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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다가갈 수 있는 산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지난 일요일 시골집에서 가까운 전남 광양 백운산(1218m)을 찾았습니다. 

작은 숲길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초록세상으로 푹 빠지고 맙니다. 숲속 개울물 흘러가는 소리에 마음이 깨끗해지는 듯 합니다. 벌써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시원한 물과 계곡이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 초록녹음이 내려앉은 바위 위에서 다람쥐가 망중한에 빠져있습니다. 조심스럽게 지나가려고 했는데 녀석은 숲속의 이방인을 금세 알았는지 숲속으로 사라집니다.

까마득히 높은 소나무 위에서는 노래하는 산새 소리는 청아하고 초록나무에는 흰나비가 무리지어 놀 듯 하얀 꽃송이 만발하였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꽃인데 이름을 알 수가 없어 나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산딸기
 산딸기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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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물이 흐르는 한쪽에서는 산딸기가 곱게 익었습니다. 붉게 윤기가 나는 열매는 루비 보석보다 더 고귀하고 아름답습니다. 위대한 자연이 만들어낸 작품이지요.

"무슨 열매입니까"
"예, 뽕나무, 산뽕나무"

백운산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산행객들은 뜻하지 않은 행운은 얻은 듯 합니다. 귀한 산뽕나무와 마주친 것입니다. 까만 '오디'가 따닥따닥 달렸습니다. 뽕나무 열매를 '오디'라 부릅니다. 뽕잎은 누에가 제일 좋아하는 잎입니다. 누에치기를 많이 하던 어린 시절 입술 까맣게 '오디' 열매를 따먹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정말 달콤했었죠.

"우리 어렸을 때 많이 파다 갔다 심었어요."
"어렸을 때 많았어요. 야생화일 거예요."
"나리꽃이에요, 나리 꽃, 백합의 일종이에요."

털중나리
 털중나리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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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중나리
 털중나리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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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노년의 산행객은 어린시절의 털중나리의 추억을 털어놓습니다.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인 모습은 산행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우뚝 솟은 키, 주황색 꽃잎은 초록 숲속에서 쉽게 눈에 띕니다. 꼭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니다. 코끼리 상아처럼 꽃송이 밖으로 길게 내민 암술과 6개의 수술은 벌과 나비를 맞이할 채비를 마친 듯 보입니다.

바위틈 속으로 흐르는 계곡물이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요. 더위를 식혀주는 숲속 길에서 마주친 작은 산장에서 여름 보양식을 만드느라 식당이 분주합니다.

배추김치
 배추김치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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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백숙
 닭백숙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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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대추, 마늘, 인삼… 시간 조정을 해야지."
"백숙 했는데요. 삶기는 15분에서 20분"
"몸이 허약하고 몸보신 하는 데는 좋죠."

백운산 자락에서 송어양식을 하는 김재순(ㅈ송어산장)씨는 "닭백숙'은 여름 보양음식이에요"라고 합니다. 닭과 함께 삶은 밤, 대추, 마늘, 인삼이 어우러진 진한 향이 멀리 퍼집니다. 녹음이 우거진 숲에서 먹는 '닭백숙'이면 올 여름 무더위는 멀리 날려 보낼 상 싶습니다.

▲ 계곡 물소리 들리는 숲속을 찾아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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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u포터', '전라도뉴스'에도 송고됐습니다.



태그:#백숙, #백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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