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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렵다며 공무원 정원을 동결한지 2년이 지났다. 세계적 경제흐름의 추세인지, 아니면 우리나라 정부의 정책실패로 인한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2년 경제는 매우 어려웠다. 이러한 추세에서 공무원은 항상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경제의 어려움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정년 보장과 매달 나오는 월급이 이런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는 당연히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IMF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 경제가 어려울 때면 공무원에 관련되는 직종은 인기가 치솟는다. 현재도 마찬가지로, 공무원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초등학교 아이들의 장래희망이 공무원이 되가는 세상이니, 공무원 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그러나 이러한 인기와는 반대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절약하는 정부의 모범을 보이고, 실제로 재정을 감축하기 위해 정부는 2년 전 공무원 정원을 동결했다. 말 그대로 정원을 더 이상 늘리지 않고 퇴직자만큼의 정원만 뽑겠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넘기 어려웠던 공무원의 진입장벽이 이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아졌다.

 

공무원 정원은 동결됐지만... 교원정원은?

 

이러한 공무원 정원 동결 흐름에 피해갈 수 없는 직종이 있다. 바로 교사라는 직업이다. 교육은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만큼 교사 역시 국가에 소속된 공무원으로서 그 직분을 다한다. 국가가 공무원 정원을 동결했으니 공무원인 교원의 정원 역시 동결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초등교원의 퇴직자는 6000여 명이었지만, 신규교원선발은 5700명 수준에 그쳤다. 경제가 어려우니 공무원에 들어가는 월급이라도 줄여서 다른 어려운 곳에 써보겠다는 것인데, 과연 300명 분의 월급절약효과가 있겠다. 실제로 매년 증원되던 교원의 정원이 오히려 감소했으니, 5배, 6배 이상의 절약효과가 있을 것이다. 초등교원에 한정된 수치가 이러하니 전체 공무원 정원으로 볼 때 엄청난 비용절감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교원정원동결의 논리 안에는 엄청난 위험이 존재한다. 바로 교육을 경제적으로밖에 보지 못하는 현 정부의 시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교원정원을 동결했다는 것은 단순히 교원의 정원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 이상으로 교육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교원정원동결로 인해 각종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고, 우리나라의 교육 여건은 더욱 더 추락하고 있다.

 

OECD 교육지표로 바라본 우리나라의 교육 여건

 

얼마 전 OECD는 각 회원국의 교육현실을 반영한 교육지표를 발표했다. 등록금, 교원의 대우, 학교현실 등 여러 항목이 있었지만 거기서 주목해야할 부분은 교원 1인당 학생 수와 학급당 학생 수다. 우리나라의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유치원 18.7명, 초등학교 25.6명, 중학교 20.5명, 고등학교 16.2명으로 OECD 평균인 유치원 14.9명, 초등학교 16명, 중학교 13.2명, 고등학교 12.5명보다 월등히 많다. 또한 학급당 학생 수 역시 초등학교 31명, 중학교 35.6명으로 OECD 평균인 초등학교 21.4명, 중학교 23.0명보다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OECD 10위권 수준의 경제선진국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이 그렇게 강조하던 OECD수준의 평균조차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교육현장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실로 OECD 지표에서 드러나듯, 우리나라의 교실은 여전히 30명이 넘는 학생들이 빽빽하게 몰려있다. 이 수치가 단순 평균치임을 고려할 때, 대도시의 학급은 40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이 한 교실에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학생과 교사의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만 효과적인 교육이 될 수 있다는 교육학자들의 주장은 교육의 절대적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교사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학생이 한 교실에 40명이나 된다면 제대로 수업이 이루어질리 없다. 특히 학생들과 상호작용이 중요한 초등학교의 경우는 더욱더 그렇다. 그렇기에 선진국들은 교사 1인당 담당하는 학생 수를 최대한 줄이고 학교와 교실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교원정원 동결은 이러한 교육여건을 더욱 악화시킬 것

 

위에서 살펴보았듯 우리나라의 교사는 물론이고 학교와 교실역시 엄청나게 부족한 상태이다. OECD 상위권 수준은 아니더라도, 평균 수치에 근접하려면 지금보다 교사와 교실이 2배 가까이 필요한 상황에서 교원정원을 동결한다는 것은 하위권수준인 우리나라의 교육지표를 더 떨어뜨릴 것이다. 당장의 교육지표로 나타나는 수치가 아니라 현장의 교사와 학생들이 입을 피해를 생각하면 더 심각한 문제로 다가온다.

 

현장에는 지금 비정규직 교사인 기간제·인턴교사의 비율이 늘어가고 있고, 이는 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초래한다. 비정규직 교사의 비율이 점점 늘고 있다는 사실은 교원정원동결로 인해 현장에 교사가 얼마나 부족한지 보여주는 단면이며, 이러한 비정규직교사의 불안정한 상황으로 인해 학생들이 입는 피해는 더욱 크다. 최소한 반년 이상을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호흡을 맞춰나가야 할 교사가 언제 잘릴지 모르는 상황이거나 4개월의 단기직이니, 학생들에게 관심을 둘 시간적 여유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런 교육여건에서 학생들이 입는 피해는 특정한 지표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상상할 수 없이 크다.

 

OECD 교육지표가 발표된 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일제히 성명서을 내고 OECD수준의 교원증원을 요구했다. 특히 교총은 지난해 교원정원이 동결되었을 때 IMF때도 동결되지 않았던 교원정원이 단순 경제논리로 동결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대한 사례가 있다. 교원정원동결이 일시적으로 그치지 않고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동결될 위기에 처하자 교육단체는 물론이고 사회·시민단체의 교육여건개선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제 획기적인 방법으로 공교육을 살려야할 때

 

매년 공교육을 살릴 방안으로 다양한 정책들이 제안되고, 실행되지만 모두 일시적인 정책으로 끝나고 만다. 매번 사교육을 잡고 공교육을 살리겠다고 하지만 실패로 끝나고 마는 원인은 다른 곳에 있지 않다. 이러한 교육 여건의 개선 없이 이루어지는 정책들은 모두 공든탑 쌓기에 불과하다. 절대적인 교육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는데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정책들이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공교육을 살릴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먼곳에 있지 않다. 최근 교과부 장관이 언급하였듯 OECD수준으로 교육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학교를 짓고 교실을 늘리고 교사를 많이 뽑아 좋은 교육 여건 아래에서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을 때, 우리나라의 공교육은 자연스럽게 발전할 것이다.


태그:#공교육, #교원정원동결, #비정규직교사, #OECD 교육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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