로 이루어진다.

동네에 있는 어린이집과 대안학교에서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집에 있는 책도 전부 마을도서관에 모아서 공유하며 읽고, 저녁마다 누구나 찾아와서 먹을 수 있는 공동밥상 시간을 가진다. 마을에서 신문도 발행하고, 주말에는 오손도손 예배도 함께 드린다.

공동체적 가치가 무엇인지 온 몸으로 보여주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곳, 이곳은 '아름다운 마을'이다.

기독교인들이 모여사는 마을공동체

'아름다운 마을'에는 약 30여 가구, 100여명의 기독교인들이 모여살고 있다. 20대부터 40,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성인층과 아이들이 마을의 구성원이다. '마을', '공동체'하면 다소 폐쇄적인 권역을 이뤄서 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빌라나 주택이 있는 평범한 동네와 다르지 않다.

516번지를 중심으로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살고 있을 뿐이다. 마을의 경계같은 것은 딱히 있지 않고, '아이를 업고 마실을 나갈 수 있는 거리'인 다소 낭만적인 권역설정을 해놓고 있다.

늦은 오후의 아름다운 마을 모습. 특별히 다른 주거형태를 취하고 있진 않다.
▲ 아름다운 마을 모습 늦은 오후의 아름다운 마을 모습. 특별히 다른 주거형태를 취하고 있진 않다.
ⓒ 이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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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속에서, 자연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

이렇게 모여서 살면서 마을 사람들은 일상적인 생활들을 함께 해 나간다. 그들이 하고 있는 가장 공동체적인 활동은 아이들을 함께 양육하는 것이다. 마을의 주민들은 어린이집과
초등학교를 함께 운영한다. 어린이집의 경우 마을에 살고 있는 교사가 있고, 부모들이 각자 돌아가면서 아이들을 봐주는 품앗이 육아를 하고 있다.

아이들이 좀 더 크면 마을 안에 있는 대안초등학교 '아름다운마을학교'에 간다. 이 학교는 공동체 교사이던 사람이 제안해서 함께 만들었다. 대안학교도 있고 전임교사도 있지만, 마을 사람들은 될 수 있는 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니 아이 내 아이 가릴 것 없이 아이들을 함께 기른다.

동네 어귀에 어린이집에 위치해 있다. 아름다운 마을학교는 서원과 수도원으로 함께 사용된다.
▲ 아름다운 마을 어린이집과 마을학교 문패 동네 어귀에 어린이집에 위치해 있다. 아름다운 마을학교는 서원과 수도원으로 함께 사용된다.
ⓒ 이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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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마을학교'는 북한산 바로 아랫자락에 위치해있다. 나무들로 둘러싸인 학교에 들어서면 마치 숲 속 한가운데 와 있는 느낌이 든다. 교실 안에는 넓은 창이 있어서 공부하다가 고개를 들면 푸른 나무들이 보인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문패가 걸려있고, 교실은 마치 아늑한 방같은 느낌이 든다. 마을 어른들의 보살핌 속에서, 또 자연과 어우러져서 아이들은 자유롭게 배우며 자라난다.

온통 파란 잎으로 둘러싸인 학교의 모습. 교실 안에서 고개를 들면 바로 자연의 모습이 보인다.
▲ 아름다운 마을 학교 입구와 교실 모습 온통 파란 잎으로 둘러싸인 학교의 모습. 교실 안에서 고개를 들면 바로 자연의 모습이 보인다.
ⓒ 이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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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외에도 사람들은 여러가지 일들을 함께 한다. 마을 사람들은 '공동밥상'을 운영하며 함께 밥을 먹는다. 공동밥상은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것은 아니고, 원하는 사람들만 신청을 받아서 같이 운영한다.

몇몇 공동체 구성원들이 돌아가면서 요리를 하는데, 요리사는 자원을 해서 맡는다. 식재료는 모두 유기농을 사용한 건강밥상이다. 마을밥상은 6시 반부터 시작해서 늦은 시각인 밤 9시까지도 계속되는데, 퇴근하고 늦게 귀가한 경우에도 사람들과 어울려서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다.

주민들은 책도 함께 나눠본다. 마을 어귀에 위치한 '마을 도서관'은 사람들이 가져온 책들이 모여있다. 마을 주민들은 집에 책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 이는 두 가지 효과를 가져온다. 모두가 책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고, 가정마다 책을 넣는 공간이 빠지니 넓게
집안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서 또 좋다.

또 아름다운 마을은 삶의 행태도 공유하지만 재정도 함께 공유한다.(재정 공유는 모두 하는 것은 아니고, 다섯가정에 미혼 청년 1명, 그리고 5명의 아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모두 수입을 모아서 기초 생계비를 균등하게 분배하고, 남는 재정은 공동으로 운영한다. 임신, 출산, 의료, 교통, 교육 등의 사회적 공공비용은 공동 재정으로 지출한다.

수입의 정도에 상관없이 모두의 수입을 모아서 필요가 생길 때 합리적으로 사용한다. 이 때문에 마을에서는 돈 때문에 고민할 일도, 눈치보일 일도 없다. 흥청망청 쓰는 것은 아니지만 다들 삶의 기본적인 부분을 돈 때문에 위협당하지 않는다.

