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금산분리 완화 법안이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대기업이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2일 미디어 관련법을 날치기 할 때 함께 처리된 법안은 미디어 관련법에 가려 사안이 중요함에도 제대로 언론에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관련 법이 쟁점이 되기 전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하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삼성은행의 탄생시킬 것이라며 우려를 낳았지만 이후 비정규직보호법 논란에 이어 미디어관련법이 국회 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주목을 받지 못했고 날치기 처리됐음에도 인지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은행, 산업자본 금융자본 동반 부실 가능

이른바 삼성은행의 탄생 가능성에 대한 각계의 우려는 은행이 기업의 사금고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지난해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으로 알려진 삼성의 불법 비자금과 로비 사건에서 우리
은행이 삼성의 비자금을 차명계좌 형태로 보관해 준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는데 삼성과 같은 거대 기업이 소유하지 않은 은행도 사금고화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데 만약 금융회사의 소유가 기정 사실화 할 경우 이러한 불법은 더욱 만연해 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미국의 대규모 투자은행들의 연이은 몰락과 관련 기업의 은행소유가 현실화 될 경우 산업자본이 어려워졌을 때 은행이 부실해 지거나 금융업이 어려워졌을 때 산업자본까지 덩달아 부실해지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동반 부실로 경제가 한방에 파탄날 수 있다는 문제도 이번 금산분리 완화 반대에 한 이유다.
우리 경제가 세계경제의 침체 속에서도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금산분리라는 어느 정도의 규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여기서 나온 말이다.

국가 성장동력 잃을 수도

하지만 거대 재벌 즉 산업 자본의 은행업 진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업이 쉽게 돈을 벌수 있는 분야로만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는데 있다.

제품을 생산해 돈을 벌기 위해 기업은 조사와 연구에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개발된 제품의 홍보 필요할 경우 공장 등을 건설하는 등의 설비투자라는 모험을 해야 하지만 금융업은 이러한 고민 없이 고객의 돈을 끌어 모아 대출을 통한 이자차익 실현을 기본으로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에 대한 분산투자를 통해 빠른 시간 내에 이익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은행업에 진출한 기업이 위험성 부담이 크고 막대한 연구와 설비투자를 해야 하는 제조업에 투자하는 것 보다 잘나가는 기업을 인수합병하거나 이를 다시 재매각하는 식의 투기 행위나 좋은 금융상품을 만들거나 찾아 투자하는 쪽으로 골몰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고용유발효과 및 연관산업으로의 확장되는 일반 경제사업과 달리 쉽게 많은 돈을 벌수 있는 신용사업에 여러 기업들이 진출의 유혹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고 기업의 금융업 진출에 대한 진입장벽을 자꾸 허물어 뜨릴 경우 실물경제가 없는 영국과 같은 껍데기 국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경제사업보다 신용사업에 몰두하는 농협 반면 교사 삼아야

실례로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모두하고 있는 농협중앙회만 보더라도 경제사업에 대한 투자는 인색하기 짝이 없어 본래 농민들이 생산한 농축산물의 유통 기능은 생색내기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세종증권 인수, 카드사 인수 시도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농협은 신용사업의 규모를 늘리는데는 배팅의 액수를 가리지 않고 있다.

만약 농협이 배추생산 농가들의 요구에 따라 배추의 유통 활성화를 위해 1000억원을 들여 김치공장을 짓는 안을 심의할 경우 감가상각, 홍보와 마케팅, 영업점 확보 등 여러 활동 끝에 적어도 3년 이상의 시간을 노력 해야 겨우 수익을 낼 가능성이 생기지만 1000억원을 여러 우량 주식과 채권, 대출, 파생상품 등에 분산투자할 경우 적어도 6% 이상의 수익은 매해 올릴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될 경우 경제논리에서 뒤져 김치공장 투자보다는 돈장사를 통해 이익을 창출해 배추를 생산하는 농가들에게 조금씩 나눠 주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식의 결정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업의 금융업 진출 진입장벽 필요

우리 국민기업 삼성이 은행과 여러 금융관련 회사에 집중하게 된다면 (이건희 회장이 살아 있는 동안만큼은 그럴리 없겠지만, 삼성의 창업정신을 이어 받지 못한 경영진이 들어설 경우) 전자나 항공 기계, 선박 등에 대한 과감한 투자보다는 금융상품 투자에 더 열을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한때 산업혁명의 발상지이자 세계경제를 주름잡던 영국이 금융업에 올인을 하면서 남아 있는 산업시설 내세울만한 기업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된 것처럼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을 아무 규제 없이 풀어 놓을 경우 지표상으론 매우 앞서나가는 나라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일자리가 없어 삶이 피폐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만약 산업자본의 금융업에 대한 일정 수준의 진입규제를 만들지 못할 경우 우리 대한민국의 기업들은 어쩌면 10년, 20년 뒤 영국의 론스타처럼 멀쩡한 기업 등이나 처먹는 악독한 국가로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