10여명이 모여살기 시작한 단초로운 출발

그렇다면 '아름다운 마을'은 언제부터 있었던 것일까? 마을이 처음부터 이런 형태로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마을'의 모태가 된 것은 '새날(새날을 사는 사람들)'로, 이는 1991년에 시작된 청년공동체였다. 대부분이 20대의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었던 새날은 일종의 동아리였는데, 종교적인 면뿐만 아니라 사회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새날에 있던 사람들은 지금과 같은 형태의 본격적인 마을공동체를 이룬 것이 아니라 처음엔 그냥 10여명 남짓이 함께 모여살기 시작했다. 이들은 사회로 나가서 대학시절에 하던 고민의 끈을 놓고 그대로 살아가거나, 개인이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다가 한계에 부딪힌 선배들의 모습을 많이 보았다. 그리고 자신들이 변하지 않고 추구하는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함께 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푼 두푼 모아서 작은 방에서 모여살기 시작했다.

200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마을공동체를 이뤄서 살기 시작할 필요성을 더욱 느끼고, 현재 수유동 516번지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들은 집값이 비싸지 않고 더불어 살 수 있으며, 어느 누구의 특별한 연고도 없는 장소일 것이며, 청년운동이 활발하지 않을 것 등(기존의 학생운동에 편입하기보다는 자신들이 만들어나가기를 원해서였다)의 몇가지 기준을 고려해서 수유동을 선택했다. 그 후 대안학교도 생기고 사람이 모이면서 차차 지금과 같은 마을의 형태가 되었다.

공동체적 삶 사는 것이 하나님의 뜻 실천하는 것

무엇이 이들이 이곳에 모이도록 하고 더불어 살아가게 했을까? 단순히 공동체적 삶에 대한 열망 때문에 그들이 재정과 생활을 공유하면서 모여사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마을에서 가장 크게 공유하고 있는 것은 신앙적 가치이다. '아름다운 마을'의 시작과 현재 모습에는 모두 '하나님'이 계신다. 그들을 모여살게 만든 것은 참된 기독교적 삶이 공동체적 삶을 실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아름다운 마을에 거주하면서 기독청년아카데미 사무국장으로 있는 안기홍씨는 "성서는 한 구절 한 구절이 온 마음으로 공동체적 삶을 살아나가라고 말한다"고 '아름다운 마을'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에 대해서 설명했다.

개인의 영적인 수련이나 전도에 힘쓰는 것만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뜻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나가는 것 자체가 기독교적 삶을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내 이웃의 일에도 무관하지 않는 것이 하나님이 바라는 뜻이며 성경에 나오는 '사랑해라' , '섬겨라' 라는 뜻에는 '서로'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이런 가치가 그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게 하면서 또 세상과 끊임없이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게 만든다. 많은 마을 사람들은 마을 안에서의 활동만이 아니라 다른 기독인들과 연합해서 활동하고, 그 외에 사회운동까지도 하고 있다.

생활문화개혁, 생명의 살림과 평화를 위해 활동하는 NGO인 '생명평화연대', 강연회를 개최하고 그 외에 여러 사업을 통해서 성서, 철학, 역사, 사회분석 등을 배워나가는 '기독청년아카데미' 등의 활동을 하면서 마을은 자신들이 가진 마음을 기독교 전체 그리고 사회와 함께 나누려고 노력한다.

아름다운 마을을 방문하고 돌아오며

나는 기독교인이 아니다. 사실 나는 평범한 학생신분이고 공동체에 대한 어떠한 생각도 없었던 상태에서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을 가지고 마을을 방문했다. 취재를 위해서 마을을 방문했을 때 나는 기독청년아카데미 '안기홍' 사무국장님에게 마을을 안내받았었는데, 동네를 돌면서 가장 놀란 것은 이들의 운영방식이나 모습이 아닌 사람들의 태도였다.

서로에게 언니, 오빠라는 격없는 호칭을 사용하며 길을 가다가 만나면 멈춰서서 꼭 서로의 근황을 묻고 몇 마디 말을 나누고 가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외부에서 온 나를 금세 알아보고 손님이시냐며 나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물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못해서 너무나 놀라웠다.

자신의 영성수련에만 몰두하고 개인의 삶에만 집중하면서도 기독교적인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나 '아름다운 마을'사람들은 하나님이 말하시는 바가 무엇인지 더 귀 기울여서 들으려하고 전달하시는 바를 실천하면서 살려한다. 그 과정에서 어찌보면 더 힘들다고도 할 수 있는 함께 더불어 사는 방법을 자신이 위치한 자리에서 최선으로 행하면서 살아간다. 이런 모습은 기독교인이 아닌 필자가 그 마을에 가서 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할 정도였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사람 간에 마음을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의 무한매력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마을'을 방문하고 , 기독교의 마음과 공동체의 따뜻함에 대해 한참을 생각하면서 집에 돌아왔다.


태그:#아름다운 마을, #생태공동체, #공동체, #복음주의, #대안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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